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굿거리

사라진 진천아리랑, 중국 지린(吉林)성서 흔적 찾아

진천국악인협회 신임 김준봉 회장 취임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시아버지 죽어서 잘 죽었다고 했더니 / 왕골자리 떨어지니 또 생각나네 / 시어머니 죽어서 잘 죽었다고 했더니 / 보리 방아 물길어 놓으니 또 생각나네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고개로 넘겨주오” 예로부터 진천지역에서 불려 내려온 '진천아리랑'의 한 구절이다.

진천아리랑에는 며느리들이 겪는 애환이 담겨 있다. 시집살이하면서 남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며느리들이 시부모를 원망하면서도 돌아가신 뒤 그리워하는 고운 심성이 애절하게 표현돼 있다.


우리 겨레의 대표 노래인 아리랑은 지역마다 조금씩 음률과 가사가 다르다.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정선아리랑 등이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널리 알려지지 않은 다른 지역의 아리랑은 점차 잊히고 있다. 입에서 입으로 구전돼 온 탓에 서서히 명맥이 끊기는 것이다. 진천아리랑도 마찬가지다. 충북 진천군 초평면을 중심으로 널리 불렸으나 최근에는 이 노래를 아는 주민이 거의 없다.

 

연변조선족자치주 투먼(圖們)시에서 "정암촌아리랑" 만나


그런데 중국 지린(吉林)성 연변조선족자치주 투먼(圖們)시 량수이(凉水)진에서 사라진 진천아리랑의 흔적을 찾았다. 중국 동포 18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팅옌(亭巖·정암) 촌이라는 마을이 있다. 정암촌은 1930년대 일제에 의해 보은・옥천 등지의 농민 80가구가 만주로 강제 이주돼 현재 충북 출신 1세대와 이들의 자손 450여명이 거주하는 마을이다.


모두들 ‘배불리 살 수 있다’는 일제에 꾐에 빠져 왔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척박한 땅이 전부였다. 그러나 지독한 가난과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차별 속에서도 우리말과 글을 지키며 꿋꿋이 살아왔다. 광복 이후 이주민의 과반수는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나머지는 그곳에 남아 충청도지방 문화의 원형을 지키며 살고 있다.




그곳에서 불리는 '정암촌 아리랑'은 진천아리랑과 많이 비슷하다. 사라진 진천아리랑의 흔적을 찾은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2002년 충북 국악협회가 현지를 방문해 악보를 만들었다.


도한 진천국악인협회 이충로 전 회장과 국악인 박소정씨가 2013년 수소문 끝에 진천 아리랑을 기억하는 한 할머니(당시 95살)로부터 아리랑을 채록해 겨우 명맥을 이었다. 진천 국악인협회는 올해 '진천아리랑'을 지역의 소중한 문화 자원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데 힘쓰기로 했다.


그 작업의 하나로 지난 10일 이창식 세명대 교수, 박강철 조선대 명예교수, 김연희 우즈베키스탄 국립대 교수 등 민족학에 저명한 학자들을 초청해 '진천 아리랑 지역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천문화원에서 성황리에 열었다.




이 자리서 김준봉 진천국악인협회 회장은 “아리랑은 유네스코에 등재됐을 정도로 소중한 문화재이지만 안타깝게도 일부 젊은이가 고리타분한 타령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진천아리랑(또는 초평아리랑)처럼 국내에도 많은 아리랑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조상들의 애환의 삶을 담은 아리랑은 후손들이 반드시 지켜 내야 할 소중한 역사”라고 말했다.


이 행사와 연이어 '진천아리랑'과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김준봉 진천국악인협회장 일행이 오는 13일 중국 정암촌을 방문한다. 또 국악인 박씨가 나서 회원을 중심으로 이 노래를 전수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진천국악인협회 김준봉 신임회장 취임

한편 지난 10일 지역인사 관련학계 관계자등 100여명이 모여 진천국악인협회 신구회장(이임 이충로 산정푸드대표, 신임 김준봉 우석대 겸임교수) 이취임식이 열렸다. 행사는 먼저 이월 진천풍물단의 길놀이와 식전공연이 있었고 신임 김준봉회장이 이충로 이임회장에게 공로패를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