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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운동

독립운동가 집안의 중심에 섰던 김락 지사님께

[100년 편지. 250 ]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의성 김 씨 김진린의 귀한 딸 시집와서

남편 이중업과 두 아들 동흠 중흠 사위마저

왜놈 칼 맞고 비명에 보낸 세월

쉰일곱 늘그막에 기미년 안동 예안 만세운동 나간 것이

무슨 그리 큰 죄런가

갖은 고문으로 두 눈 찔려 봉사 된 몸

두 번이나 끊으려 한 모진 목숨 11년 세월

그 누가 있어 한 맺힌 양가(兩家)의 한을 풀까

 

이 시는 이윤옥 시인이 쓴 김락(金洛, 1863~1929)지사에게 드리는 독립운동가 3대 지켜 낸 어머니 김락이라는 시 가운데 일부입니다.

 

김락 지사님!

 

저는 몇 해 전 안동에 있는 지사님 무덤을 찾아 간 적이 있습니다. 당시 지사님의 무덤은 안동독립운동기념관(, 경북독립운동기념관)에서조차 확인할 수 없어 우여곡절 끝에 지사님의 친정집에서 김대락 지사님의 후손 김시중 어르신을 만나 겨우 찾아 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덤을 찾아 가는 길은 변변한 표지판도 없어 풀숲을 헤치고 쓰러진 소나무 등걸을 치우며 간신히 찾을 수 있었지요.

 

당시 시아버님을 다룬 향산 이만도책에는 김락 지사님 부부 무덤을 향산 이만도 시아버님과 아들의 무덤이 있는 봉화군 바드실 마을로 옮길 예정이라고 나와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확인해보니 아직도 모시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김락 지사님!

 

지사님의 시댁은 물론 친정까지 독립운동의 맨 앞에 서서 온몸을 던진 분들이 많은 대단한 집안이었습니다. 친정집 오라버니 김대락 지사님은 안동 내앞 마을에서 150여 명의 식솔을 이끌고 만주로 떠나 독립운동에 앞장섰고, 시아버지 향산 이만도 선생은 1896년 예안 의진 의병장으로 활약하다 1910년 경술국치가 일어나자 나라를 지키지 못한 자책을 하시며 24일 동안 단식 끝에 목숨을 끊고 순국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락 지사님 자신도 57살의 적지 않은 나이에 1919년 안동 예안면 31만세운동에 참가하였다가 체포되어 모진 고문으로 두 눈을 잃는 불운을 겪으셨지요. 지사님은 그렇게 앞을 보지 못한 채 독립운동에 매진하다 숨을 거둔 남편의 비보를 접해야했습니다. 남편 이중업 선생은 유림들을 규합하여 파리 만국회담에 참가할 일을 도모하고, 파리장서를 작성하여 서명운동의 주동인물로 참여하였으며 또 다시 독립청원서를 가지고 중국으로 떠나기 전 숨을 거두었으니 그 슬픔이 오죽 컸겠습니까?

 

또한 조선 최대의 파락호 소리를 들으며 만주 독립군 기지에 독립자금을 대던 맏사위 김용환 지사가 일제에 붙들렸다는 소식에 이어 두 아들 종흠, 동흠 역시 간악한 일제에 체포됐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으니 하늘도 무심하다는 생각을 하셨을 것입니다. 오죽하면 괴로운 세상을 하직하고자 하셨을까요?

 

지사님께서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그 누가 알겠는지요. 식구 한 사람만 아파도 온 집안이 우울하고 슬픔에 잠길 텐데 독립운동으로 온 집안 식구들이 왜경에 체포되는 불행을 겪었으니 그 고통은 차마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렇게 지사님은 67살로 한 많은 생을 마치고 떠나셨으니 생각할수록 가슴이 저리고 아파옵니다.

 

김락 지사님!

 

시댁과 친정 식구 모두가 독립운동에 매진 할 수 있었던 것은 지사님이 중심을 잡고 한 집안을 지켜내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와중에도 지사님은 만세운동에 직접 뛰쳐나가셨고 두 눈을 잃는 아픔 속에서도 한시도 나라의 독립을 잊지 않고 평생을 사셨으니 우리가 어찌 지사님의 올곧은 나라사랑 정신을 잊겠습니까?

 

최근에는 지사님의 고향인 안동에서 지사님을 기리는 뮤지컬도 공연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국민은 아직도 지사님을 기억 못하는 분들이 많은 듯하여 안타깝습니다. 김락 지사님의 은공에 보답은 하지 못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지사님의 이름이라도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느새 계절은 가을로 접어들어 창밖에는 귀뚜라미가 사람들의 애간장을 끊고 있습니다. 이 좋은 계절에 오매불망 조국의 독립을 바라며 애간장을 끓였을 지사님 생각이 더욱 간절한 것은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지사님! 지사님의 독립을 향한 치열한 삶을 잊지 않는 우리들이 되도록 이 가을 스스로를 채찍해봅니다. 부디 평화로운 그곳에서 영면하시길 빕니다.

 

김 영 조


우리문화신문 발행인,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날마다 쓰는 인터넷 한국문화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를 써서 1만여 명에게 보내고 있으며, 2016년 10월 5일 현재 3399회를 기록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하루하루가 잔치로세》를 비롯하여 《키질 하던 어머니는 어디 계실까?》, 《아무도 들려주지 않는 서울문화 이야기》, 《나눔을 실천한 한국의 명문종가》, 《맛깔스런 우리문화 속풀이 31가지》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