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사진나들이

[화보] 세종특별자치시 비암사 백제영산대재









































[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세종시에는 '비암사'가 있다. 이 절은 1350여년 전 패망한 백제의 왕들의 사무친 원혼을 위로하는 행사로 매년 4월 15일 백제영산대재를 시행하고 있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각축을 벌이던 1350년 전 서로 뺏고 뺏기는 전장이던 신라와 백제의 땅에서 백제는 풍요로운 평야지대를 점하고 있어 신라에 비해 훨씬 풍족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였으나, 잠시 방심한 차에 죽음을 두렵게 생각하지 않고 백제를 멸망시키겠다고 달려드는 신라와 당나라의 연합군에 패망했다. 그러나 그렇게 600년이 넘게 이어오던 종묘사직을 마감할 수 없다며, 일본에 진출해있던 백제왕족들과 그 존비속들을 모아  부흥운동을 전개하여 한때 다시 백제가 되살아나는 듯도 하였지만, 부흥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자기들끼리 서로 모함과 의심하여 결국 자멸하고 말았던 백제!


본시 백제인은 농산물의 풍요를 바탕으로 문화가 발달하였고, 해외로 진출하여 외국의 문물을 쉽게 받아들여 몹시 개방적인 문화를 가꾸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들의 본래 문화에 외래문화를 가미하여 여유롭고 수려한 종교적 미술작품들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한민족의 우수한 문화를 꽃피우던 백제는 신라가 끌어들인 당나라군과 싸우다 자중지난으로 결국 망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지역에 살던 후손들은 안타깝게 죽어간 백제의 왕족들과 자신들의 조상 원혼을 위로하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어 불교에서 영축산에서 설법하던 석가모니 부처님의 영산회상을 재현함으로써 이미 죽은 자라도 깨달음을 얻도록 대신 기원한다는 영산대재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비암사의 창건은 백제가 멸망한 뒤 통일신라 초기라고 한다. 그러나 창건 당시 오래된 자취는 찾기 어렵고 지금의 전각은 최근에 지은 것이나, 비암사의 보물로 고려시대 아담한 삼층석탑이 경내에 있고, 지금은 비암사에 있지 못하고 국립박물관에 보관된 계유명 진씨아미타삼존불은 국보 106호로 지정된 보물도 있다. 진씨아미타불삼존상이라 이름 붙은 이유는 삼존불을 조성했던 진씨들의 뜻을 불상의 이름에 넣었기 때문이다. 비암사 불교적 보물은 이외에도 아마타제불보살석상과 미륵보살반가상등이 보물 제367호와 제368호로 지정되어 국립박물관에 모셔져 있다.  이 외에도 극락전의 아미타불과 극락전 자체도 조선 후기에 세워진 목조건축물로 충남도지정 문화재로 보호받고 있기도 하다.


한때 동아시아 해상권을 주름잡던 백제인들은 비옥한 한반도의 남쪽 평야지대에 터를 잡고 서해와 남해를 통하여 일본에도 여러곳에 거점을 만들어 경영하였음은 물론 중국과 인도까지 무역을 하였지만, 한 순간 얕보고 소홀한 틈에 나라는 망하고, 찬란했던 문화는 신라로 넘어가버리고, 그 백성은 속국민이 되고 말았다.


태어난 모든 존재는 언젠가 사라지는 법. 모든 존재는 인연에 따라 생겼다가, 한 때 성장하며 흥하기도 하고, 또 인연이 다하면 늙어 쇠약해져 결국 다시 흩어지는 것이 만물의 원리다. 흥했던 옛 영화를 영원한 것처럼 자랑할 것도 아니요, 망해버린 뒤 이를 영원한 좌절로 볼 것도 아니다. 결국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런 것처럼... 백제를 멸망시켰던 신라도 신라를 도왔던 당나라도 결국 망해서 또 다른 나라들로 역사는 이어졌으니... 그리고 오늘 우리는 수많은 역사의 시련 속에서 오늘을 맞이하고 있다.


흥망성쇠 생노병사 성주괴공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운명과도 같은 이치이러니, 이제 1350년이 넘도록 아직도 다 하지 못한 염원일지라도, 이제는 그 염원조차 깨끗이 씻고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길 바라는 것이 영산회상을 베푸는 이유인 것이다.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최우성 기자

최우성 (건축사.문화재수리기술자. 한겨레건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