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돌 하나가 -《두만강여울소리》시비 제막에 부쳐 하얀넋 한줄기 쫓아 서둘러 달려가던 바람이 잠간 여기 발길 멈추었다가 하나의 돌로 굳어졌습니다. 여울목마다에서 구슬프던 옛님의 노래가락이 가져시지 않는 체증으로 텅 빈 가슴 반공중에 드리워져 있는데 흘러가는 물결과 흘러가는 구름과 흘러가는 세월과 흘러가는 모든것들을 그저 묵묵히 바라보고만 있는 돌 하나— 두만강 여울소리에 가만히 귀를 연 돌 하나가 “나랑 좀 쉬였다 가시지요” 옷자락을 잡습니다. |
해설
이는 시비제막회에서 읊은 즉흥시다. 여기서 “돌”은 여러가지 상징적의미를 띠는데 시비제막회에 드린 작품이라 할 때 한수의 시로도 볼수 있다. “하얀 넋 한줄기 쫓아/ 서둘러 갈려가던 바람이” 즉 백의겨레 넋을 따라 준비없이 달리던 시인이 “잠간 여기 빌길 멈추었다가? 하나의 돌로 굳어졌습니다.” 다시 말하면 잠간 여기서 시상을 굳히다가 한수의 시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결도 그림도 세월도 흘러가고 시풍도 흘러갈 때 “돌”은 사색에 잠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역시 흘러가야 하는가? 아니다. “나”는 “나”다. “나”는 흘러야 할 때 흐를 것이다. 하여 “두만강여울소리에 / 가만히 귀를 연 / 돌 하나가 / ‘나랑 / 좀 쉬였다 가시지요’ / 옷자락을 잡습니다.”라고 읊조린다. 시풍이여, 류파여, 나 하나의 “돌”은 하나의 시풍, 하나의 류파이다. 나는 나대로 갈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시풍의 옷자락을 잡다. “나랑/ 좀 쉬였다 가시지요” 이는 나도 좀 쉬고 너도 쉬고 가자는 간곡한 부탁이다. 왜 쉬자고 하는가, 왜 함께 쉬여야 하는가, 왜 쉰 후에 또 가자고 하는가, 독자는 저마다 제 나름대로의 풀이가 있을 것이다.
시인은 현대파수법을 아주 훌륭하게 시에 도입하고 있다. 상징의 몽롱, 이미지의 교차는 자연스럽게 시에 흐르고 있다. 그러나 시 전반은 현실에 마주서서 읊은 것이지 내심의 독백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시는 현대파수법을 도입한 재치있는 사실주의시다.
리복, “제12차 <두만강여울소리> 수상작품평”《문학과 예술》1995년 제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