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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토박이말을 쓰면 한자는 필요없다

교육부는 누굴 위해 초등 5∼6년 교과서에 한자 표기하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편집국장]  2019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 교과서에 300자 내에서 한자를 표기할 수 있게 한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초등 교과서 한자 표기 기준'을 마련해 2019년부터 적용한다는 것이다. 표기 기준은 단원의 주요 학습 용어에 한해서 교과서 집필진과 심의회가 한자의 뜻이 용어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경우 한자를 표기할 수 있도록 했다. 표기하는 한자는 미리 선정한 한자 300자 내로 제한되며 교과서의 밑단이나 옆단에 한자와 음, 뜻을 모두 제시한다고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5학년 과학의 '태양계와 별' 단원에서 '항성'의 경우 '항상 같은 곳에서 빛나는 별'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한자가 도움이 되는 만큼 밑단이나 옆단에 '항성(恒星) : 항상(, 항상 항) 같은 곳에서 빛나는 별(, 별 성)'같은 식으로 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우주' 처럼 '집 우'(), '집 주'()라는 한자가 용어의 뜻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표기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이는 일반 국민의 말글생활에 있어 무엇을 그 바탕으로 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는 방향이다.

 

세종대왕, 모든 백성의 쉬운 말글생활을 위해 훈민정음 창제


 

우리는 한글이라는 위대한 글자를 가진 겨레다. 그 위대한 한글은 누구나 알다시피 세종대왕이 창제한 것이다. 임금이 곧 법이었던 시대의 세종은 왜 훈민정음을 창제했는가? 그때 세종은 한문에 통달했다. 따라서 자신의 나라를 통치하기 위해서는 다른 글자는 필요가 없었다. 그럼에도 세종은 어려운 한자를 배울 수 없는 백성들을 위해 배우기 쉬운 글자를 만들어야 했다. 글자를 알아야 만이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최만리를 비롯한 집현전 학자들 대부분이 반대한 글자 창제, 명나라의 눈치도 봐야하는 상태였기에 세종은 왕자와 공주들의 도움만으로 비밀스런 창제작업에 온 몸을 바쳐야 했고, 그 때문에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세종은 훈민정음 곧 한글을 창제했다. 오로지 백성의 행복한 삶을 염원했기에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은 것이다.

 

반면에 요즘 우리 정치지도자들, 공복이라고 하는 공무원들은 그런 세종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리고 따르려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정부기관에서 오는 보도자료들을 보면 온갖 어려운 말 투성이다. 독자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쉬운 말을 써주면 좋으련만 그러면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유개고배(有蓋高杯)“, ”뚜껑이 있는 굽다리 접시라고 쓰면 돼

 

개최하다’, ‘선정되었다‘, ’언급했다‘, ’문양‘, ’식재하다‘, ’종료‘, ’우천시‘, ’일환으로처럼 한자로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면서 이를 명확히 하려면 한자로 표기해야 한다고 우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연다’, ‘뽑혔다’, ‘말했다’, ‘무늬’, ‘심다’, ‘’, ‘비가 올 때’, ‘하나로처럼 쓰면 굳이 한자 필요 없이 더욱 알아듣기 쉽다.

 

뿐만 아니라 토크콘서트’, ‘’포토존‘, ’큐레이터‘, ’아티스트뮤지션‘, ’오픈‘, ’콜라보같은 영어 쓰기도 버릇이 되었다. ’이야기마당‘, ’사진마당‘, ’전시해설사‘, ’예술가, 음악인‘, ’열다‘, ’협력이라고 쓰면 될 것을 말이다. 아마도 이 보도자료를 쓴 이들은 아예 ’talkconcert’, ‘curator’, ‘collaboration’라고 써야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지난 1129일 우리 신문엔 유개고배?, ‘뚜껑있는 굽다리 접시가 훨씬 좋아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랐다. 어려운 한자말이 아니라 쉬운 우리말로 전시품 소개를 한 국립대구박물관을 칭찬한 기사다. 유식한 전문가들은 유개고배라고 한다. 그러면서 이를 有蓋高杯라고 써야 이해하기 쉽다고 우길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한자 를 아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차라리 대구박물관처럼 뚜껑이 있는 굽다리 접시라 쓰면 한자를 쓴 것보다 훨씬 알기 쉽지 않은가?

 

세종대왕은 교육부를 크게 꾸짖고 있을 것


경향신문은 초등 5·6학년 교과서에 한자 300자까지 꼼수도입이라고 말한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한다고 발표된 지난해부터 한자 학습지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빠르게 늘고 있고, 1학년부터 급수시험을 보는 예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300자가 발표되는 순간 또 하나의 사교육 때문에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지난해 교육부가 한자표기정책을 추진할 당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한자경진대회를 후원하고, 한자교육 영리업체의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것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과연 교육부의 한자를 함께 쓰는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진정 학생들을 위한 것이 아닌 한자 사교육 관련 업체와 이에 연결된 부도덕한 공무원들을 위한 것은 아닌지 묻는다.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으로 대한민국은 몸살을 앓고 있다. 자신들의 욕심만 채우려 했던 사람들이 나라를 망친 사건으로 국제적 조롱거리가 되어버렸다. 이런 때에 교육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 표기하려 한다. 이에 세종대왕은 지하에서 교육부를 크게 꾸짖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