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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조희룡의 고통을 극복해주었을 그림 “홍매대련(紅梅對聯)”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49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이제 들봄(입춘)도 지나고 봄이 활짝 열릴 날이 눈앞입니다. 이때 맨 먼저 우리에게 봄소식을 들려줄 매화도 눈뜰 채비를 합니다. 그런데 매화가 피기 직전 우리의 가슴엔 이미 꽃이 핍니다. 아니 그 꽃을 피워주는 것은 화원들의 매화 그림입니다. 그 가운데 여기 조선 후기 화가 조희룡(趙熙龍, 1797-1859)홍매대련(紅梅對聯)”도 있습니다. 이 작품은 위아래로 긴 두루마리 그림인데 똑같은 형식의 그림을 쌍이 되게 나란히 그린 모양이지요. 다시 말하면 두 작품이 각각 독립적으로 그려졌지만 함께 있어야 비로소 어울리는 그림인 것입니다.



두 그림을 함께 놓고 보면 왼쪽 아래 매화가 오른쪽 위로 뻗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죽은 듯 웅크리고 있던 두 그루 늙은 매화가 용트림하듯 화폭 밖으로 빠져나갔는가 싶으면 다시 화폭에서 살아나 나무 꼭대기에서 화사한 꽃을 토해냅니다. 또 제시(題詩,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이나 감흥, 작가에 대한 평을 시구로 표현한 것)를 추사체를 이은 글씨체로 두 작품 왼쪽과 오른쪽 바깥쪽에 써 넣어 마치 그림 테두리 같은 느낌을 자아내지요. 이것은 이 홍매 그림처럼 대련 형식에서만이 맛볼 수 있는 어울림입니다.

 

조희룡은 매화를 무척 사랑하였는데 그가 쓴 석우망년록(石友忘年錄)에 따르면 자신의 집에 매화백영루(梅花百詠樓)’라는 이름을 붙이고 잠자리에는 매화 병풍을 펼쳐 놓을 정도였지요. 또 매화 벼루에 매화 먹을 갈아 매화그림을 그리고 매화시백영(梅花詩百詠)”이란 시를 짓고 매화차를 마셨다고 하니 이쯤 되면 매화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은 지극하다 할 것입니다. 조희룡이 이 작품을 그린 것은 영광 임자도로 유배 갔을 때였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는 고통의 시간을 매화를 그리면서 극복해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