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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들이

[화보]신라땅에 불국토를 꿈꾸는 절 불국사













[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현재 한국의 고찰 중 가장 그 격식을 잘 갖춘 절은 불국사다. 불국사는 그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땅에 바로 불국정토를 구현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절로 통일신라시대 재상이었던 김대성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바쳐 창건하기 시작 하였고, 자신의 생애 동안 완성하지 못하고 죽은 뒤에는 왕실에서 맡아서 완성했다.


김대성은 전생의 부모를 위하여 석굴암을, 현생의 보모를 위하여 불국사를 창건했다고 한다. 김대성은 젊은 시절 사냥으로 낙을 삼고 살다가, 그가 잡은 곰을 꿈속에서 본 뒤 인과의 법칙을 깨닫고, 자신이 저지른 살생의 죄를 속죄하고, 전생의 부모에 대한 인연과 현생의 보모에 대한 감사를 갚기 위하여 불국사 창건에 일생을 바쳤다.


그런 불국사는 현존하는 한국의 다른 절에서는 볼수 없는 품격과 격식을  잘 갖추고 있는데, 그 품격과 격식을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불국사의 주 불전공간인 대웅전과 극락전의 주변이 현존하는 조선시대의 궁궐인 경복궁 창덕궁과 같이 주 정전 주변으로 복도인 회랑을 잘 갖추었다는 것이다. 옛날 한국의 많은 고찰들은 대부분 이와 같이 회랑이 갖추어진 절들이었으나, 고려시대 이후 조선시대에 들어서고 유교를 숭상하기 위하여 불교는 탄압받는 동안 한국의 모든 절들은 규모가 축소되고 그 품격은 떨어지게 되어가는 퇴보를 거듭하였다.


그런 오랜세월을 지나고보니 이제는 불국사를 제외한 다른 절들에서는 회랑이 갖추어진 절을 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한국의 옛 고찰들이 불국사처럼 회랑을 갖춘 사찰이었다는 것은 근래 발굴된 많은 절들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찰들은 신라지역에는 황룡사, 사천왕사 등이 있고, 백제지역에는 익산 미륵사, 부여 왕흥사, 능사, 군수리사지 등이 있으며, 고려 개경 근처에도 여럿 있었고, 조선조에는 햔양 근처에 있었던 양주 회암사도 이와 같았다.


그런데 불국사는 대웅전 앞에 석가탑과 다보탑이라는 완전히 그 모습이 다른 특이한 모습의 아름다운 탑을 갖추고 있다. 여기서 "석가탑은 석가모니불의 상주설법"을 뜻하고, "다보탑은 다보불이 석가모니불의 진리설법을 상주 증명"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탑의 뒤편에는 대웅전이 있어서 석가모니불의 법화경 설법장면을 축약하여 보여주는 장면이 대웅전 권역에 표현되어 있다. 이와 같아 불국사의 대웅전 권역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인도의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는 장면이다.  그리하여 부처님나라를 재현하고자 한 것이다.


법화경에 따르면 석가모니불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할 때에, 그 설법을 듣고자 천상의 수많은 보살과 천신들이 모두 모여들었고, 지상에는 진리를 추구하던 수많은 부처님의 제자들과 신도들 그리고 타 종교를 따르는 수행자들이 모여들었다. 이때 석가모니불이 법화경의 진리의 말씀을 설하자, 이를 알아챈 다보불이 나타나 석가모니불의 설법을 찬탄하며 그 진리가 정말 맞다고 증명하기 위하여 나타났다고 말한다.


그 증명의 증표로 다보탑이 다보불을 대신하여 서있는 것이고, 이를 현상세계의 건축으로 나타낸 것이 바로 불국사 대웅전 권역인 것이다. 불국사 석가탑은 무영탑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석가탑을 조성한 백제의 석수장이와 관계깊은 이야기가 전한다.


석가탑을 쌓은 것은 당시 백제에서 온 아사달이라는 석공이었다고 한다. 아사달은 백제지역에서 그 솜씨가 뛰어나기로 유명하여 신라에까지 알려졌던 석수였는데, 그는 사랑하는 아사녀와 가정을 이루고 살던, 경주 불국사에 석가탑을 의뢰받고 탑을 다 완성할 때 까지 돌아가지 않기로 약속하고 탑공사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처음 기약한 기일이 지난 후에도 남편인 아사달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아사녀는 남편인 아사달을 만나기 위하여 불국사에 왔건만 탑이 완성되지 못하여 만날 수 없었다.


그런데 탑이 완성되면 불국사의 영지(연못)에 탑의 그림자가 비칠 것이고, 그러면 아사달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다리고 기다려도 탑의 그림자가 보이질 않자 아사녀는 지친나머지 그만 연못 속으로 뛰어들어 죽고 말았다. 아사달은 탑을 완성하고 나왔으나, 이미 아사녀는 세상사람이 아니었다.


이런 까닭으로 그림자가 없는 탑이라하여 무영탑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석가탑을 무영탑이라고 부르는 연유에 대하여는 또 다른 이야기도 있으나, 아사달과 아사녀의 이야기가 가장 애뜻하여 많이 알려져 있다. 겨울철인지라 춥고 쓸쓸한 불국사 경내 분위기였지만,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법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돌아본 불국사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감격스럽기 그지 없었다.


법화경의 주요 내용은 중생도 언젠가는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고, 사람은 모두가 부처가 될 수 있는 성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생과 부처는 영원히 별개의 존재가 아닌 하나의 존재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여래장사상이며 아무리 어려운 시대라 할지라도 희망을 버리지 못할 존귀한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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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기자

최우성 (건축사.문화재수리기술자. 한겨레건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