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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의 속깊은 아름다움을 알려면 이 책을 읽어라

[서평] 《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 김영조, 인물과사상사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평생 한국문화 글쓰기를 고집스레 하고 있는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의 따끈따끈한 신간 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이 인물과사상에서 414일자로 출간되었다.


김영조 소장은 이미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책  하루하루가 잔치로세, 2011, 키질하던 어머니는 어디 계실까?, 2012를 인물과사상사에서 펴낸바 있으며 하루하루가 잔치로세, 2011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김영조 소장의 글쓰기는 아름다운 우리문화를 장황하지 않게 적절한 분량으로 산책하듯이, 이해하기 쉽게 쓰는 글로 정평이 나있으며 신간 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에도 볼거리 풍성한 맛깔스런 우리문화의 고갱이들로 그득하다.

 

이번 신간은 모두 8장으로 나뉘어 있으며 1장에서는 절제미와 정중동이 아름다운 우리 춤을 시작으로 국악과 춤에 관한 내용으로 이뤄져있다. 2장 그림에서는 서양에는 고흐, 동양에는 최북고흐를 뺨치는 조선시대의 화가 최북을 비롯한 우리가 알아야할 한국의 그림과 화가 등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런가 하면 3장에서는 도자기와 탈을 주제로 하여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 유구한 도자문화를 지닌 한국의 명품에 관해 그 속살을 낱낱이 들여다볼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 가운데 하나인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백자 무릎모양 연적’을 김영조 소장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하늘 선녀가 어느 해 젖가슴 한쪽을 잃어버렸는데 天女何年一乳亡

오늘에 우연히 문방구점에 떨어졌다네 今日偶然落文房

나이 어린 서생들이 앞다퉈 손으로 어루만지니 少年書生爭手撫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눈물만 주르륵 흘리네 不勝羞愧淚滂滂

 

위와 같이 연적 하나를 소개할 때도 그에 걸맞는 옛 선비의 시 한수를 찾아 곁들이는 게 김 소장만의 독특한 글쓰기다. 4장 민속품에서는 논농사 때 쓰던 도구로 지금은 쓰지 않는 쌍겨리라든가 제주도의 도시락 동고량 따위의 흔히 들어보지 못한 우리의 민속품들이 사진과 함께 생생히 소개되어 있다.

 

5장에서는 궁중여인들이 입던 대란치마와 스란치마의 차이점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6장 풍속에서는 조선시대에 이미 돈을 빌리고 써주던 어음이 있었음을 이덕유의 기록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이어 7장 인물에서는 자신을 구하고 가난을 구제한 제주의 김만덕을 비롯하여 독자의 눈을 사로잡을만한 위대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흔히 위대하면 인간미가 떨어져 인간세상과는 동떨어진 인물처럼 생각되지만 김영조 소장의 손에 들어간 인물들은 바로 우리 이웃과 같이 살가우면서도 인간냄새 물씬 풍기는 사람들로 우리를 편하게 해준다. 그가 다룬 인물 가운데는 광해군 때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던 유씨 가문을 풍자한 궁류시(宮柳詩) 한 편으로 목숨을 잃은 석주 권필의 이야기 등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자기 철학의 줏대를 가진 선비들의 이야기가 유독 눈에 띈다


   

  


마지막 8장에서는 한시(漢詩)를 통해 마음을 정화하던 옛 선인들의 글을 소개하고 있는데 특히 이산해의 누에치는 아낙(잠부, 蠶婦)’은 옛 이야기가 아닌 바로 오늘의 이야기 같아 코끝이 찡하기까지 하다.

 

누에를 친들 무슨 이익 있으랴 / 자기 몸엔 비단옷 입지 못하니 / 가엾어라 저 이웃집 아낙은 / 날마다 뽕잎 따서 돌아오는 구나. -이산해 잠부’-

 

흔히 우리문화에 관한 책은 지루하고 흥미가 없을 뿐 아니라 그 서술 방식이 진부해서 읽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하지만 김영조 소장의 신간 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은 지금까지의 그런 편견을 가진 사람들의 갑갑함을 일시에 날려 버릴 만큼 신선하다.


 뿐만아니라 누구나 읽기 쉬운 우리말을 살려쓴 글쓰기를 고집하여  한자말에서 오는 피로함을 덜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이 지닌 장점 가운데   하나다. 거기에 더하여 지은이가 직접 찍은  사진들과 이무성 한국화가의 맛깔스러운 그림들도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할 것이다.

 

알기 쉬운 토박이말(한자말이 아닌)로 쓴, 그러면서도 가슴 속에 영롱한 이슬 한 방울 남길만한 책을 찾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의 일독을 권한다.


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인물과사상.2017.4.14일 출간, 16,500원

 

 

쉬운 글쓰기로 우리문화의 슬기로움더불어 살기알려내기

[대담] 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지은이 김영조

 

- 이번 책을 쓰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무엇입니까?

 

“요즘 한국 사람들이 점점 제 나라 문화에 관심이 멀어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러한 까닭 가운데 가장 종요로운 것은 어려운 우리문화 글쓰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른바 우리문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글쓰기를 하면서 토박이말을 젖혀두고 어려운 한자말이나 영어 쓰기를 예사로 합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저는 이 책에서  쉬운 글쓰기, 토박이말을 사랑하는 글쓰기를 하려고 애썼습니다.”

 

- 쉬운 글쓰기 말고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한국 사람이면 알아야 할 것들 곧 음악그림풍속민속품 따위에 담겨 있는 다양한 우리문화 고갱이를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면서 할 수만 있다면 지루하지 않게 좀 더 맛깔스러운 글쓰기로 다가서서 책이 술술 읽힐 수 있도록 땀을 흘렸지요. 또 우리 겨레의 문화 속에는 슬기로움과 함께 더불어 살려는 마음 씀씀이가 담겨 있음을 깨닫도록 했습니다.”

 

- 이 책을 쓰기 위해 날마다 우리문화 글쓰기를 한다고 들었는데, 소재는 어디서 찾으며 날마다 쓴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궁금합니다.

 

이 책은 열세해 동안 날마다 한국문화편지를 써온 것을 정리한 것으로 412일 현재 3,535번째가 되었습니다. 3단락 정도의 짧은 글 속에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다양한 소재를 날마다 찾아 써야 하는 일이기에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책을 끼고 살아야 하며, 누리그물(인터넷)도 참고 합니다. 다만, 날마다 쓸 수 있는 것은 오늘도 제글을 기다리는 독자들 덕분에 힘을 냅니다.

 

-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를 쓰고 한국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인터넷신문을 만든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까닭은?

 

세상 어떤 문화가 훌륭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특히 우리문화는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정작 제 나라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한글이 왜 세계 으뜸글자인지 설명할 수 있는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그 까닭은 우리문화를 잘 알려주는 글도, 또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언론도 별로 없다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많이 모자란 저지만 저라도 나서서 이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에서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 우리문화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어려운 점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글쓰기 자료를 찾기가 쉽지않다는 것입니다. 틈만 나면 도서관에 가서 자료를 찾고, 문화재청 누리집도 더듬어보지만, 글쓸 재료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자주 인용하는 조선왕조실록》 국역본은 대부분 직역이라 어렵고 사전에도 나오지 않은 어려운 한자말을 주석도 달지 않은 것이 많아 제대로 풀어내지 못 할 때가 많고, 문화재청 누리집의 설명과 보도자료도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말 투성이기 때문입니다.”

      

- 유구한 전통의 아름다운 우리문화 보급을 위해 시급한 과제는 무엇일까요?

 

우리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 것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 가운데서 중요한 것은 우리말 사랑이지요. 세계 으뜸 글자 한글도 사랑하지 않는데 그 어떤 우리문화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국어기본법에는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고 돼 있지만 공공기관은 영어로 광고를 하고 한자말 투성이 보도자료를 냅니다. 국어기본법을 안 지켰을 때 벌을 주는 규정이 없기 때문인데 이 국어기본법을 빨리 고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