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화폭에 번지는 수묵 꽃잎으로 피우는 운곡의 한국화

운곡 강장원 유작전 “그리움과 만남, 울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세상 다 살도록 못다 할 사랑이라

속 시린 그리움이 더러는 야속해도

예인의 고단한 길에 추임새가 되리니

 

가지 끝 꽃망울에 속 깊이 품은 사랑

봄비에 젖거들랑 그렁그렁 맺혔다가

화폭에 번지는 수묵 꽃잎으로 피우리


 

지난 2014327일 고 운곡 강장원 화백은 우리 신문에 이렇게 노래했다. “화폭에 번지는 수묵 꽃잎으로 피우리라고 했지만 선생은 지금 이 세상에 없다. 갑자기 세상을 떠 고인이 된지 한 해를 훌쩍 넘겼다. 아아! 더는 선생의 붓질을 볼 수가 없단 말인가?

 

하지만, 선생의 유작이라도 볼 기회를 선생의 자녀들은 우리에게 열어 주었다. “그리움과 만남, 울림이라는 제목으로 <운곡 강장원 유작전>이 서울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LAMER)에서 오는 22일까지 열리고 있다.

 

주로 우리 신문을 통해 인터넷 화면으로만 봐왔던 작품들을 화랑에서 직접 보는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국의 빛깔을 살려 참다운 한국화를 구현해왔다는 평을 받았던 작품들이 화랑에 그득하다. 선생이 내게 일필휘지로 그려줬던 서설송운(瑞雪松韻)”과 닮은 작품 앞에 나는 한참 동안이나 서 있다.


 






그리고 먹으로만 음영의 농담을 살려 아련히 그려낸 한려연안”, 아우성치며 바위에 부딪혀 포말을 치올리는 해조음(海潮音)”, 겸재가 현대에 태어남인가? “설악운해(雪嶽雲海)", 어울리지 않을 듯 어울린 연꽃과 잠자리“, 화폭 앞에 우두커니 한 참을 서 있게 하는 서래조사(西來祖師)“에 이어 선생의 마지막 유작 반매춘우(畔梅春雨)“가 깊이깊이 나의 가슴을 울린다.

 

그의 아들 강성우는 말한다. “아버지께서는 운동을 하러 가셨다가 갑자기 쓰러져 뇌출혈로 세상을 뜨셨습니다. 그런데 돌아가시기 전 이미 이 갤러리를 계약해놓으셨다는 걸 알고 아버지께 유언을 듣지는 못했지만 하시고자 하셨던 것을 사후에라도 이루어 드리는 게 도리라 생각해서 유작전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생전에 그려놓으신 작품들을 모두 모아 500쪽의 작품집을 내게 되었습니다.”

 

옆에 있던 큰딸 강소영 씨는 아버지는 그림을 하고 싶다는 저를 말리신 적이 있었습니다. 고된 예술인의 삶을 염려한 까닭이겠지요. 하지만 취미로 하겠다는 말에 겨우 허락을 해주셨는데 그렇게라도 아버지의 작품세계를 잇고 싶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정말 존경합니다.”라면서 회한에 젖는다.

 

선생은 신문에 그림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가져다 쓰세요.“라고 그 귀한 그림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었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신문 독자들에게 선생의 혼을 담은 귀한 작품을 소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선생을 만날 수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운곡 선생이시여! 멀리 하늘나라에서도 일필휘지 붓을 날려 우리들의 가슴 속에 철학이 깃든, 아름다움이 드러난 화폭을 넣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