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가 없던 시절에는 수탉의 울음소리를 듣고 날이 밝아옴을 알았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판단하고 이를 세상에 알려내는 슬기로움을 가진 닭은 옛 사람들의 시계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이 닭이 홰를 치는 소리는 귀신을 쫒는 영험함이 있다고 믿었지요. 또 닭의 홰치는 소리는 새벽을 밝혀 빛을 되찾게 하기에 닭은 상서롭고 신비로운 길조로 통했습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보면 선조들은 새해 첫날에 닭 그림을 벽에 붙여 액이 물러나고 복이 오기를 비손하였다고 합니다. 또 닭의 머리 위에 달린 ‘볏’이 마치 장원급제했을 때 쓰는 관모(冠帽)와 비슷하고, 발음 또한 ‘볏’과 ‘벼슬’이 비슷하기 때문에 닭 그림은 학문과 벼슬에 뜻을 둔 선비들이 좋아했던 그림으로 손꼽히지요.
이 닭은 다섯 가지 덕(德)을 지녔다고 합니다. 닭의 다섯 가지 덕이란 머리에는 벼슬인 관을 쓰고 있는 문(文), 발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있어 용감하게 싸우는 무(武), 적과 싸워 결코 물러서지 않는 용(勇), 먹이를 보면 혼자 먹지 않고 무리를 부르는 인(仁), 밤을 지키면서 때에 맞추어 새벽을 알리는 신(信)을 말하지요. 이는 닭이 가진 모양과 생태적 습성 때문에 생긴 말이지만, 그것들이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윤리와 통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정유년 새해를 맞으며 새삼 닭의 다섯 가지 덕을 곱씹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