후로시키(보자기)의 가치를 새기고 있는 일본

  • 등록 2013.11.27 06:3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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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일본이야기 220]

[그린경제/얼레빗=이윤옥 기자]  물건을 사면 담아주는 비닐 봉투나 종이 가방 같은 것이 나오기 전에는 일본에서도 후로시키(風呂敷, 보자기)가 쓰였다. 일본 보자기의 기원은 나라시대(奈良時代,710-794) 정창원(正倉院) 소장품 가운데 보자기 같은 것이 보이는데 부가쿠(舞樂, ぶがく, 전통적인 무대 예술)을 할 때 입던 옷을 싸놓았던 것이 보자기의 시초라는 설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보자기 형태라기보다  보자기 안쪽에 옷을 고정하는 띠를 붙여 놓은 것이라 보자기로 보아야 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헤이안시대(平安時代,794-1185)로 오면 히라츠츠미(平包)라고 해서 보자기에 서민들이 옷을 싸가지고 다녔다는 기록이 있다. 재미난 것은 이 시대 목욕 문화와 보자기가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는데 후로시키(風呂敷, 보자기)라는 말도 후로(목욕)라는 말이 들어 있어 목욕과 관련이 있음을 암시한다.

이 당시에 목욕은 단순히 신체를 깨끗이 하는 뜻 말고도 마음을 닦는다는 뜻이 있어서 알몸으로 목욕탕에 들어가지 않고 흰옷을 걸치고 욕탕에 들어갔다고 전해지는데 욕탕 앞에서 보자기에 별도로 싸가지고 간 흰 옷으로 바꿔 입었다. 흰옷으로 갈아입을 때는 바닥에 보자기를 깔고 그 위에서 흰옷으로 갈아입었으며 목욕을 마친 뒤에는 보자기에 젖은 옷을 싸가지고 갔다고 한다.

   
▲ 당초무늬 후로시키(보자기), 선물포장용 보자기, 보자기디자인 공모전 홍보, 출품된 보자기 디자인 심사모습(왼쪽부터 시계방향)

오늘날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보자기가 선보이지만 전통적으로는 가문(家紋)이나 화조풍월(花鳥風月) 또는 길상문양(吉祥文樣)을 넣는 보자기가 많았다. 사무라이시대에 아시카가요시미츠(足利義滿)장군 같은 사람은 대형목욕탕을 만들어서 다이묘(大名, 지방의 번주-藩主) 등을 불러 함께 목욕을 즐겼는데 이때 다이묘들이 자신의 옷이 뒤바뀔까봐 아예 보자기에 집안의 가문(家紋)을 새겨 넣기도 했다.

도자기 문양 가운데 당초(唐草)무늬 보자기는 흔히 만화나 드라마 따위에서 도둑이 물건을 훔쳐 싸가지고 가는 보자기로 인식되고 있지만 원래는 당초무늬도 길상문양(吉祥文樣)의 하나였다. 그런데 도둑이 빈손으로 들어와서는 집집마다 있는 당초무늬 보자기부터 챙겨 놓고 물건을 훔쳐 싸가지고 가는 바람에 일본인들에게 당초무늬 보자기는 도둑의 상징물처럼 인식된 것이다.

가방이라든지 비닐이나 종이 따위로 만든 다양한 포장기술의 발달로 일본도 보자기 수요가 줄어들었지만 비닐제품이나 종이가방 따위를 많이 쓰면 지구 환경을 파괴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요즈음은 보자기를 이용한 장바구니 운동이 활발하다. 뿐만 아니라 일본 보자기협회에서는 예쁜 보자기 디자인 공모전도 열어 보자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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