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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리고 우리말

이제 4월 13일은 ‘토박이말날’입니다.

토박이말바라기, 토박이말을 살려내기 위한 토박이말날 만들어
토박이말 살리기 정책 대통령 공약도 제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이날 마침 족친(族親)의 여러 부인들이 태조와 강비(康妃)를 알현하고, 물에 만 밥을 먹는데, 여러 부인들이 모두 놀라 두려워하여 북문으로 흩어져 가버렸다. 태조는 문을 닫고 들어오지 못하게 했는데, 해 질 무렵에 이르러 극렴(克廉) 등이 문을 밀치고 바로 내정(內庭)으로 들어와서 국새(國璽)를 청사(廳事) 위에 놓으니, 태조가 두려워하여 거조(擧措)를 잃었다. 이천우(李天祐)를 붙잡고 겨우 침문(寢門) 밖으로 나오니 백관(百官)이 늘어서서 절하고 북을 치면서 만세(萬歲)를 불렀다. 태조가 매우 두려워하면서 스스로 용납할 곳이 없는 듯하니, 극렴 등이 합사(合辭)하여 왕위에 오르기를 권고하였다.”

 

위는 태조실록1, 태조 1(1392) 717일 기록이다. 이 내용에 보면 족친(族親), 내정(內庭), 청사(廳事), 거조(擧措), 침문(寢門), 합사(合辭) 같은 6개의 어려운 한자말이 주석도 없이 실려 있다. 아무리 원문을 살려 뒤쳤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한자말을 마구 그대로 쓰고서야 누구더러 읽으라 하는 것인지 안타깝다. 그뿐이 아니다. 정부기관이 보내는 보도자료들에도 이런 현상은 여전하다. 글은 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의 도구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말들을 써서야 소통이 되기는 어려울 뿐더러 그저 잘난 채에 다름 아닌 것이다.

 

따라서 쉬운 토박이말을 살려 쓰는 것은 우리의 말글생활에 꼭 필요한 일이 아닌 수 없다. 그런 일에 앞장 서는 모임 가운데 그 가운데 진주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토박이말바라기(으뜸빛 김수업)을 빼놓을 수는 없다. 그 토박이말바라기에서 413일 오늘을 새로이 토박이말날로 만들어 알리는 일에 나서고 있다.



 

토박이말바라기에 따르면 413일은 주시경 선생이 말의 소리라는 책을 펴낸 날이라고 한다. 이 책은 소리갈이란 책을 바탕으로 하여 보태고 다듬은 토박이말로 갈말(학술어)을 만들어 쓰기를 이룩한 책이라고 한다. 주시경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바로 앞에 나온 마지막 책이자 토박이말을 살려 쓸 수 있는 늘품을 보여 준 책으로 덧붙임(부록)을 빼고는 모두 한글로 써 우리말과 글이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책이기 때문에 이 책을 펴낸 날을 토박이말날로 잡았다고 한다.

 

모임에서 내 놓은 뜻(취지)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한글이 얼마나 뛰어난 글자인지는 잘 알고 자랑스럽게 여기면서도 그것의 바탕인 우리말 가운데 가장 알맹이인 토박이말은 챙기지 못한 까닭에 토박이말은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누리에서 값지지 않는 것이 없다며 온갖 사그라져 가는 것들을 챙겨 보살피고 지켜주자는 마당에 토박이말을 챙기자는 사람은 만나기 어렵습니다.

 

이에 우리가 그동안 챙기지 못했던 토박이말이 얼마나 종요롭고 값진 것인지를 깨닫게 하고 토박이말을 바탕으로 한 말글살이를 다듬고 바로잡아 우리다운 빛깔을 내며 살 수 있도록 하고, 쉬운 말과 글로 가르치고 배우는 길을 열어 서로 막힘없이 느낌과 생각을 주고받으며 모두가 다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자 이 [토박이말날]을 만들어 널리 펴 알립니다. 앞으로 이 날을 맞아 참 우리말이자 온누리 으뜸 글자 한글을 낳은 토박이말을 일으키고 북돋우는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나 들불처럼 번져가기를 바랍니다.“

 

이 모임은 해마다 토박이말날 여러 가지 토박이말 관련 행사를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아울러 토박이말날을 만들어 펴 알리는 일과 함께 앞으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토박이말을 살리는 정책을 공약으로 삼아 줄 것도 제안하였다. 제안서에 따르면 이제까지 우리나라에는 말의 중요성에는 공감하면서 말을 제대로 챙긴 임금이나 대통령이 없었음을 안타깝게 여기며 토박이말 살리기 정책으로 말을 챙기는 첫 대통령이 되어 달라고도 했다.


알맹이를 간추리면 토박이말 살리기 정책을 대통령이 손수 챙겨 필요한 시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대통령 직속 토박이말 살리기 위원회를 두고 토박이말 살리기 종합 계획을 세워 시행할 것, 토박이말진흥원 만들기와 토박이말날 국가 기념일 만들기 들을 제안하였다.


네 해째 진주교육지원청(교육장 정명규)과 함께 토박이말 교육을 힘써 오고 있는 토박이말바라기는 일찍부터 토박이말이 얼마나 값지고 종요로운지를 깨닫고 토박이말을 일으키고 북돋우는 일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 토박이말 바라기 : 경남 진주시 도동로 248번길 13-1

전화: 055)758-2812 / 누리집: http://tobagima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