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는 철릭(관복의 하나로 웃옷과 아래옷을 따로 만들어 허리에서 이어붙인 옷)과 난삼(조선시대에 유생, 생원, 진사 등이 입던 예복)ㆍ학창의(선비가 집에 거처하면서 한가롭게 입는 옷)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지요. 아래 치마[상(裳)] 부분은 12폭으로 지어서 웃옷의 허리와 연결시켜 여유를 보여준 것이 특징입니다. 심의를 입을 때는 비단으로 만든 검은빛 복건을 쓰고 띠를 매었는데 심의의 흰색과 가장자리의 검은색, 복건의 검은 색이 조화를 이루어 학자다운 고귀한 기품을 풍기는 옷이지요.
각 부분의 형태에는 철학적인 의미가 들어있는데 웃옷과 아래옷을 따로 마름질[재단]하는 것은 우주의 근본이 건곤(乾坤)에 있음을 상징합니다. 곧 건은 위에, 곤은 아래에 있어서 우주를 형성하는데 의(웃옷)는 건을, 상(치마)은 곤을 상징한 것이며, 건은 곤과 통하는 것이므로, 이 둘을 이어붙인 것입니다. 또 치마를 12폭으로 마름질하는데, 이는 하늘의 순리가 운행되면 한해가 12달로 구현된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심의는 무덤에서 출토된 것 말고는 전해지는 유물이 별로 없는데 경기도박물관에서 내년 3월 5일까지 열리고 있는 “의문(衣紋)의 조선” 전시회에 출토품과 재현품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