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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폭소를 자아내는 심봉사와 뺑파이야기

[국악속풀이 298]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4색 판소리마당>, 곧 수궁가, 심청가, 춘향가, 흥보가 가운데서 재미있는 한 토막을 중심으로 짤막짤막하게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옴니버스 형태로 엮어 공연한 제1탄, 수궁가의 창극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원로 예술인들은 극중에서 합창이라든가 또는 풍물과 같은 연주를 맡아서 진행하였고 주로 젊은 소리꾼들이 주인공으로 분하였는데, 토끼의 역할에는 김예진 양, 별주부 역은 정소라 양, 그리고 여우의 역할은 조아라 양이 분장하였고, 많은 시민들과 특히 초등학생들이 주관객으로 참여해 의미가 깊었다는 이야기를 하였으며, 작창은 정순임 명창, 연출은 정경호, 음악감독에 정경옥 명창이 심혈을 기우려 만든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첫 번째 무대는 수궁가 중에서 토끼와 별주부가 만나는 대목에부터 함께 용궁으로 떠나가는 대목까지를 창과 연기로 꾸몄다는 이야기, 수궁가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용왕의 중병에는 토끼의 간이 약이 된다고 해서 별주부 자라가 나서서 천신만고 끝에 토끼를 유인해 오나, 막상 토끼의 간을 꺼내려 할 때, 간을 청산에 두고 왔다는 궤변(詭辯)으로 토끼가 무사히 탈출한다는 이야기, 임금을 위한 자라의 충성심을 높은 가치로 보기도 하고, 죽게 된 토끼가 정신을 차리고 논리를 펴서 살아나오는 기지(機智)를 교훈으로 삼기도 하지만, 토끼가 너무도 쉽게 별주부의 유혹에 빠져 들었다는 과정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훈련대장감이라고 추켜세울 때 토끼가 기고만장하면서 별주부를 따라간 대목은 마치 우리를 유혹하는 천사의 탈을 쓴 사람들이 주위에 널려 있음을 올바로 보고, 용궁에 갔다가 되살아 나오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처음부터 따라가지 않아야 한다는 점,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눈을 감고 올바르게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너무도 적절한 창극이었다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이번 주에는 4색의 창극 가운데 심청가의 한 대목인 뺑파전을 소개하기로 한다. 출연에는 뺑파역에 세천향 민속예술단 단원인 손미영, 심봉사 역은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34호 흥보가 이수자인 정성룡군, 황봉사역에는 흥보가 전수장학생인 오영지양, 도창에는 이준아 양이 각기 분창을 하였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심청가는 봉사 아버지를 위해 팔려간다는 심청의 효심을 극대화하는 이야기다. 곽씨부인과 심청이를 떠나보낸 심봉사가 슬픔에 젖어 살다가 주위의 권유로 뺑덕이(뺑파)라는 여인을 맞이하게 되었으나 이 여인의 행실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었다. 사또가 심봉사를 부르는 대목부터 재미있게 전개되는 대화를 들어보기로 한다.
 
심봉사;  아니 어째서 사또께서 나를 보시자 하는지 모르겠네
            사또가 나하고 골프를 치자는 얘기는 아니것고~ 옳거니!
            나하고 바둑이나 두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그나 하자는 것이 것제...
            어허 허허~~ 뺑덕이네~,  뺑덕이네~
뺑덕이;  <투정부리며 등장> 뺑! 뺑! 하지 마시오. 듣는 뺑, 기분 뻥이구먼 시방.
심봉사  아, 시방 자네 기분이 별로인 것 같네 그려. 어째서 그래 쌌는가?
뺑덕이  당신은 영~원히 모르는 게 속 편할 것이요.
심봉사  그건 그렇고, 나 급히 사또 좀 만나 보아야겠네.
뺑덕이  왜 찾는다요? 당신이 골프를 칠 줄아요~ 사회발전의 비젼을 갖고 있소?     


  
 (중략)심봉사가 관가에 다녀온 후, 뺑덕이네를 부른다.

심봉사  어이 뺑덕이네~ 어이 뺑파! 아! 이 사람이 어디가지 말라했더니
그새를 못 참고 나갔네 그려. (창)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곽씨부인 살았으면 나를 반겨이 맞을 것을, 몹씁년의 뺑덕이를 만나 내 신세가 이리 될 줄은 귀신인들 알겠느냐, 아이고 곽씨부인~~
뺑덕이  또 우네! 또 울어! 툭 하면 내 딸 심청, 툭하면 곽씨 부인, 나는 누굴 믿고 살어~


(창) 영감오면 드릴라고 닭 잡아서 (중략) ~ 총각서방 기어이 얻어 갈라요!


심봉사  (창) 잘못했네 잘못했어, 마실간 줄 알고 망언을 하였으니 (중략) 사또께서 황성 맹인 잔치가 있으니 그 잔치에 꼭 참석해야 된다는구만. 참석하는 봉사는 돈 없는 사람, 돈도 주고, 집없는 사람, 집도 주고, 게다가 마누라 없는 사람은 마누라까지 준다네.


뺑덕이  영감은 봉사되기 참~ 잘했소.


심봉사  옛~끼! 이 사람아


심봉사와 뺑덕이네가 잔 심부름도 시킬 겸, 황봉사도 데리고 가기로 합의 한 후, 함께 떠나며 길노래를 부른다. (중략)



뺑덕이  아, 영감 길노래나 한 자락 해보쇼!  내가 입장단 칠라요!
심봉사  역시 우리 뺑덕이는 멋있는 여자여!
뺑덕이  나는 멋 빼불면 쓰러져부요!
심봉사  (창)무릉촌도 잘 있거라. 내가 인자 떠나를 가면 어느 년 어느 때 돌아오리, 여보소 뺑덕이네, 길소리나 좀 받아주소
뺑덕이  예, (창)어이가리 너~ 어여를 갈거나. 황성 천리를 어이가리 날개 돋친 학이나 되면 수루루펄~펄 날아. 이날 이 시로 가련마는 앞 못 보는 봉사다리고 몇 날을 걸어서 황성을 갈꼬.
심봉사  (창)일색이다 일색이여! 우리 뺑덕이가 일색이여~
뺑덕이  황봉사~ 황봉사도 노래 한 자락 불러 보시오
황봉사  (창)어이가리 어여를 갈거나~ 황성천리를 어이가리 어떤 사람 팔자 좋아 내외간에 황성가는디, 이놈의 팔자는 무슨 놈의 팔자로서 홀애비 신세가 웬 말이냐.


이어서 ‘진도 아리랑’을 부르며 퇴장한다.


판소리 심청가는 곽씨 부인의 죽음, 홀로 젖을 얻어 먹이며 심청을 키우는 과정, 심청이 팔려가 바다에 빠지는 과정 등 이야기 전체가 슬픔 그 자체인 것이다. 이러한 슬픈 줄거리에 뺑파라는 여인을 등장시킴으로 해서 잠시 해학과 풍자로 극적인 분위기를 전환하는 과정이 바로 이 대목이다.


이번 4색 판소리마당에서는 이 부분만을 발췌하여 대사의 일부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하여 창극으로 꾸며 낸 것이다. 열연을 해준 손미영, 정성룡, 오영지양에게 객석의 반응이 매우 뜨거웠던 점은 앞으로의 창극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며 이 같은 작은 무대의 필요성이나 발전 가능성을 분명하게 보여준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