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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놀부, 요놈의 집구석 불을 확 질러 부러

[국악속풀이 301]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춘향집에 찾아온 이 도령이 신분을 감추고 월매를 만나려 하자, “내 신수 불길해서 금옥같이 기른 딸 옥중에다 넣어두고, 명재경각이 되었는데, 무슨 정황이 있어 만나겠는가?”하며 월매가 거절하는 대목과 기어이 만나야하겠다는 이도령과의 대화 장면을 소개하였다.

 

김세종제 소리제에는 걸인이 와서 동냥 달라는 줄 알고,“ 물색 모르는 저 걸인, 알심 없는 저 걸인, 나의 소문을 못 들었나, 동냥은 무슨 동냥? 동냥없네, 어서 가소,”로 부르고 있어서 차이를 보인다는 점, 춘향 낭군 이몽룡이라는 신분이 밝혀지자, 월매는 좋아하며 방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창극은 막을 내리나, 그 후의 상황은 몽룡의 남루한 복색을 보고 내 딸 춘향이는 영락없이 죽게 되었다고 판단, 그 자리에 펄썩 주저앉아 방성통곡으로 울음을 울게 된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렇게 오랜 동안 연습을 하고 힘겹게 무대에 올린 작품이니 만큼 1회성 공연으로 끝내지 말고, 내 각 시군이나 구청, 문화원, 초등학교 등을 순회하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우리의 멋과 가락에 함께 하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번 주에는 4색 판소리마당의 마지막 무대인 <놀보전>을 소개하기로 한다.

<놀보전>은 판소리 흥보가 가운데 형 놀보가 동생인 흥부가 부자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 간 대목을 단막극으로 꾸민 재미있는 부분이다.



 

특히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34호로 지정된 종목이 판소리 흥보가이고 이 종목의 예능보유자가 정순임 명창이며 4인 판소리마당의 음악감독이 정경옥 명인과 4인 판소리마당을 단막극으로 무대에 올린 연출자가 바로 정순임의 동생인 정경호 명인이어서 다른 작품에 비해 소요 시간도 길고, 정성을 많이 들인 작품으로 보인다.

 

정순임이나 정경옥, 그리고 정경호의 어머니가 판소리, , 아쟁, 병창, 작창 등으로 유명했던 고 장월중선 명인이다. 장월중선은 고종 때의 명창이었던 숙부 장판개로부터 소리를 배웠다고 한다.

<놀보전>의 출연진은 놀보 역에 흥보가 이수자인 정성룡군, 흥보역에 장장일군, 흥보처에 조아라양, 삼월역에 김예진 양 등이 열연을 하여 청중들로부터 대단한 호응을 받았다. 이 단막창극은 전북 고창에서 개최된 동리국악상의 식후 행사로도 공연이 된 바 있는데, 이때에도 참석자들로부터 크게 호평을 받은바 있다.

 

이 단막극의 줄거리는 흥부가 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놀부가 당장 흥보집으로 달려가는 대목부터 시작되어 흥부처, 흥부와 나누는 대화, 그리고 화초장 하나를 빼앗다시피 해서 메고 오는 대목까지이다.



 

놀부가 훙부집 대문 앞에 다다라서 문패를 보니 호주에다 박 흥보라 딱 새겨 붙여놓은 것을 보고 놀라면서도 비위가 상하기 시작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도 있거늘 늘 가난하게 살던 동생이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달려간 놀부의 속이 좋을 리가 있겠는가!

 

놀부가 놀라며 에게게,~ 이놈이 참으로 부자가 되었네여.~ 요놈의 집구석을 이거 어쩔 꼬요? 부쇠를 탁 쳐대서 불을 확 질러 부러, 이거? 그나저나 내가 한 번 불러 볼 밖에 큰기침을 한번 하면서 ~ 안에 흥보란 놈 있느냐?” 깜짝 놀란 삼월이가 뛰쳐나와 놀보를 맞는다. 대본을 중심으로 그 장면들을 상상하며 함께 감상해 보시기 바란다.

삼 월 : 누구를 찾으시오?

놀 보 : 이 집이 흥보 집 맞나?

삼 월 : 그런데요!

놀 보 : 주인 녀석 흥보란 놈 있느냐?

삼 월 : 어디서 오신 손님인가요?

놀 보 : 어디서 왔던지 빨리 나오라 그래!

[놀보가 삼월이를 때리려 하자, 삼월이가 피하면서 마님, 마님을 부른다.

 

흥보처 : 삼월아 밖이 왜 이리 소란스러우냐?

삼 월 : ~ 밖에 어떤 미친사람이 와서 우리 서방님 더러 이놈, 저놈 허며

트집을 잡고 야단입니다요.

흥보처 : 어떻게 생기셨드냐?

삼 월 : () ~ 대가리는 부엉이 대가리 같고, 수리눈에다 왜가리 주등이,

맹꽁이 모가지 체경으로 욕심과 심술이 더덕더덕 붙었습니다.

흥보처 : (놀부를 맞이하며) 시숙님, 어서 오십시오. 안으로 들어가십시다.

놀 보 : (눈을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음마~ 쫓겨나갈 때 보고, 오늘 봉께

미꾸락지가 용 돼 있네~ 이거 딱 기생 본으로 아주 맵시내고,

거들먹거리네.

흥 보 : (버선발로 우르르 쫓아나와 절하며) 아이고 형님, 그동안 문안이요.

어사 안으로 들어가십시다

놀 보 : 문안이고 문밖이고, 너 몸 성허냐!

! 이놈아 이것이 네 집이여? 강산지 괴변이다.



 

흥 보 : 형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제가 먼저 가서 뵈올 것을 형님이

오셨으니 이런 황송 할 때가 없습니다. 여보! 마누라,

아이들을 불러 큰아버님께 인사를 드리라 하시요!

놀 보 : ! 이놈아 이것이 네 집이여? 강산지 괴변이다.

흥 보 : (술상을 받아 놓으며) 형님, 약주한잔 잡수시오!

놀 보 : ! 이놈, 흥보야 내가 초상집에서도 권주가 없이 술 못 먹는 줄,

너 잘 알자? ?

흥 보 : 아이고 형님! 이 좌석에서 누가 권주가 할 사람이 있습니까?

놀 보 : 이놈아! 네 여편네 곱게 꾸민 김에 권주가 하나 시켜 이놈아!

흥보처 : (이말 듣더니 창으로) 여보시오! 시숙님 여보, 여보 아주버님, 제수더러 권주가 허라는 법 고금천지 어디서 보았소. 보기 싫소, 어서 가시오. 엄동설한 추운 날에 자식들을 앞세우고 구박을 받던 일을 생각하면 곽 속에 들어가도 못 잊겠소. 보기 싫소. 어서 가시오. 속을 채리면 내 집에 뭣허로 왔소? 안 갈라면 내가 먼저 들어 갈라요! 보기 싫소. 어서가소.

 

젊은 출연자들의 소리나 연기가 객석을 점점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