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항일독립운동

신사참배에 맞섰던 여교사 ‘김두석’ 선생님께 -심옥주-

[100년 편지 258]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여성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찾아 나선 어느 날, 저는 빛바랜 책 한권과 만났습니다. ‘여류독립운동가의 수기로 안내된 책의 표지에는 두 감나무 고목에 활짝 핀 무궁화제목이 굵은 글씨로 적혀 있었지요. 떨리는 손으로 첫 장을 펼치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시선이 고정되었지요. 그 때가 선생님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펼쳐든 첫 페이지의 인사말씀에는 선생님이 24살에 신사참배 문제로 교사생활을 그만두었던 내용과 25살 때부터 형무소를 전전하며 감내해야 했던 옥고 생활의 이야기가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선생님을 만날 목적으로 마산을 찾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산경남지역 여성독립운동가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부산 일신여학교에서 수학하며 신교육을 받았던 여성들의 다수가 독립운동에 투신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흔적을 쫓아가다보니 일신여학교 출신으로 마산의 신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했던 김두석 선생님을 알게 된 것입니다.

 

선생님은 신사참배를 강하게 거부했던 교사로 지역 학생들에게 의로움이 무엇인가를 각인시켰던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일본경찰이 주시하는 자리나 교회의 주말예배가 있는 자리에서도 선생님의 신사참배 거부의사는 늘 변함이 없으셨습니다.

 

나는 신사참배를 하지 않았다. 물론 교회 안에서 하는 동방요배와 일장기 경례도 하지 않았다. 가정에 있는 사람 같으면 혼자 하지 않는 것으로 끝난다. 허나 나는 교사였다.” (저자의 글 중에서)



 193511월 일제는 전국소재 학교에 신사참배 강요명령을 내린 뒤, 각 학교에 신사참배는 국가의식이니 각 교육기관에서는 전 학생을 교장과 교사들의 인솔 하에 신사에 데리고 가서 참배를 시켜라는 고시를 내렸습니다. 이를 거부하는 선교사들은 강제로 추방당했고 거부하는 교사들은 직장을 쫓겨나거나 형무소로 끌려갔습니다. 고문과 투옥이 범람했던 그 시대에 선생님은 외롭고 의로운 길을 택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사참배는 우상숭배라고 하시며 결코 우상숭배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당당히 맞섰습니다.

 

선생님의 잦은 신사참배 거부로 요주의 인물로 주목을 받았고, 결국 1939720일 마산 경찰서 출두명령서를 받고서 그들의 심문을 감내하셔야 했습니다. “왜 신사참배를 못하는 거요?”라는 질문과 신사참배를 하지 않으면 학교를 관두라.”는 압력에 선생님은 눈앞에 아른거리는 학생들 생각과 시대의 양심을 앞세우고 교원직을 사임하셨습니다.

 

어려서부터 양친을 여의고 오직 교육에 대한 열의를 쏟으며 교사의 길을 걸었던 선생님이 학교를 떠날 때는 가슴이 찢겨지는 고통을 느꼈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다시 평양여자신학원에 수학하시면서 1940517일부터 1941730일까지 평양의 신사참배 반대 시위대열에 섰고 다시 체포와 투옥을 반복하면서 5년여 동안 옥중생활을 하셨습니다.

 

김두석 선생님! 옥고를 치루는 동안, 강요된 궁성요배를 거부하여 선생님의 손목에는 자주 쇠고랑이 채워졌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절하리만치 춥고 더웠던 좁은 감방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으셨던 선생님. 결국 1945815일 광복으로 출옥하시며 선생님의 올곧음은 빛을 발하셨습니다.

 

일본에 당당하게 맞서며 뜻을 굽히지 않았던 선생님의 일생을 접하노라면, 오늘날 옳고 정당한 행동이 무엇이며 나라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진중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선생님의 변치 않는 마음처럼 저도 알려지지 않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정신을 올곧게 알리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존경의 마음을 담아.

 

                                                                            심 옥 주 드림

 

심 옥 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장

국가보훈처 사료수집전문위원

국회인성교육실천포럼 자문위원

15회 유관순상 수상

의병정신선양중앙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