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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단지몽(邯鄲之夢)의 정도전과 문재인

사대부와 지지자 이익만 쫓는 권력 추구형 인물
직선의 양끝 문재인과 박근혜…“동그라미 만들면 똑같다”

[우리문화신문=심순기 기자]  일장춘몽(一場春夢), 남가일몽(南柯一夢), 한단지몽 등은 모두 같은 말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도 역시 같은 말이라 할 수 있다. 권력은 오래 가지 않으며, 봄에 잠깐 꾼 꿈같은 것이다.

 

호화 권력도 부귀영화도 한낱 꿈

 

중국 당나라 현종 때 하북성 한단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도사 여옹은 노생이라는 청년을 만난다. 노생의 신세타령에 여옹은 도자기 베개를 건넸다. 노생이 베개를 베자 도자기로 빨려 들어가 커다란 집에 사는 명문가의 딸과 결혼을 하게 된다. 과거에도 급제하여 명재상으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으나 역적으로 몰려 죽음 직전에 이르기도 한다. 다행스럽게 다시 복권되어 가족들과 장수하며 살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노생이 죽는 순간에 눈을 뜨게 되는 데, 일어나보니 주막에서 잠이 들어있었다는 것. 도사 여옹은 잠에서 깬 노생에게 인생은 그런 것이네.”라며 웃으며 말했고, 노생은 부귀영화라는 것이 권력이라는 것이 부질없는 욕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고사(古事).



 

일은 못하지만 지독히도 운이 좋고 잘 나가던 이가 바로 박근혜다. 하지만 최고의 권력을 잡은 지 2년이 지나면서부터 레임덕이 올 것이다.”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더니, 2016년 총선에서 크게 패하고 휘청거렸다. 그리고는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하도록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박근혜의 화려한 권력은 막을 내렸다.

 

고려 말, 신진사대부인 정도전은 당시 최고의 무장인 이성계를 지원하여 그가 새로운 나라 조선을 건국하도록 했다. 물론 조선이라는 국호도 정도전이 정한 뒤 명나라로부터 승인을 받아 결정된 것이다. 조선은 정도전에 의해서 건국된 정도전의 나라였다.

 

그러나 정도전은 왕의 그릇이 아니었다. 그는 모든 권력 위에 설 그릇도 아니었고 명분도 없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은 이성계 아래 최고의 1인자가 되는 길이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위치에서 모든 것을 가지려 한 것이다.

 

박근혜 아래 최순실도 정도전과 같은 듯 했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귀찮은 일이 발생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만 사업을 만들고 추진하고, 이익도 다른 사람의 이름이나 다른 회사의 계좌를 통해 받았다.


 

박근혜 같은 문재인꿈 이룰까?”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박근혜의 권력도 최순실의 치사함도 오래갈 수는 없다. 결국 세상에 드러났고, 이제는 그 죄를 달게 받는 길만이 남았을 뿐이다.

 

이처럼 권력을 맘껏 휘두르다 좌초한 박근혜를 밟으며 세상 위의 새로운 권력을 잡으려는 이가 있다. 민주당의 문재인이다. 그는 박근혜의 죄가 드러났던 지난 해 11월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인 듯 행동해왔다. 최근의 지지율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여 이대로라면 차기 대통령의 자리는 문재인으로 귀결되는 듯 보인다.

 

과연 그의 꿈대로 문재인은 대통령이라는 권좌에 오를 수 있을까? 그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4월이나 5월 초에 대선이 이루어지는 것이 기정사실화해야 한다. 다른 후보들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치러지는 대선에서 문재인은 가장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변수는 많다. 문재인과 박근혜는 전혀 다르면서도 같다는 사실이다. 박사모와 문재인 지지자들은 이념을 떠나 개인에 대한 지지로 굳어졌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다른 사람들이 박근혜와 문재인을 비난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문재인이 호남에서 지지하지 않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했지만 문재인과 지지자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박근혜가 말을 돌리면서 핑계로 일삼는 것이나 문재인의 행태는 동일한 것이다.

 

사상적인 면에서 문재인은 박근혜보다 우월하다. 적어도 문재인은 재벌부패를 참지 않을 것이고, 남북문제를 해결할 것이고, 미국에 종속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친일매국분자들에 대해서도 그들의 준동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는 문재인과 사상적인 면에서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직선의 양 끝에 둘은 서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직선을 연결하면 문재인과 박근혜는 같은 곳에서 만나 한 점이 된다. 둘의 지지자들도 같아진다. 그들의 지지자들은 한국의 미래보다는 자신들의 미래를 더 생각하기 때문이다. 탄핵 정국에서 이미 박근혜와 문재인의 지지자들이 보여 준 행태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이는 대선정국에서 문재인에게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미 박근혜라는 상상하기도 싫은 지도자를 만난 국민들로서는 같은 지도자를 뽑고 같은 지지자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끔찍한 일이다.


 

지도자라면 미래보는 눈 가져야

 

문재인은 지난 대선부터 이후의 행적들에 대해 다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고, 적절한 답변을 내 놔야 한다. 물론 가장 먼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과격한 행동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선동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추측컨대 문재인은 그들의 지지자들을 막기 보다는 오히려 더 선동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변수는 헌재가 결정을 3월 중순까지 내지 못하는 경우다. ‘공정성 논란으로 인해 헌재는 커다란 장벽을 만났다.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사회는 시끄러울 것이다. 민주주의는 법치주의이기도 하지만 국민 대다수의 의견을 듣고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헌재의 결단이 기각으로 결정되면 문재인 꿈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죄를 그것도 국민이 상상할 수도 없는 죄를 지은 죄인들이 처벌받지 않고 풀려난다는 것은 법치주의를 주장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국민들이 이 아니라면 죄를 지은 사람들은 응분의 죄 값을 치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죄인이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는 불합리가 현실로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런 상황이 되면 국민은 울부짖고, 터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갈 곳을 모르고 방황할 것이다. 아울러 대통령 노릇을 하던 문재인도 없다. 이 모든 상황을 만든 것이 문재인이라는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처음에 거국내각을 주장하다가 걷어찼고, 총리를 뽑아달라는 제안도 걷어찼다. 국민들의 탄핵요청도 거부하다 나중에서야 받아들였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임기는 이미 누구나 알 수 있다. 박근혜는 욕심이 많다. 그리고 비참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그런 그가 탄핵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지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한 바 있다. 탄핵에 들어가면서부터 탄핵재판관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상황에 대한 대비를 문재인은 전혀 하지 않았다.

 

 

지지자 아닌 국민 위해 권력 추구해야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이 건국되자 정도전은 자신이 왕인 줄 알았다. 계룡산으로 가고 싶어 하는 이성계를 한양에 붙들어 놨다. 인왕산을 주산으로 동쪽을 바라보는 궁궐을 지으려던 무학대사의 말을 무시하고, “궁궐은 남쪽을 향하는 것이 중국 법도와 맞다.”며 백악산을 주산으로 경복궁을 지었다. 임금은 백성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며, 근무 공간과 잠을 잘 공간 정도만 지어놓은 뒤 경복궁이란 이름을 붙였다.

 

정도전 생각에 실권이 없는 이성계를 위한 호화궁궐보다는 임금이 머물 정도의 작은 궁궐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사대부의 나라를 만들려 한 정도전이기에 모든 것은 유학자인 사대부들이 논의하여 진행하는 것이고, 임금은 단지 집행을 위해 존재하는 허수아비 같은 존재로 봤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도전에게도 적이 있었다. 조선 건국의 가장 큰 공신이 자신이라고 주장하며 실권을 장악하려 든 이방원이었다. 더구나 이방원은 강한 군사도 보유하고 있었다. 정도전으로서는 그냥 놔 둘 수가 없는 매우 위험한 존재였다. 그래서 계획된 것이 이방원 제거였다. 그러나 이방원이 한 발 더 빨랐다. 정도전이 이방원 제거를 계획한 날, 이방원도 정도전을 제거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방원이 빨랐고, 자기 세상이 된 것으로 착각하고 술잔을 기울이던 정도전은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했다. 그가 꿈꾸던 세상은 술 한 잔과 함께 사라졌다.

정도전은 백성을 위한 정치인이 아니었다. 성리학을 받아들인 그는 백성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하는 방향보다는 성리학자들만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려고 계획했다. 하지만 이방원은 임금이 통치하는 강력한 나라를 꿈꿨다.

 

 

사람은 겸허해야 한다. 겸손해야 한다

 

노생처럼 정도전처럼 문재인에게도 권력은 거의 쥐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재인이 권력을 얻는다면 그것은 정도전처럼 노력한 것은 아니다. 노생처럼 거저 얻은 것이다. 거저 얻은 권력은 반드시 최순실 같은 부작용 따른다.

 

문재인 외의 다른 권력을 향해 뛰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자신과 주변의 이익만을 위해 권력을 잡으려 한다면 이는 또 다른 박근혜와 최순실일뿐 더도 덜도 아니다. 정도전의 한단지몽은 자신과 사대부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다 생겨난 것이다.

 

박근혜로 인해 기회를 잡게 된 권력 추구자들이 정도전처럼 일부의 이익만을 위해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한국의 미래를 위해,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정말 지도자라면 나서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다.

 

지지자들이라는 일부를 위해 온갖 굴욕을 감수하면서 이익을 쫓을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국민을 위한 일에 나설 것인지 권력 앞에 선 이들은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기억해야 한다. 노생을, 정도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