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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들이

[화보] 세종시 천년고찰 비암사를 찾아서


































[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한국의 구석 구석에는 역사의 자취를 간직한 많은 절들이 있다. 그 어느 곳이나 산좋고 물맑은 곳이면 또 어김없이 우리문화의 보배와도 같은 절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오늘은 충청남도 세종특별자치시에 있는  고즈넉한 절 비암사(碑巖寺)를 찾았다. 비암사의 역사는  한국의 모든 절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민족의 수난사에 빠짐없었던 전란과 조선시대 500년 탄압의 역사속에 그 정확한 내력조차 남기지 못하고 현재 남아있는 자취를 근거로 추측과 남겨진 절의 유물로 알 수밖에 없다. 


비암사는 그 이름도 특이하다. 비암(碑巖}이라니 무슨 특별한 비석과 같은 바위가 있었는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고, 절 종무소에 들러서 물어도 보았으나, 그 한자이름에 걸맞는 비석 같은 바위는 없다고 하였다. 참으로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경내를 돌아보고 막 나오려는데, 종무실장이 특이한 곳을 안내해 주었다. 그곳은 절의 서쪽 언덕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토굴이었는데, 그곳에 특이한 전설이 전하고 있다고 하면서 안내 해 주었다.


그 유래가 전하는 시절은 정확하지 않지만, 먼 옛날에 한 소녀가 절 안에 있는 삼층석탑에 새벽이면 스님과 함께 탑돌이를 하면서 기도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하루 이틀이 아니고 거의 백일이 되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탑돌이를 하기에 이를 기이하게 여긴 스님이 하루는 도량석을 마친후 몰래 그 소녀의 뒤를 밟아보았는데, 그녀가 없어진 곳은 절의 서쪽 언덕의 토굴속이었다. 너무도 놀란 스님이 잠시 몸을 숨겼다가 그 토굴속을 샆펴보니 그 토굴 속에는 커다란 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있었는데, 스님을 보자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고 한다.


"스님 제가 부처님께 100일 기도를 마치려면 3일 남았습니다."  "앞으로 3일만 더 기도드리면 저도 이 구렁이의 몸을 벗고 사람이 될 수 있었는데, 이제 그리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하면서 슬피 울면서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하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전설같은 슬픈 이야기가 전하는 비암사의 내력을 듣고보니, 비암이란 비석같은 바위가 아니라 뱀의 충청도 사투리에서 연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 사람들은 뱀을 "비암"이라고 보통 부르기 때문이다. 그 "비암"을 굳이 한자를 빌려쓰면 비암(碑巖}이라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암사의 창건은 백제말에서 부터라고 하나, 그 구체적인 근거를 이곳에서 찾기는 어렵다. 이후 신라말 도선국사가 중창하여 고려시대에는 당당한 절로 전통을 이어왔으나 이후 조선시대에 들어 억불정책으로 날로 야위어 가던 중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맞았다. 그 뒤 세워진 극락보전과 그 안에 모셔진 아미타불 그리고 전란으로 돌아가신 분들의 위령재를 지낼 때 사용하던 괘불탱화가 있었고, 고려시대  삼층석탑만이 남은채 나머지는 모두 소실되고 말았다.  이후 그 이름만으로 명맥을 이어오던 중 1991년 부터 대웅전과 명부전 산신각 요사채 범종각등 전각을 중건하고, 주변 석축과 주차장 등 경내를 정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절 보물로는 본래 석상 중 계유명전씨아미타삼존석상()은 국보 제106호로, 기축명아미타여래제불보살석상()과 미륵보살반가석상은 각각 보물 제367호와 제368호로 지정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있고, 지금은 극락보전이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된 다포집이 있으며, 전각 내 아미타불은 17세기에 조성된 불상으로 나무로 골격을 잡고 그 위에 흙을 붙여서 조성한 소조아미타불로  그 좌불의 크기가 거의  2m애 아루는 건장한 모습이다.


현재 이 아미타불상은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 또 아미타 불상 위의 닫집과 조각물들은 그 수법이 화려하고 닷집의 용은 그 생동감이 어디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다. 이 밖에 사면군상이 발견된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119호인 삼층석탑과 부도 3기가 있다. 


세종특별자치시에는 작은 절들은 여럿 있지만 그나마 품격을 갖춘 절은 별로 없다 싶어서 그동안 무척 아쉬웠는데, 오늘 이곳 비암사를 찾아보니 그나마 무척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만큼의 품격을 갖춘 절이 있기까지는 청신녀 "정영희" 여사님의 공덕 때문이라고 한다.  수많은 전란을 극복하고 거의 폐사에 이르렀던 비암사가 현재의 모습으로나마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이를 지켜내기 위하여 온 정성을 다하신 청신녀 정영희 님의 크나큰 공덕도 길이 잊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어려운 시절을 지나 오늘에 이른 비암사가 세종시내 불법을 전하는 전당으로 자리하길 빌어본다.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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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기자

최우성 (건축사.문화재수리기술자. 한겨레건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