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사진나들이

[화보] 지리산 피아골의 봄소식


























[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한국의 많은 산 중에 지리산만큼 특별한 산도 드물다.  지리산은 1,915m 인 천왕봉을 주봉으로 많은 봉우리가 즐비하다. 그중에 반야봉은 지리산의 제2봉으로 최고높이가 1,732m의 산마루를 중심으로 북쪽에는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과 남으로는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을 품고 있다.


피아골은 바로 반야봉에서 흘러내린 작은 물줄기가 약 20km의 계곡을 따라서 흘러내려 결국에는 구례 섬진강으로 이어지는 골짜기이다. 이 피아골은 그 이름부터 특이한데, 그 이름에는 다음과 같은 유래가 있다. 옛날 어렵게 살던 시절, 사람들은 지금처럼 쌀밥을 먹지 못하고 비옥하지 못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피농사를 지어서 식량으로 삼고 살았다. 그런데 현재 피아골 골짜기에 폭정에 도망친 많은 사람들이 골짜기에 피(稷)농사를 지으면서 근근히 살아갔다. 이렇게 피(稷)가 많이 자라는 곳이라 피밭골로 불리우던 것이 오랜세월 지나면서 음이 변하여 피아골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피아골은 전남 구례 산동면에 자리 잡은 연곡사에서 지리산 반야봉을 향하여 오르는 계곡길을 말하는데, 이곳은 가을이면 단풍나무로 된 계곡이 온통 붉게 물들어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가을 단풍철이면 산 전체가 붉게 물들어 산도 붉고, 물도 붉고, 이곳을 찾는 사람도 붉게 물든다고 하여 삼홍소(三紅沼)라 이름 붙은 못이 있는데 이곳 까지는 연곡사에서 계곡길로 6km를 올라가야 한다.


삼홍소까지는 그리 급하고 험한 길은 아니지만 보통 걸음으로 2시간은 가야하는 만만치 않은 길이다. 봄비 촉촉히 내리는 산길을 일찍 피어난 봄꽃들을 보면서 걷는 길은 마음속 묵은 때도 싯어주는 듯 평화롭고 상쾌하였다. 피아골 산책로 옆의 계곡은 어제 내린 봄비로 그야말로 재잘거림이 아우성치듯 흘러가고 있었다.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智者樂水)라하여 인자한 사람이 산을 즐기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즐긴다는 말처럼, 산에 가면 인자한 사람처럼 조용하고 수려한 산과 나무만 있는 줄 알지만, 이곳 피아골 계곡소리는 지자 요수를 즐기는 사람들이 찾아야 하는 곳이었다. 계곡을 굽이치며 흐르는 물소리는 너무도 요란하여 함께 거닐면서 나누는 이야기소리도 큰 소리로 해야할 정도로 컷다.


새봄이 시작되는 봄날 백제 불교의 역사가 살아숨쉬는 연곡사를 거쳐 피아골 삼홍소까지 거닐면서, 지난 세월의 역사와 아픈 상처들이 우리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남의 이야기 처럼 멀리만 느껴진다. 그런 나그네의 야속한 심정에 계곡의 물소리는 요란하다. 마치 지금 보는 이 평화로운 산천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전란과 고통을 당하면서 살아야 했던 선인들의 한이 무엇인줄 아느냐고 다그치는 듯.


한적한 산길을 거닐면서 이 평화로운 시절이 과거 고초속에 살아갔던 선인들에게는 죄스럽기만 한 것은 무슨 연유일까?


해마다 10월이면 격동기에  제명을 다 살지 못하고 산화한 사람들의 명복을 빌며 산산제가 열린다고 한다. 기자는 가을이 아닌 봄철에 와서 불귀의 혼이되어 가신 임들의 명복을 빌어본다. 원혼의 영령들이시어 부디 원한을 거두시고 영면하소서, 그리고 앞으로는 이땅에 그런 비극이 다시 없도록 살피소서..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최우성 기자

최우성 (건축사.문화재수리기술자. 한겨레건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