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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자수전, 누군가에게 잔잔한 미소와 위안을 주다

고양시 신원도서관 전시실, 들꽃을 주제로 한 자수전 열려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가을은 들꽃의 계절이다. 온실안의 화초가 아닌 거친 들판에 저 혼자 피어있어도 향기를 잃지 않는 들꽃들.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모습의 들꽃이 자수로 피어난 전시회가 열려 어제(9일) 다녀왔다. 고양시 신원도서관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야생화 자수를 품다” 전시회는 들꽃 자수 작가 장은실 씨의 특별전이다.


전시장 안은 들꽃 자수전에 어울리는 들국화 화분이 두어 개 놓여 있고 벽면에는 광목에 수놓은 꽃마리, 구절초, 들국화, 능소화, 산국, 하늘매발톱 등의 작품이 아담하게 걸려있다.







만 아니라 한 땀 한 땀 수놓은 자수 베갯잇, 보자기, 지갑, 광목원피스 등의 소품도 눈을 사로잡는다. 광목이 주는 푸근함에 더해 우리 들뫼에서 자라는 들꽃이 더도 덜도 아닌 한 송이 씩 수놓아진 것이 편안하면서도 넉넉한 동양화의 여백을 느끼게 해준다.


이번 장은실 자수전은 오는 16일까지 열리며 전시 기간 중에는 4일과 9일 이틀에 걸쳐 자수 특강도 이어졌다. 마침 기자가 찾은 날은 오전 10시부터 자수 특강이 열리고 있었는데 5명으로 제한된 인원이 7명을 넘을 만큼 자수에 큰 관심을 보였다. 바늘과 실을 만져 볼 새 없이 모든 것이 빠르고 급하게만 흘러가는 시대에 자수는 어쩌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되레 차분히 자신의 마음을 모으고 집중시키기에 좋은 취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야생화 자수를 품다” <전시안내>

곳: 고양시 신원도서관 전시실

때: 11월 2일부터 16일까지

문의: 031-8075-9340


 

들꽃 자수, 스스로 성장하고 치유되는 작업

[대담] "야생화 자수를 품다" 작가 장은실


 

- 자수를 하게 된 계기는?

 

어려서부터 자수, 바느질, 뜨개질 이런 걸 다 좋아 했어요.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야생화 자수를 알게 됐는데 인연을 만났다 싶었지요. 야생화 자수는 프랑스자수나 전통자수에 견주어 좀 더 섬세하고 곱지요. 이런 부분이 저랑 잘 맞았어요.”

 

- 소재를 특별히 들꽃으로 삼은 까닭은?

 

야생화 자수는 화려하거나 튀지 않아요. 이런 표현 방법이 들꽃이랑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들꽃만을 고집하지는 않지만, 화려한 개량종이나 외래종 보다는 우리꽃이 더 정감있고 야생화 자수에 잘 맞는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 자수가 지닌 매력은?

 

자수가 지닌 매력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큰 매력은 나를 돌아 볼 수 있다는 거지요. 꽃을 찾고 도안 작업, 색 찾기, 수놓기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지만 이런 과정 속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치유 되는 것을 느낍니다. 한 땀 한 땀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마음에 위안을 주지요.”

 

- 자수를 하면서 재미난 일화가 있는지?

 

매 순간 재미있고 환희를 느껴요. 이른 봄 들꽃을 찍으러 나갔을 때 땅속에서 올라오는 봄의 기운이 느껴져요. 겨우내 얼었던 땅을 밀고 올라오는 작고 여린 새순들을 보신 적이 있나요? 그 여리디 여린 맨 몸으로 오롯이 혼자 올라오는 순들... 이것이 기적 아닌가요? 한여름 뙤약볕 속의 꽃 색과 소나기 뒤의 색은 완전히 다르답니다. 이런 다른 느낌을 색실로 표현할 때의 기쁨! 물론 힘들 때가 배로 많지요, 그래서 완성 후의 기쁨이 더욱 큰 것 같아요.”

 

- 특별히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야생화 자수 작가로서 제가 추구하는 자수는 시 같은 자수입니다. 이것저것 늘어지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간결하고 소박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표현 하려고 하지요. 자수가 나를 찾게 해줬고 내가 갈 길을 보여 줍니다.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 성장한다는 것을 느끼고, 과정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지요. 작품 하나하나를 완성해 갈 때마다 힘들지만 그 자체로 위로를 받습니다. 내가 위안 받고 행복을 느낀 것처럼 누군가에게도 잔잔한 미소와 위안을 주는 작업이 계속되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