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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스무 달 남긴 대통령은 두 가지 일 바로잡으라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보고 하는 쓴소리

[우리문화신문=김수업 명예교수] 

어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아무도 내다보지 못한 결과를 낳고는 조용히 끝났다. 우리 국민은 국회의원 300자리를 더불어민주당에 123자리, 새누리당에 122자리, 국민의당에 38자리, 정의당에 6자리, 무소속에 11자리씩 나누어 제20대 국회를 만들었다. 이런 결과를 보고 가장 놀란 집단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겠고, 가장 놀란 사람은 대통령임에 틀림없을 듯하다.

섬겨야 마땅한 국민의 마음에는 눈과 귀를 막은 듯이 하더니 선거철이 다가오니까 국회를 손아귀에 넣어서 다음 대통령도 차지하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안간힘을 다하는 노릇이 나 같은 사람 눈에도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은 저들의 욕망을 모질게 꺾고, 저들과 다른 생각으로 정치하겠다는 사람들에게 국회를 이끌어갈 힘을 맡겼다. 이들이 앞으로 국민의 마음에 얼마나 눈을 열고 귀를 기우릴 지는 두고 보아야겠지만, 우선 대통령은 앞으로 남은 스무 달 쯤의 임기 동안 어떻게 새로운 국회와 손잡고 국민이 맡겨준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고 떠날지 자못 궁금하다. 나는 정치를 모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스무 달 남짓 남은 대통령의 앞날이 아름답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주제넘은 생각을 해본다.

 

   
▲ 한 고등학생이 "다각적, 공정한 역사교육!!, "국정화 반대"라고 쓴 손팻말을 높이 들고 있다. 뒤에 정부청사가 배경이 되어 묘한 여운을 불러일으킨다.

 

   
▲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고쳤지만 300여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는 일어났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무엇보다도, 가까운 지난날 국민의 마음을 크게 거슬렀던 두 가지 일부터 바로잡기를 바란다. 첫째는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만드는 노릇을 오늘 당장 그만두는 것이 옳다. 말할 나위도 없지만, 사회의 진보에 발맞추어 여러 가지 역사관으로 자유롭게 만든 책들에서 가장 좋은 책을 골라잡아 배울 수 있는 길을 학생들에게 열어 주어야 한다.

둘째는 꼬박 두 해 전에 벌어진 ‘세월호’의 참혹한 일, 얼마든지 살려낼 수 있는 시간을 그냥 보내면서 죄 없고 꽃다운 304사람을 배안에 가두어 놓고 죽음에 내몰았던 사실의 속내를 낱낱이 밝혀내기를 바란다. 참사가 벌어진 처음으로 돌아가서 두 가지 죄악의 실상을 남김없이 밝혀야 옳다. ‘세월호’라는 배에 얽힌 죄악은 그것대로 낱낱이 밝히고, 배안에 갇힌 국민을 살려낼 책임을 지고 있던 정부의 일꾼들이 저지른 죄악은 또 그것대로 샅샅이 밝혀야 한다.

이들 두 가지 서로 다른 죄악을 뒤섞어 버무리며 진실을 감추려 했다는 국민의 의심을 말끔히 씻어주어야 한다.

 

   
▲ 선비는 대통령에게 역사교과서 국정으로 하는 일을 당장 중지하고, 세월호 참사의 속내를 낱낱이 밝혀내라고 외친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이들 두 가지 일은 아주 작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 두 가지는 국민들의 가슴에 ‘나라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일으키며 박근혜 대통령 정부에 가장 정 떨어진 응어리로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하나는 젊은 사람의 ‘얼’을 깨우치는 배움의 일이고, 또 하나는 거룩한 사람 목숨의 값어치를 드높이는 인권의 일이다. 사람의 얼과 목숨의 값어치를 바로 세우지 못하면 배 불리 먹고 등 따뜻이 자는 삶이 행복이 아니라 타락의 지름길임을 안다면 결코 작은 일로 여길 수는 없을 것이기에 나는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