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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들이

세계가 인정한 ‘느림길’ 청산도를 가다

국토사랑방 답사단을 따라 1박 2일의 꿈같은 여행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봄이 성큼 다가온 지난 325~26, 국토사랑방 답사단을 따라 12일 일정으로 아름다운 섬 청산도에 다녀왔다. 청산도는 전라남도 완도에서 19.2km 떨어진 다도해 최남단 섬으로 완도항에서 뱃길로 50분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자연경관이 유난히 아름다워 예로부터 청산여수(靑山麗水) 또는 신선들이 노닐 정도로 아름답다하여 선산(仙山), 선원(仙源)이라 부르기도 하는 섬이다. 푸른 바다, 푸른 산, 구들장 논, 돌담장, 해녀 등 느림의 풍경과 섬 고유의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청산도는 2007년에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여유마을)’로 지정되어 유명해졌다.

 

청산도 슬로길은 청산도 주민들이 마을 간 이동로로 이용하던 길로써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 하여 슬로길이라 이름 붙여졌다. 청산도 슬로길은 2010년 전체 11코스 42km에 이르는 길이 열렸는데, 2011년 국제슬로시티연맹 공식인증 세계 슬로길 제1로 지정되어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길로서 인정을 받았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 슬로길이라는 말이 어색했다. ‘slow’라는 영어에 이라는 우리말을 붙여서 슬로길이라는 새로운 말을 만든 것인데, ‘여유길이나 느림길 또는 달팽이길 등으로 지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뿐만 아니라 청산도는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영화 서편제는 이제는 타계한 작가 이청준의 단편소설 서편제를 바탕으로 하여 임권택 감독이 1993년에 발표한 판소리 영화다. 영화에서 아버지 역을 맡았던 김명곤 씨는 원래 서울사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서 불어를 가르쳤는데 어느 날 우연히 판소리 공연을 듣는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벅차오르는 감동을 받아, 교직을 그만두고 국악인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김명곤씨는 문화체육부 장관을 맡아서 문화와 국악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영화에서 눈먼 딸의 역할을 맡았던 청순한 국악인 오정혜씨는 이제는 40대의 중년 여인이 되었는데, 사업가와 결혼하여 아들 하나를 낳고 잘 살고 있다고 전한다. 요즘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영화가 자주 나오지만, 당시에 서편제는 120만 관객을 동원하여 우리나라 최초로 100만 관객을 넘었다고 해서 큰 화제가 되었었다.

 

이번 여행은 3월 말이었는데, 아직 유채꽃이 드문드문 피어있을 뿐이어서 아쉬웠다. 청산도 여행을 가려면 서편제의 한 장면처럼 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지는 4월에 여유 있게 34일 일정으로 가서 세계 슬로길 제1호를 걸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세계가 인정한 제1느림길을 걸었던 꿈같은 3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