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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를 노래하는 재일동포 가수 이영보

[맛있는 일본이야기 390]

[우리문화신문=교토 이윤옥 기자]  윤동주 노래를 통해서 한일 간 문화교류의 가교(架橋)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 1월 한국에 갔을 때 연세대학교의 윤동주 시비 앞에서 서시(序詩)’ 노래를 불렀습니다.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2001년부터 한국어강좌에 등록했는데 이때 재일본문학회장인 김리박 시인을 알게 되었고 윤동주 시인의 노래를 부르게 되었습니다. 음악과 함께 한 세월은 올해로 41년이지만 재일동포로서 이영보(李榮寶)라는 이름 (전에는 기무라 시게보 木村榮寶’)으로 활동한 것은 16년째입니다.”

 

윤동주를 노래하는 재일동포 가수 이영보 씨를 만난 것은 그제(13, ) 교토 도시샤대학 윤동주 시비 앞에서 였다. 마침 이 날은 <일본한국재일코리언 시인 공동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모임>이 오후 3시부터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이영보 씨는 윤동주의 서시(序詩)를 한국어와 일본어로 기타 반주를 넣어 불러 큰 호평을 받았다.

 

재일동포 2세인 이영보 씨는 부모님이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강제 연행된 뼈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당시 부모님은 일본 사회에서 왕따를 당하고 심지어는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풍토를 우려하여 일본말 우선으로 공부 시켰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한국말과 멀리 하게 되고 본의 아니게 한국의 문화와 멀어지게 되었다.

 

이십대부터 음악에 미쳐 가수 지망생을 꿈꿀 때만 해도 이영보 씨는 일본인 이름인 기무라 시게보(木村榮寶)로 활동했다. 그러던 그가 아버지의 성인 이()를 되찾고 영보(榮寶)라는 이름으로 재일동포 사회에 당당하게 선 것은 시인 윤동주와의 만남에서 비롯된다.

 

한글로 시를 쓴다는 이유로 유학하던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 재학 중 잡혀가 27살의 꽃다운 나이에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숨진 시인 윤동주와 가수 이영보 와의 만남은 어쩜 운명 같은 것이었는지 모른다.



 남편은 노래를 통해 한일 문화 교류를 하고 싶어 합니다. 특히 윤동주를 노래할 때처럼 행복한 때가 없다고 하는 남편의 꿈은 한국에서 윤동주를 노래하는 것입니다. 올해 윤동주 탄생 100주년 되는 해를 맞이하여 지난 211일 오사카 이쿠노쿠(生野區)에서 윤동주를 노래하다(尹東柱)라는 음악회를 성황리에 열었습니다."

 

이영보 씨 부인은 기자와의 대담에서 남편의 음악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 당당히 말했다. 원래 일본인인 부인 스가와라 유카리(菅原ゆかり)씨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으로 친정과 시댁 두 집안으로부터 극한적인 반대에 부딪혔다고 한다.

 

그러나 첫 아들을 낳고 난 뒤 겨우 양가의 허락을 받을 만큼 어려운 결혼 생활을 극복하고 딸 둘에 아들 셋을 둔 다복한 가정을 이룬 이영보 씨 부부는 아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심어주기 위해 모두 한국 국적을 갖게 했으며 막내딸은 올해부터 경희대 관광학과에 유학한다고 귀띔했다.

 

"아시겠지만 재일동포의 몸으로 일본 땅에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본과 한국 사회 모두 재일동포의 삶을 이해해주고 따뜻이 받아들여 주는 곳은 없습니다. 그런 만큼 피나는 노력이 필수적이었지요. 남편도 그런 노력가 중에 한 사람입니다."



 올해 56살인 부인 유카리 씨는 앳된 소녀 같은 표정을 지었지만 재일동포 가수의 아내로, 한국인 며느리로, 다섯 자녀의 어머니로의 삶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란 짐작이 간다. 그러나 매우 밝고 긍정적인 표정이 남편인 가수 이영보를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수 이영보는 오사카 이쿠노쿠에서 태어난 재일코리안 2세로 싱어송 라이터이다. 기타를 치면서 시를 읊듯 노래하는 스타일로 라이브 콘서트 중심으로 40년간의 경력을 자랑한다. 자연과 우정을 테마로 한 작품이 많은 이영보는 베이비붐 시대(団塊時代, 1947~51)세대로부터 중고생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곡인 '보라, 봄이 왔다(ほら)'는 살아있음의 기쁨이 용솟음치는 곡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는 324일 오사카 히가시나리쿠 (東成區) 구민센터 대형홀에서 열리는 홍보 전단에 나오는 이영보 씨에 대한 간략한 약력이다. 그제 13일 교토 도시샤대학 윤동주 시비 앞에서 열린 '윤동주 100주년 추모회'에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윤동주의 '서시'를 노래한 가수 이영보! 이날 행사를 마치고 자리를 옮겨 담소를 나누는 시인들의 모임에도 함께 참석한 이영보 씨는 '윤동주를 통해 한일간의 문화 교류와 더 나아가 하늘과 별과 바람과 시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교류의 폭' 을 확대하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