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광복 71돌, 여성독립운동가 이름을 불러줄 때

[서평] 《서간도에 들꽃 피다》 6권, 이윤옥, 도서출판 얼레빗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내가 죽는다고 조금도 어쩌지 말라. 내 평생 나라를 위해 한 일이 아무 것도 없음이 도리어 부끄럽다. 내가 자나 깨나 잊을 수 없는 것은 우리 청년들의 교육이다. 내가 죽어서 청년들의 가슴에 조그마한 충격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소원하는 일이다."

 

이는 65살의 이에 폭탄 의거로 순국의 길을 걸은 강우규 의사가 사형 집행을 앞두고 남긴 말이다. 나라를 빼앗은 흉악한 일제에 온몸으로 저항한 것이야말로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한 것이지만 강우규 지사는 겸손하게 나라를 위해 한 일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청년들의 교육을 걱정했다. 그러한 강우규 의사의 숭고한 나라사랑 실천 행동 뒤에는 탁명숙이라는 여성독립운동가가 있었지만 이를 아는 이는 드물다.

 

그런가하면 핏덩이 갓난아기를 남겨두고 독립운동에 뛰어든 박치은 애국지사도 있다. 박치은 애국지사는 남편 곽치문과 함께 독립운동을 하다 잡혀 감옥에 들어갔는데 핏덩이 갓난아기를 둔 몸이었다. 철창 밖에서 젖이 먹고 싶어 우는 아기를 일제는 끝내 면회시켜주지 않아 눈앞에서 아기가 숨지는 고통을 견뎌내야만 했다. 2년의 형기를 마치고 남편보다 먼저 출소한 박치은 애국지사는 부모가 옥중에 있는 동안 어린 두 자매가 병사하여 숨지고 겨우 큰딸과 막내만이 살아남아 부모님의 출옥을 기다리는 현실과 맞닥트려야 했다.

 

"빼앗긴 나라 되찾고자 / 갓 태어난 핏덩이 남겨두고 / 뛰어든 험난한 가시밭길 / 어미 품 그리며 유치장 밖서 / 숨져간 어린 딸 / 하늘이여 두 모녀 가는 길 / 무궁화 꽃 뿌려주소서 "

                      - ‘핏덩이 남겨두고 독립의 깃발 높이든 <박치은>’ 시 가운데 -


 



또한 평양 고무공장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평양의 을밀대 지붕 위에 올라가 여공들의 부당한 처사에 항거한 강주룡 애국지사, 기생출신으로 통영에서 만세운동에 앞장선 정막래 애국지사, 비바리의 함성을 이끈 부덕량 애국지사, 봉건의 너울을 벗고 독립의 길 걸은 신정균 애국지사, 독서회로 독립정신 일군 심계월, 수예품 만들어 군자금 마련한 유인경 애국지사 등 서간도에 들꽃 피다6권에는 저마다 신분이 다르고 배움이나 집안 배경도 달랐던 여성들이지만 각자가 처한 환경에서 독립운동의 끈을 놓지 않았던 여성독립운동가 스무 분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서간도에 들꽃 피다6권에서 이윤옥 시인은 스무 분의 여성독립운동가를 새롭게 조명했고, 이로써 사회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던 120분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을 밝은 해 아래로 불러내는 작업을 마쳤다. 오늘은 광복 71돌이다. 빼앗긴 조국의 광복을 위해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헌신적인 삶을 살았지만 그 가운데 여성독립운동가의 몫도 크다고 본다.. 사회의 어두운 그늘 속에서 이름 석자 조차 잊힌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서간도에 들꽃 피다6, 도서출판 얼레빗, 12000

* 책 사러가기 : 교보문고 등 인터넷서점

* 출판사에 사러가기 : 도서출판 얼레빗  ☎ (02) 733-5027, pine9969@hanamil.net


 

지하에 계신 여성독립운동가들을 기리며 시작, 10권으로 완간할 것
《서간도에 들꽃 피다 6》 지은이 이윤옥 대담
 



  - 벌써 여성독립운동가들을 노래하는 시집 출간 6권 째다. 갈수록 자료가 고갈될 텐데 어떻게 이를 해결하나?


    “자료 부족이야 1권 집필을 시작할 때부터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5권이 넘어서면서부터는 대부분 몇 줄의 글이 전부일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다. 그러나 황량한 사막에도 오아시스는 있는 법이다. 작은 실오라기라도 독립운동가와 관련된 것이면 모두 찾아나서고 있다. 또한 현장답사를 곁들이는 작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 


-  책 발간비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다. 어떻게 해결하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자비출판을 하는 게 시인들의 현실이지만 나의 경우는 좀 다르다. 사회의 조명을 받지 못한 여성독립운동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이 작업을 지속하고 있으나 발간 비용이 부족해 늘 허덕이고 있다. 이런 사정을 들은 지인들의 십시일반으로 6권까지 왔다. 늘 응원해주는 독자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리며 10권을 향해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는 이 작업을 지속하고자 한다. ”


- 어언 120분의 시를 썼다. 120분 가운데 가장 인상에 남는 분은?
 
  “한분 한분이 내게는 모두 소중하다. 특히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애국지사께서 사형을 앞둔 아들을 면회가지 않고 수의를 만들던 심정을 생각하면 나 역시 자식을 둔 어미로 지금도 가슴이 아리다. 또한 충남의 이애라 애국지사, 중국 훈춘의 김숙경 애국지사, 박치은 애국지사의 경우는 어린 핏덩이를 독립운동과 맞바꾸는 고통을 당해야했기에 더욱 잊을 수 없는 분들이다.”


- <6권>의 시집을 보면 남성 못지않은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야기가 잔잔한 시와 함께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남성 독립운동가의 서훈에 견주어 여성들의 수는 현저히 적다. 이에 대한 문제점은 ?


  “그동안 남성독립운동가 서훈자는 15,000여명에 이르지만 여성독립운동가는 274명(2016.3.1.현재)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유관순 외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따라서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발굴과 서훈 작업에 정부는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서훈자들을 적극 알려야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들도 3ㆍ1절과 8ㆍ15 광복절에 그 지역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는 행사를 열어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온 정성을 쏟았으면 한다.


- 해마다 이 시인은 3ㆍ1절과 8ㆍ15 광복절에 이무성 화백과 함께 꾸준히 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을 열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 의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 겨레에게 3ㆍ1독립 만세운동과  8ㆍ15 광복절은 매우 중요한 날이다.  이 날을 그저 쉬는 날로만 여기고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은 조국 광복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았던 선열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태극기를 들고 거리를 뛰어다니는 1회성 퍼포먼스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좀더 지속적으로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 시화전이라는 방법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자라나는 세대가 '독립정신'이 희미하다고만 하지 말고 아이들 손을 잡고 직접 시화전 현장을 둘러보면서 불굴의 의지를 아낌없이 펼쳤던 선열들에 대한 삶을 알리는 일을 어른들이 했으면 좋겠다.

한분 한분의 헌시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그림으로 표현해주신 이무성 화백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