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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도쿄 한복판서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 열려

신오쿠보 고려박물관서 지난해 11월2일부터 오는 1월 29일까지 전시

[우리문화신문=일본 도쿄 이윤옥 기자] 고려박물관으로 향하는 신오쿠보 거리에 겨울비가 추적거리고 내리고 있었다. 한글 간판이 즐비하게 나있는 좁은 골목길을 지나며 기자는 하라다 이사장을 떠 올렸다.


"벌써 10여 년 전일이지만 정년을 하고 무작정 한국으로 달려갔지요. 음성 꽃동네서 2년간 선조들이 저지른 침략의 역사를 반성하는 뜻에서 봉사를 자청했습니다."


고려박물관의 하라다 쿄코(原田京子) 이사장은 오로지 '조선 침략을 반성' 하는 뜻에서 한국말을 배웠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웠다고 했다. 그리고 생의 후반부를 일제국주의가 빚은 '침략역사를 알리는 고려박물관'에서 봉사의 길을 걷고 있다.





떡볶이집과 김밥집을 지나 7층 고려박물관에 들어서자 반가운 얼굴들이 비 내리는 일요일 오후에도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100% 자원봉사로 꾸려가고 있는 고려박물관 전시실에는 지난해 11월 2일부터 올해 1월 29일까지 좀 색다른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침략에 저항한 불굴의 조선여성들(侵略に抗う不屈の朝鮮女性たち) -시와 그림으로 엮는 독립운동의 여성들(2)(詩と畵でづづる獨立運動の女性たち(2)" 이라는 다소 긴 제목의 전시회가 그것이다. 기자가 쓴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를 맛깔스런 그림으로 표현한 것은 이무성 한국 화가이다. 일본인들을 위해 일본어로 번역하여 모두 30점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서 자원봉사자들과 인사 몇 마디 나누는 동안에 두어 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았고 이어 고등학교 선생이 남녀 학생 둘을 데리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아이들에게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려고 데려왔습니다. 요코하마 하야토고등학교 나카노입니다" 나카노 타쿠야 (中野卓弥, 橫浜隼人高等學校) 선생은 전시되고 있는 여성독립운동가의 시를 기자가 썼다고 소개하니 이내 자신이 데리고 온 학생들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키가 헌칠한 미남의 남학생은 니시노 레이스케(西野励祐, 요코하마하야토고교 고1) 군이고 여학생은 다나카 미쿠(田中未來, 같은 학교 고1)였다. 기자가 인사를 하고 명함을 건네니 자신들도 손수 만든 명함을 건네주었는데 둘 다 '요코하마 하야토고등학교 보란티어동호회 부회장"이라는 직함이 새겨져 있었다.


기자는 열네 살에 목포에서 동료들과 만세 운동을 벌이다 구금된 김나열 지사부터 설명해 나갔다. 이번에 전시된 30명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은 학생, 해녀, 노동자, 교육자, 기생 등 다양한 출신의 여성들로 독립운동에 참여한 연령층도 10대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웠다.


함경도 출신으로 경성에 올라와 방적공장에 다니면서 야학으로 민족의식을 일깨우고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가 스물 둘의 나이에 고문으로 순국한 고수복 지사를 설명할 때는 나도 모르게 목이 메어 울먹였다.




짧은 시간에 이 많은 여성들의 독립운동사를 설명한다는 자체가 무리였지만 귀를 쫑긋하고 나의 설명에 두 눈을 반짝이는 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침략의 역사'를 설명하고자 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89살인 할아버지에게 2차대전 이야기를 종종 들었어요. 하지만 침략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으셨어요" 레이스케 군은 전시된 작품의 주인공들의 설명을 모두 듣고 잠시 차를 마시며 환담하는 시간에 그렇게 말했다. "학교에서 세계사를 배우지만 조선침략에 대해서는 자세히 배우지 않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한국인들이 침략에 저항하여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미쿠 양도 한마디 했다.


"일본의 교과서에서는 조선침략을 크게 다루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모를 수밖에요. 저는 틈만 나면 이곳 고려박물관에 학생들을 데리고 옵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직접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는 한일관계의 다양한 전시물을 통해 아이들에게 산교육을 시키고 싶은 것이지요." 국어 선생인 나카노 선생은 꽤 역사의식이 있는 사람이었다.


"고려박물관의 소식은 들었지만 와보기는 처음입니다. 저는 후츄시(府中市)에서 조선인학교 자원 봉사활동을 오랫동안 하고 있습니다. 치마저고리친구의모임(チマチョゴリ友の会)이라고 결성된 지 20년쯤 되는 모임의 회원입니다. 경비조달을 위해 김치를 만들어 팔기도 하고 한글강좌를 열기도 합니다." 마침 전시장을 찾아와 여성독립운동가 설명을 함께 들은 미야자키 류이치 (宮崎龍一)씨도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전시중인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은 이번이 두 번째로 첫 번째는 3년 전인 2014년 1월 19일부터 3월 30일까지 이곳에서 열렸었다. 그 계기는 참으로 우연이었다. 아니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놀라운 사연이 있다.


전시회가 있기 1년 전 기자는 일본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고려박물관의 하라다 이사장이었다. 서툴지만 또렷한 한국말로 "저희들은 일본에서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를 공부하는 사람들입니다. 고려박물관의 조선사연구회 회원들이지요." 그러면서 하라다 씨는 한국으로 여성독립운동가를 공부하러 갈 테니 기자에게 이분들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전화를 끊고 한방 맞은 기분이었다. 일본인들이 한국인들도 잘 모르는 여성독립운동가를 공부한다는 말에 귀를 의심했다. 실은 하라다 씨가 그런 제의를 해오기 1년 전 기자는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 30편을 일본어로 번역하여 책을 낸 적이 있다. 우리끼리만 독립운동사를 알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일본어와 영어로 번역한 것이었다. 일본의 조선사연구회 회원들은 이 책으로 1년간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를 공부했다고 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 인연으로 2013년 10월 22일 고려박물관소속 조선여성사연구회 회원 10명이 한국으로 건너왔다. 히구치 유우지(樋口祐二) 관장 한분만 남성이고 모두 여성인데 이들의 평균 연령은 65세였다. 가장 나이가 많은 분은 84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자는 이분들을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강의실로 초대했다. 그리고는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가지 장장 8시간을 꼬박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강의를 해드렸다. 도중에 점심을 먹은 1시간과 서대문형무소를 돌아본 1시간을 빼고는 꼬박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기자의 설명을 경청했다. 단 한사람도 조는 사람이 없이 8시간을 연세든 분들이 앉아 있기에는 조금 혹독한 일이었지만 조선사연구회분들은 그렇게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를 공부해 나갔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기자가 쓴 시에 이무성 화백이 그린 그림을 일본에서 전시하게 된 것이었다. 1회(20점)와 2회(30점) 전시회 모두 그림은 족자형태로 돌돌 말아 기자가 광화문 우체국에서 국제소포로 부쳤다.


"우익들이 판을 쳐서 혹시 그림이 손상되면 어쩌지요? 저희는 알다시피 시민단체라 작품에 대한 보상이 어렵습니다. 작품을 보험에 들 여력도 없습니다만..." 첫 전시회 무렵만 해도 도쿄의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 일대는 혐한시위가 한창이었고 극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우익들의 사나움이 극에 달하던 때였다.


"괜찮습니다. 만일 작품이 손상된다해도 책임을 묻지 않겠습니다." 이무성 화백은 자신의 작품이 우익들에 의해 칼로 난도질을 당한다해도 문제가 없다고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일본인들이 우리의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알고 싶어하는데 어떻게든 도와줘야 한다는 게 이 화백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제1회 전시회가 일본 도쿄 한 복판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일본인들 사이에 위안부 문제는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침략의 역사에 저항하여 나라를 구하고자 했던 한국인 여성"에 대한 인식은 거의 희박하던 때였다. 지금도 거의 나아지고 있지 않지만 고려박물관의 적극적으로 활동으로 조금씩 일본인들 가운데는 "침략역사로 비롯된 한국 여성들의 불굴의 의지"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한 성과는 3년 전 전시 기간 중에 가졌던 강연회를 통해서 느꼈다. 사실 고려박물관은 비영리시민단체로 전국에서 시민들이 한푼 두푼 내는 회비로 운영하는 곳이다. 따라서 전시중인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는 강연회 연사로 기자를 초청하고 싶지만 초대할 여력이 없다고 했다. 기자 역시 자비로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는 책을 6권째 내고 있는 형편이라 어렵기는 매한가지지만 강연을 위해 즉각 일본으로 달려갔다.


2014년 3월 8일 토요일 오후 2시. 기자는 이 날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 강연에 170명의 일본인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자리를 메웠다. 고려박물관 설립 23년(현재는 26년째)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자리가 없어 되돌아 간 사람도 많았다.


그것도 1천 엔(한화 1만원)의 입장료를 내는 상황이었다. 대성공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온 것도 많이 온 것이지만 '한국 여성들이 불굴의 의지로 목숨을 걸고 일제국주의 침략자들과 맞섰다는 사실'을 듣고자하는 일본인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에 기뻤다. 그날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일본의 지식인들은 침략 사실을 잘 모를 뿐 아니라 안다고 해도 수박 겉핥기식이었다. 일본 지식인에게 충격을 받은 것은 내가 와세다대학에 연구원을 지낸 뒤 귀국하여 교수 몇 명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독립기념관을 보여줄까 했는데 "그거 다 꾸며 낸 거 아닌가요? 별로 가보고 싶지 않습니다만..." 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였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후 겪은 수많은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의 태도는 거의 그랬다. 그러했기에 그날 강연을 들으러 온 사람들이 얼마 없을 것이라는 주최 측의 걱정이 빗나간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정말 일본이 이렇게 한국인들을 괴롭힌 침략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어떻게 일본의 침략을 사과하면 좋겠습니까?"

"독립운동을 한 후손들은 잘 살고 계십니까?"

등등 당시 170명의 설문지는 그대로 고려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설문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2014.3.8)


“최근 전쟁(태평양전쟁) 전으로 회귀하려고 오로지 한 길로 돌진하는 아베정권의 위기감과 ‘국가가 관여한 위안부는 어느 나라나 있었다’ 같은 발언으로 심한 분노를 느끼던 참에 꼭 오늘 강연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후쿠오카에서 왔습니다.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 강한 책임감을 갖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여성들을 나도 기억하고 싶으며 일본에도 야만적인 천황제 하에서 싸운 여성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기회에 한국 여성들, 일본 여성들이 서로 기억하여 한일평화의 교류를 확대해 가게 되길 크게 희망합니다. ‘왜놈’이라는 말이 가슴을 찌릅니다. 젊은 세대에게 어떻게 전해갈지에 대해 생각 중입니다.(最近の戦前回帰への道をひたすらに突き進む安倍政権への危機感、として「慰安婦はどこの国にもいた。国が関与などでっち上げたり」との発言に強い怒りを感じて是非とも今日の講演を聞きたいと思い、福岡から来ました。儒教の国の朝鮮で強い意思を持って祖国の独立のために闘った女性たちのことを私もきおくしていたい、日本にも野蛮な天皇制のもとで闘った女性たちが沢山います。ともに韓国の女性たち、日本の女性たちが記憶し合い、ともに日韓の平和な交流が広がって行くことを強く願います。“倭奴”という言葉が身に突き刺さりました。若い世代にどうやって伝えて行くかを考えます)”


주최 측도 기자도 모두 놀랐던 제 1회 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을 마치고 이번 전시는 2회째다. 이번 전시회 기간에도 특별 강연이 있다. 1월 14일 오후 2시 고려박물관에서의 특별 강연을 위해 기자는 먼저 와서 전시회를 취재하는 등 강연 준비에 만반의 힘을 쏟고 있다.


이번 강연회에도 일본인들이 많이 와서 "과거 일본이 저지른 침략과 식민지 역사를 되돌아보고 두 번 다시 이 땅에서 전쟁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 일본"이 되도록 확고한 철학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 자리를 빌려 "조선침략을 일본인에게 알리고자 힘쓰는 고려박물관의 모든 회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전시회장을 나서려는데 이날 자원봉사로 나온 오오바(大場)씨는 "저희는 11일 화요일 날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태도에 항의하는 모임을 갖습니다. 저희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라며 기자의 손을 꼭 잡았다. 이번 특별 강연에도 많은 일본인들과 동포들이 와주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제2회 도쿄 고려박물관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전시 작품 30점】이무성 한국화가 그림

                                                                                                    (가나다순)

고수복, 김귀남, 김나열, 김락, 김마리아, 김숙경, 김알렉산드라, 김영순, 김옥련, 김온순, 김인애,김점순, 김필수, 문재민, 방순희,박애순, 신정숙, 오정화, 옥운경, 양방매, 이의순, 임봉선, 유관순, 장매성, 전월순, 정현숙, 조화벽, 채혜수, 최갑순, 한이순


【제2회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과 강연회】

* 곳 : 일본 도쿄 고려박물관

* 때 : 2016년 11월 2일 ~ 2017년 1월 29일

* 특별강연 : 2017년 1월 14일(오후 2시, 고려박물관)

* 한국 연락처 : 02-733-5027, 일본 연락처 : 03-5272-3510 


* 고려박물관 가는 길

JR야마노테선(JR山手線)을 타고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서 내려(출구는 한곳임) 출구로 나와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한인 상점이 나란히 있는 거리가 나온다. 이 거리 다음 블록이 쇼쿠안도리(職安通り, 직업안정소가 있는 거리)로 그곳에 고려박물관이 있다. 한국 수퍼 '광장' 건너편에 있다.


【일본 도쿄 고려박물관은 어떤 곳인가?】


“일본과 코리아(남한과 북한을 함께 부르는 말)의 역사,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며 풍신수길의 두 번에 걸친 침략과 근대 식민지 지배의 과오를 반성하고 재일 코리안의 생활과 권리 확립, 그리고 재일 코리안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전하기 위해 고려박물관을 설립하였다.” 고 고려박물관 사람들은 설립 취지를 말하고 있다. 고려박물관을 세운 사람들은 약 80%가 일본인이며 20여년을 준비하여 2009년 도쿄 신오쿠보에 문을 열었다. 박물관 운영은 순수회원들의 회비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본한자는 약자체를 쓰나 지원이 안돼 구자체로 되어있는 것을 이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