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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민천식・김나연으로 이어진 황해도 화관무(花冠舞)

[국악속풀이 290]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인천 계양문화회관에서 열린 삼인(三人)삼색(三色)전 공연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전공분야가 다른 풍물의 지운하, 서도소리 배뱅이굿의 박준영, 화관무의 김나연 등이 한 무대에서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되어 오는 우수한 예술을 일반 대중들에게 알림과 동시에 그 맥을 이어가기 위해 후학들과 함께 무대를 만든 것이라는 이야기, 예로부터 악이란 개념은 기악의 악(), 성악의 가(), 춤의 무()를 동시에 일컫는 말이었으며, 그 예로 가야금 악사 우륵(于勒)이 신라의 계고라는 제자에게는 가야금, 법지에게는 노래, 그리고 만덕에게는 춤을 가르쳤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날 삼색전에서는 모두 8종목을 무대에 올렸는데, 첫 무대는 길놀이로 객석의 시선을 모았으며, 무대 위에는 고사상이 차려지고, 남기문 외 4인의 비나리와 사물의 연주가 일품이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두 번째 무대인 김나연 외 17명의 화관무(花冠舞)황해도 무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되어 있는 춤으로 해주와 개성 등지에서 마을의 큰 행사, 축제가 있을 때 추어온 춤이라는 이야기, 이 춤은 지방의 특색은 물론, 궁중무용과 같은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으면서도 해서지방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끼게 되는 반주음악이 특징이라는 점, 이 춤은 해서지방의 권번에 속해있던 기생들이 나라의 태평성대, 백성의 안녕 등을 기원하며 추었던 춤으로도 전해오고 있으며 이 춤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고 있는 시()한 수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 주에는 <황해도 화관무보존회>가 지니고 있는 춤 관련 자료를 통해 보다 자세하게 화관무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화관무(花冠舞)란 글자 그대로 꽃으로 장식된 화관을 머리에 쓴 무희들이 추는 춤이다. 1인이 추는 독무가 아니라, 여러 명의 무희들이 무리를 이루어 추는데, 둥근 원을 그리며 추는 일종의 원진무(圓陣舞) 형태의 춤이다. 원진무란 강강술래와 같이 많은 여인들이 손에 손을 잡고 원을 만들며 휘도는 집단적 춤을 일컫는데, 그 내용은 달을 형상화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춤은 지역공동체를 중시하는 풍습과 어우러지며 마을공동체, 더 나아가 민족의 염원을 담은 춤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데, 황해도 지방에 전승되어 오던 화관무 또한 공동체와 애국심을 극대화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민천식이라는 분이 재구성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화관무를 통해 삶에 대한 긍정적인 활력소를 불러일으키게 되며 현세적 길복을 담고 있다는 것이 <화관무보존회>의 설명이다.

 

화관무는 현재 이북5도청의 황해도 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있고, 그 예능보유자가 바로 이날 17명의 무희와 함께 무대에 섰던 김나연 명인이다.

 

김 명인의 스승은 민천식 선생이다. 민천식은 황해도 출생이며 한국전쟁 이후, 인천에 내려와 개인 연구소를 열고 황해도의 춤이며 노래를 끊임없이 전승시켜 왔고, 봉산탈춤의 예능보유자로 활동하다가 작고한 분이다. 그는 황해도 권번의 사범으로 있으면서 권번 기생들에게도 노래와 춤을 지도해 온 예인으로 유명했고, 인천에 자리 잡은 이후에는 황해도 전통예술을 오늘에 잇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인천국악원에서 후진들을 양성할 때, 김나연은 민천식으로부터 노래와 함께 춤을 배웠고, 이를 전승해 오다가 이북5도청 황해도의 민속예술로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김나연이 추고 있는 화관무는 황해도 출신 민천식이 그 지방의 기녀들에게 가르쳤던 춤이며, 이를 재구성해서 인천에 내려와 김나연에게 전승해 주었기 때문에 이 춤의 이름을 <민천식류 황해도 화관무>라 칭하고 있는 것이다.

 

김나연은 스승의 화관무를 더더욱 널리 보급하는 교육사업 이외에도 <인천 아시안게임> 축하공연을 비롯하여 <인천 세계도시 축전>시에도 안무와 지도를 하였으며 여러 차례 <명인명무전>에 출연하였다. 현재는 화관무 예능보유자로, 한양대 사회교육원 초빙교수로, 홍익예술대 초빙교수로 후진들을 지도해 오고 있는 춤꾼이다.

김나연이 보존하고 있는 화관무는 머리에 화관을 쓰고 노란색 저고리에 금박을 물린 홍색 치마를 입은 후, 겉옷으로 색동소매가 달린 금박무늬의 황색 몽두리를 입으며 양손에는 오색한삼을 끼고 가슴에 홍띠를 맨다. 한삼은 폭이 좁고 비교적 짧은 점이 특색이다. 한삼의 폭이 넓고 길면 화려함과 우아함을 보여줄 수 있지만, 민천식은 억제와 절제의 규제 속에서 기교와 재간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한삼의 폭과 길이에 제한을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로지 어깨를 중심으로 한 손놀림의 표현으로 해서지방의 민속전통을 계승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 춤은 양손에 오색한삼을 낀 여러 명의 무희들이 양손을 모으고 잦은걸음으로 줄지어 나와 무대 정면을 보고 시작한다. 무대의 중앙은 화관무의 대표적 춤꾼이 도드리장단과 허튼타령장단(이를 삼현장단이라고도 함)에 맞추어 연주되는 서도 시나위에 맞추어 춤을 이끈다.


 

반주음악은 장고 장단에 맞춰 해금, 대금, 쌍피리로 연주되는데, 이러한 연주편성을 일러 삼현육각(三絃六角) 편성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피리악사 2, 대금 1, 해금 1, 북과 장고가 각각 1인이어서 모두 6명의 편성이다. 악곡은 서울 경기지방의 반주음악과 달리 서도의 시나위를 연주하는데, 이 음악의 주 장단인 삼현장단, 곧 빠른 4박의 헛튼타령장단은 해서탈춤, 해주검무 등 황해도 지방의 여러 연회에서 두루 쓰이는 형태이다.

 

또한 이 춤은 해서지방 특유의 한삼뿌림이 특징이다. 화관무에서 주로 쓰이는 외사위, 양사위, 비낄사위 등을 한삼뿌림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해서지방의 탈춤에서와 같은 활달함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한삼뿌림은 전통무용의 기본적인 세 가지 요소로 인식되고 있는 발디딤새와 손놀림새, 그리고 몸굴림새를 유기적으로 율동하여 무용예술로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손놀림새에서의 양우선(兩雨線), 다시 말해 두 손 바닥이 음양의 화합으로 서로 마주보게 짝을 이루며 춤새를 구사한다.

 

이처럼 조화를 이루면서 기()를 모았다가 흩트렸다 하는 반복의 형식은 화관무(花冠舞)의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하는 기법이다. 뒷부분에서 행해지는 연풍대 부분도 특징이다. 몸을 굽혀서 굴리며 도는 것으로 황해도 지방의 독특한 호방함을 나타내고 있으며 폭이 큰 춤새의 전승과 함께 황해도 화관무의 절정을 이루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자주 무대 위에 화관무가 펼쳐져서 그 아름다움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