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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운동

사랑하는 윤동주 시인에게 드립니다 -우에노 미야코-

[100년 편지. 261]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저는 윤 시인님의 시를 사랑하는 일본인 입니다.

 

어렸을 때 윤 시인님의 주옥 같은 시를 만나고 난 뒤부터 윤 시인님의 시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윤 시인님의 한국어 시를 일본어로 번역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한 것이 어언 40여 년에 이릅니다. 그로부터 윤 시인님의 시 번역을 제 평생의 과제로 삼아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윤동주 시인님!

 

저에게 번역은 자기 자신의 시를 창작하는 것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윤 시인님의 시를 일본어로 수준 높은 완성된 변역 시로 만드는 작업은 원시(原詩)에 대한 겸허한 자세이며, 또 그래야만 윤 시인님을 낳은 나라의 문화와 민족에 대한 존경을 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100년의 세월이란 꽤나 먼 느낌이지만 그래도 저는 윤 시인의 작품을 늘 곁에 두고 살아서인지 시공(時空)을 뛰어 넘어 윤 시인님이 항상 곁에 있는 듯 가깝게 느끼고 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윤동주 시인님

기뻐해 주십시오.

 

제가 그토록 원했던 윤 시인님 시를 20157월에 드디어 완역(完譯)을 해냈습니다. 윤 시인님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일본어로 번역하여 제목도 같은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라는 제목으로 윤 시인님의 첫 유학지인 릿쿄대학이 있는 도쿄에서 출간한 것입니다.

 

이 번역된 시집으로 많은 일본인들이 윤동주 시인의 시 세계를 알게 되어 기쁩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침략의 기치아래 제국주의에 미쳐 날뛰던 일본이 어떻게 윤 시인님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를 이해하게 되어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

 

일본어로 된 윤 시인님의 시를 읽은 독자들은 말합니다. 스물일곱 꽃다운 청춘에 순국한 윤 시인님의 삶이 오롯이 녹아 있는 시를 통해 서정적인 언어의 아름다움과 그 순수한 언어 속에 담긴 깊은 함축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입니다. 저의 바람은 일본인들이 윤 시인님의 억울한 죽음을 통해 과거 제국주의 일본의 상식을 벗어난 폭력성을 깨달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윤 시인님이 시를 통해 보여준 메시지야 말로 시의 힘이며 그것은 한국과 일본을 뛰어 넘어 전 세계인이 느낄 수 있는 보편성이기도 합니다.


 

윤 시인님!

 

시인님의 시들은 머리보다 마음으로 읽어야 제대로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인님께서 쓰신 쉽게 씌어진 시에서 얻은 애절한 감동을 늘 가슴에 새기며 그 시에 대한 응답의 뜻에서 제가 응답하는 노래를 써 봤습니다. 원시(たやすくかれた, )는 일본어라서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이윤옥 소장님이 고맙게도 한국말로 번역해 주었습니다. 

 

 

 


                            쉽게 씌어진 시

                        ―때를 이어 응답하는 노래

                                  

                                                          우에노 미야코

 

     부슬부슬 내리는 비의 골목

     가로등이 은비늘을 떨구는 밤 저편에

     당신의 슬픈 눈이 느껴진다오

 

     어두운 뒷골목

     남의 집 뜰 한 켠에

     깊숙이 푸른 숨을 토하며 서있는 젊은 느티나무

 

     대지도 언다는 당신의 고향으로부터

     이렇게도 소중한 것만을

     작은 가방에 가득 담아

     타인의 이름으로

     낡은도시에

 

     사실은

     그 북간도에 놓아두면 좋았을 것이런가

     당신의 언어

     당신의 엷은 미소

     그리고

     당신이 당신인 까닭의 시

 

     창문을 열면

     언제나 바람은 북간도로 불고

     흰구름은 당신의 언어를 태우고 서쪽으로

     그래도

     당신은 타인의 나라

     물이 끊이지 않는 곳을 사랑하여

     용솟음치는 젊은 날의 근심을 잊고

     몇 번인가 그 뺨을 물들였을까요?

 

     그런고로

     그 칼을 삼키게 한 엄청난 광기에 견디었겠지

     올곧게 하늘을 우러러

     살아남은 당신이

     부끄럽다고 중얼거리면 쓴 시를

     나는

     나의 언어로

     나의 나라에서

     제대로 당신에게 보내지 않으면 안 된다오

 

     봄이면 종달새 노래를 내려 보내는 하늘나라로

     당신이 돌아간 뒤

     젊은 느티나무는 환갑의 봄을 맞아

     무례한 검은 큰 나무가 되었지만

     그 키를 넘어 더욱

     쉽게 쓰인 시의 슬픔은

     나의 세계에 달라붙은 채

 

     쓸쓸히 고개를 숙이면서

     그래도

     나의 언어로

     나의 나라에서

     반드시 당신에게 닿을 수 있도록

     맨 처음의 당신

     맨 마지막의 당신

     그 어느 쪽 손이든 놓지 말고 있어 주길 바라오.


 



우에노 미야코

 

1947년 일본 도쿄 출생

1970년 후쿠오카현립 기타큐슈대학 영미(英美)학과 졸업

1973년 후쿠오카 시잡지 '아루메' 동인

1974년 재일한국문인협회 정회원

1992~1994 오사카시 히라타타시교육위원회 조선어교실에서 한국어 수학

2015 현재 일본현대시인협회 회원

 

대표시집으로는 훼어리 링스, 1968, 여기에, 1998, 바다를 잇는 밀물, 2002, 지구를 도는 것, 2013등이 있으며 번역시집으론 김리박 시인의 견직비가, 1996, 삼도의 비가, 2013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