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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 풍경

부처님이 두번째 방문한 스리랑카 최북단 나거디바에 가다

[우리문화신문=스리랑카 자푸나 이윤옥 기자]  섭씨30도를 오르내리는 속에 부처님 두 번째 방문지인 나거디바(NAGADEEPA)로 가기 위해 자푸나(JAFFNA)에서 1박을 하고 아침 8시 나거디바로 향했다. 나거디바는 스리랑카 최북단으로 남쪽 콜롬보로부터 승용차로 6시간은 달려야 다다르는 곳이다.

 

아직 고속도로가 없어 2차선 국도로 달리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런지 나거디바는 관광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곳이지만 부처님이 부다가야에서 깨달음을 얻은 뒤 8년 만에 다시 스리랑카를 찾은 두 번째 성지이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고 9달 만에 인도 부다가야에서 스리랑카 마히양거나(Mahiyangana)로 온 것이 첫 번째 방문이고 이후 8년이 지나 다시 이곳 나거디바로 오셨다. 당시 이 지역에서는 왕좌(王座)를 놓고 마호다라()와 추호다라(동생)가 싸우고 있었는데 이를 해결해주기 위해 이 지역을 방문한 것이었다.


결국 이들 형제는 부처님의 설법에 감명을 받아 왕좌(王座)를 버리고 부처님께 귀의하게 된다. 왕좌 때문에 다툼이 일어난 것을 반성하는 뜻에서 왕의 의자를 부처님께 보시하는 모습이 나거디바 사원 법당에는 그림으로 남아 있다.





자푸나에서 이곳 나거디바를 가기 위해서는 작은 목선(똑딱배 수준)을 타야하는데 한 20명 정원으로 보이는 목선에는 4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빼곡이 타고 있어서 숨도 쉬지 못할 만큼 열악했다. 종점인 나거디바 선착장까지는 30분 정도 달려야한다. 하필 낡은 모터 앞에 간신히 몸을 기대 기자는 귀를 찌르는 모터소리와 밖이 보이지 않는 덥고 컴컴한 좁은 공간에서 혹시 배가 뒤집히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불안한 30분을 보내야했다.

 

종점에는 뜻밖에 거대한 힌두사원이 버티고 있었고 신자들도 엄청났다. 배에 탄 40여명이 모두 힌두사원으로 가는 사람들이었고 5명의 기자일행만 불교사원에 가는 꼴이었다. 힌두사원에서는 걸어서 5분 거리에 부처님이 두 번째 방문한 나거디바사원이 자리하고 있다.





사원 경내에는 온톤 뱀 모양의 형상들이 가득했는데 부처님을 보호하는 수호신인 용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기자의 눈에는 뱀으로 보였다. 부처님이 인도 보드가야의 보리수 나무아래서 깨달음을 얻은 뒤 8년 만에 찾은 나거디바는 앞으로 무한한 관광지역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는 접근성이 어려운 지라 외국인들이 찾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본다.

 

특히 자푸나의 호텔은 비누도, 수건도, 덮고 잘 홑이불도 없는 최악(?)의 상태인데다가 모기가 방안 가득 들어 있어 하룻밤 내내 모기와의 전쟁을 치렀지만 결국은 두드러기가 난 것처럼 온 몸을 물리고 말았다.

 

“불교계인 상힐라족과 힌두교계인 타밀라족 사이에 벌어진 스리랑카내전(1983~2007) 동안 자푸나 지역은 일반인들 출입이 금지되었던 곳입니다. 내전이 끝난 뒤 타밀반군을 몰아내고 싱할라 정부군이 승리하여 2차선 도로를 놓고 호텔도 한두 개 들어서고 있지만 아직 열악한 형편이지요. 30년간 내전 동안 이곳 자푸나 지역은 정말 최악의 전쟁터였으니 여러분이 그런 점을 감안하셔야 할 것입니다.”

 

와치싸라 스님의 설명은 그대로 한국의 6.25 전쟁을 떠 올리게 했다. 외세의 침략에 이은 30년의 내전 속에 무엇이 남아있을까 싶었다. 자푸나로 오는 곳곳에는 내전 때 파괴된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고대의 인도 타밀족의 침략과 중세에 겪은 포루투칼, 네덜란드, 영국의 500년간의 식민 통치 그리고 30년 내전을 겪었지만 스리랑카인들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이런 고난의 역사 속에서도 부처님과의 인연의 끈을 이어가고 있는 불교국가 스리랑카가 언제까지 부처를 경배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거디바사원 옆에 거대한 힌두사원을 둘러보면서 기자는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아직은 국교가 불교인 나라이다. 곳곳의 불교사원을 찾아 지극 정성으로 부처님을 예배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2561년 전 부처님이 발자국을 찍었던 당시를 떠올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