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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와 송몽규, 그들의 어린 시절

[서평] 《동주와 몽규 세트》, 유광남, 스타북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  소설《동주와 몽규(왼쪽),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초판 복원본)》, 유광남, 스타북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지난 2015년 2월 16일 늦은 3시
일본 교토 동지사대 교정
윤동주 시비 앞에서는 한국과
일본 시인들의 낭송으로
“윤동주의 서시(序詩)”가 울려
퍼졌다. 1945년 2월 16일 이른 3시 36분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광복을 여섯 달을 앞두고 29살의 나이로 비통한 죽음을 맞이한 조선청년 윤동주 시인을 추모하는 모임이 열린 것이다. 이때 추모식에 참석했던 글쓴이는 함께 했던 자체만으로 감격스러웠다.

최근 윤동주 시인에 대해 새롭게 조명하는 움직임이 있던 차에 소설 《이순신의 반역》을 펴내 크게 관심을 끌었던 유광남 작가가 윤동주와 그의 사촌 송몽규의 어린 시절을 다룬 소설과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 복원본을 함께 묶은 《동주와 몽규 세트》룰 스타북스를 통해 펴냈다.

윤동주의 인생은 29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끝이 났지만, 인생의 깊이는 더할 나위 없이 깊었고 참회와 서정성이 짙은 시로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의 단짝이기도 한 송몽규는 차분한 성격의 윤동주와 달리 활동적이고 적극적이었다. 빼앗긴 나라의 주권을 찾기 위해 독립운동도 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지지해 주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운 관계였다. 서로의 개성을 사랑했고 함께 있을 때 더 빛났다. 이것이 두 사람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의 전부다. 그렇다면 그들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을까?

어린 시절에 대한 참고자료는 물론 어떤 귀띔조차도 제대로 없는 동주와 몽규의 어린 시절을 작가는 그의 뛰어난 상상력으로 채워나간다.

독립투사들이 일본군의 금괴를 탈취해 독립 자금으로 쓰려 했던 것을 이야기의 주요 사건으로 등장시킨다. 독립투사들은 동주 집의 우물 속에 금괴를 숨기고, 일본군은 용의자로 동주와 몽규의 박동진 선생을 잡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동주와 몽규의 선생님 강윤희와 독립투사 김창섭, 또래 여학생 순이와 수옥 그리고 일본헌병 소좌 오다와 그의 조카 혼다 사이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이야기를 펼친다.

용정에서 동주와 몽규는 함께 장난치고 공부하고 문학에 대한 애정이 컸던 평범한 소년들이었다. 그들은 독립투사들이 일본에 뺏은 금괴 사건에 휘말리면서 힘없는 나라의 참혹한 현실을 절감하고 독립투사들의 싸움에 함께한다. 따라서 소설을 읽는 동안 나라와 문학에 대한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며 윤동주와 송몽규를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우린 밀사가 되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드디어 간다!’
17 살의 유관순이 독립 만세를 외치듯이 동주와 몽규는 가슴 속으로 소리치며 자신들을 독려했다.

소설 속에서 중학교 3학년생인 동주와 몽규는 이렇게 스스로 독립투사가 되어갔다. 고향 용정에서 함께 장난치고 공부했던 그리고 문학에 대한 열정이 컸던 그들. 우리는 또 다른 독립투사 그들의 어린 날을 이 책을 통해 되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사건 전개가 긴박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아쉬움은 있다. 그럼에도 동주와 몽규라는 등장인물 의 한계로 보면 어쩔 수 없다. 그런 아쉬움 속에서도 나는 《동주와 몽규 세트》의 일독을 간곡히 권한다.
 

  청소년들이여, 자신의 신념에 열정을 지니고 살라!
 《동주와 몽규》 작가 유광남 대담

 

   
▲ 대담을 하는 유광남 작가

- 작가는 그동안 《이순신의 반역》, 《이순신의 제국》, 《사야가 김충선》 등 이순신 관련 소설, 그것도 일반 독자의 상상을 뛰어넘는 소설을 써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동주와 몽규》도 어쩌면 같은 의미의 소설일 수도 있는데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출판사에서 청소년 관련 시리즈를 청탁해 왔을 때 평소 마음속으로 흠모하던 아름다운 청년 윤동주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만난 것이 내 청소년 때였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기를!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이 대목에서 내 삶의 일부 가치관이 정리되었다. 계기라면 그때 연세대 교정 어느 곳인가에서 서시를 만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언젠가는 윤동주 시인에 관한 그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사명인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게 이제야 한권의 책이 되어 나온 것이다.“

- 윤동주 더구나 송몽규는 짧은 생만큼이나 자료가 없는 인물들이다. 윤동주는 한글로 시를 썼으며, 한글로 시를 썼다는 죄목으로 형무소에 수감되었고, 송몽규도 함께 수감되어 그들은 간악한 일제의 생체실험의 희생양이 되었을 것이란 짐작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가 있었는가?

“그들의 역사 기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 누구의 삶에도 흔적은 존재한다. 윤동주와 송몽규처럼 비록 생은 짧았으나 그들의 길은 일반인과는 달랐기에 주목 받을 수 있는 부분들이 남아 있었다. 윤동주의 시와 학교에 대한 기록, 송몽규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대한민국 독립군이 되기 위한 군사훈련을 받았다. 또한 윤동주 주변의 증언들이 토대가 되어 창작의 밑거름이 되었다.”

- 지금도 일본인들 가운데는 윤동주를 흠모하고 해마다 윤동주의 기일에는 추모식을 거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일본 교토 동지사대 교정 등 곳곳에 시비를 세워놓았다. 그렇게 윤동주에 열광하는 일본인들이 많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것은 윤동주란 청년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고결한 성품이 시의 곳곳에 함축되어 나타난다. 시의 깊이를 느끼는 사람들, 아니 비록 깊이를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조금만 관심을 갖고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음미한다면 그 맑은 영혼의 매력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가 없다. 그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일본인들이라면 마땅히 죄의식을 느끼고 추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 《동주와 몽규》를 쓰면서 이 시대 청소년들,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자신의 신념에 열정을 지니고 살라‘고 말하고 싶다. 꿈을 잃은 시대, 백수를 양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 나라다. 일본의 압박 속에서도 분연히 일어났고 전쟁의 참화에서도 우리는 경제 대국을 이룩했다. 세계의 열강 중간에 끼어 있으며, 거기다가 남북이 대치 상황이다. 위험천만의 국가이지만 국민들은 의연하다. 이 놀라운 기적의 나라에 태어난 것은 행운이다. 자신감을 지니고 신념에 도전하라.”

- 앞으로 또 어떤 소설을 쓸 계획인가?

“‘동주와 몽규’는 청소년들을 위한 소설이었다. 정작 아름다운 청년 동주 이야기는 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 아쉬움이 남아 있기에 제대로 도전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 한다. 그리고 파격적인 내용의 완전 다른 소설도 계획하고 있다. 아직은 밝힐 단계가 아니다. 그리고 미처 마무리 하지 못했던 작업들도 해야 한다. 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심이니 만큼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것이 목표이고 앞으로의 영원한 계획이다.”

- 그밖에 소설에서 하지 못했지만 덧붙이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

“동주와 몽규는 본래 제목을 똥주와 멍구라고 짓고 싶었다. 청소년 시절의 향수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으나 그 목표에 얼마만치 다가섰는지 모르겠다. 끝나고 나면 늘 아쉬움이 강물처럼 흐른다. 나의 부족함 탓이리라. 그래도 격려와 용기를 주시는 독자들이 있기에 다시 재미있는 소설의 구상에 몰입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