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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삼인삼색, 박준영의 배뱅이굿

[국악속풀이 291]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황해도 화관무(花冠舞)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화관무는 꽃으로 장식된 화관을 머리에 쓴 무희들이 추는 춤이며 독무(獨舞)가 아니라, 여러 무희들이 원을 그리며 함께 추는 일종의 원진무(圓陣舞) 형태의 춤이라는 이야기, 원진무는 강강술래와 같이 여인들이 손을 잡고 원을 만들며 휘도는 집단적 춤으로 달을 형상화 한 것이라는 이야기, 이러한 춤은 지역공동체를 중시하는 풍습이고 마을공동체의 염원을 담고 있으며 삶에 대한 긍정적인 활력소와 현세적 길복을 담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화관무는 현재 이북5도청의 황해도 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있고, 황해도 출신 민천식에 의해 전승이 이루어졌으며 민천식은 황해도 권번에서 기생들에게 노래와 춤을 지도해 온 예인이었으나 전쟁 뒤 인천에 국악원을 세우고 김나연에게 이 춤을 전승하였기에 이름을 <민천식류 황해도 화관무>라 부르고 있다는 이야기, 화관무는 머리에 화관, 노란색 저고리에 금박을 물린 홍색 치마, 양손의 오색한삼, 홍띠를 매는데, 한삼은 폭이 좁고 짧은 점이 특색이란 점을 말했다.

 

또 어깨를 중심으로 한 손놀림의 표현 등이 해서지방의 전통이란 점, 장단형태는 도드리장단과 허튼타령장단(이를 삼현장단이라고도 함)에 서도 시나위를 삼현육각(三絃六角) 편성으로 연주한다는 점, 주 장단인 삼현장단, 곧 빠른 4박의 헛튼타령 장단은 해서탈춤, 해주검무 등 황해도 지방의 여러 연회에서 두루 쓰이는 형태라는 이야기고 얘기했다.

 

아울러 해서지방 특유의 다양한 한삼뿌림이 특징이어서 활달함을 구사하고 있으며 조화를 이루면서 기()를 모았다가 흩트렸다 하는 반복의 형식은 화관무(花冠舞)의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하는 기법이란 점, 연풍대 부분에서도 황해도 지방의 독특한 호방함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과 함께 황해도 화관무의 절정을 이루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삼인삼색전의 세 번째 무대에 오른 서도 소리와 소리꾼 박준영 명창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한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상식이지만, 서도소리란 관서지방, 다시 말해 황해도의 산염불이라든가, 난봉가류의 노래, 또는 평안도의 수심가(愁心歌)나 긴아리, 잦은아리처럼 황해도나 평안남북도 지방에서 불리어 온 노래를 통칭하는 이름이다.


서울, 경기지방의 소리가 다양한 것처럼, 이 서도지방의 소리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예를 들면 명주실을 뽑아내듯 속청(이를 세청(細淸)이라고도 함)을 써서 시()를 읊어 나가는 관산융마와 같은 시창(詩唱)을 비롯하여, 초한가나 공명가, 제전 등과 같이 앉아서 절제된 감정을 풀어내는 좌창(坐唱)이 있고, 반면에 여러 명이 서서 혹은 대형을 갖추며 부르는 씩씩하면서도 흥겨운 선소리 입창(立唱)도 있으며 다양한 장단과 창법을 지닌 각 지방의 특색있는 민요가 널리 불리고 있다.

 

또한 <추풍감별곡>과 같은 송서(誦書), 배뱅이굿과 같은 창극조(唱劇調) 등도 있다. 그러나 어떤 소리라도 서도창의 특징은 수심가를 토대로 하는 노래여서 수심가조가 기본이 되는 것이다.

 

이 중 박준영의 주 전공 분야는 소리극조의 <배뱅이굿>이다. 배뱅이굿은 얼마 전에 세상을 뜬 이은관의 전매특허처럼 알려져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일반 대중들과 함께 해왔고, 또 그만큼 친숙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서도의 유명한 창극조이다.


 

이전부터 전해오는 이 소리를 다듬고 정리한 사람은 19세기말 평안도 용강의 김관준(金官俊)이라는 스님 출신의 소리꾼으로 알려져 있다. 용강은 강서, 함종, 삼화, 증산과 함께 평안도 긴아리의 소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김관준의 소리는 그의 아들인 김종조를 비롯하여, 최순경, 이인수 등이 이어 받았다.

 

최순경의 제자로는 수심가와 배뱅이굿으로 유명했던 백신행이 있으며 이인수의 소리는 다시 이은관(李殷官)으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는데, 삼인삼색전이 열린 계양문화회관에서 당일 배뱅이굿으로 객석을 울리고 웃긴 박준영은 바로 고 이은관 명창의 소리를 이어가는 제자이다.

배뱅이굿은 줄거리가 있는 재미있는 소리로 <배뱅이>라는 처녀가 혼인 전에 죽게 되자, 그녀의 혼을 달래주기 위해 8도의 무당들을 불러 굿을 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묘사하고 있다.

 

그 가운데 평양에 사는 건달이 주막집 할머니로부터 들은 정보를 이용하여, 돈을 벌어간다는 이야기이다. 노래가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말로 장면이나 상황을 설명하는 <아니리>도 들어있고, 또한 몸동작이나 행동 등의 <발림>을 섞어 가며 청중을 울리고 웃기기에 판소리와 비교가 되지만, 판소리에서 주는 교훈적인 내용보다는 다소 허망한 내용으로 재미 위주의 이야기라는 인상이 짙다.

 

박준영은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즐겨 듣던 배뱅이굿을 자연스럽게 듣기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그 소리에 심취해서 그 판이 달아 빠지도록 들었다고 한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결국 그는 이은관 문하에 입문하여 본격적으로 소리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은 국가문화재 서도소리 준보유자로 배뱅이굿을 지켜가고 있다.

 

그는 나와 함께 미국이나 중국, 등 대학에서 열리는 학술 및 실연교류회에 참가할 기회가 많았다. 박준영은 차를 타거나 길을 걷거나 늘상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말없이 항상 이어폰을 끼고 무언가를 들으며 중얼거린다. 또한 자투리 시간만 나도 연습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학생들이나 젊은 후진들에게 무대에 서기 전에 항상 무대연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에서 그는 진정한 소리꾼으로서의 자세를 지켜나가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