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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올해의 첫 국악경연 “논산의 황산벌대회”

[국악속풀이 313]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박타령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흥보가의 또 다른 별칭이 <박타령>이란 점에서도 이 대목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거니와 이 대목은 장단의 대비와 유연하게 흘러가는 가락보다도 발림, 소리꾼에게 유일한 소도구인 부채를 활용하여 사설을 실감나도록 표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발림이란 너름새, 사체(四體)라고도 한다는 점, 박타령은 진양장단으로 시르르르렁 실건 당거 주소. 헤이 여루 당거주소. 이 박을 타거들랑은 아무것도 나오지를 말고 밥 한통만 나오너라. 평생의 포한(抱恨)이로구나.”로 진행되다가 박이 벌어질 시점에 빠른 장단으로 변한다는 점, 조상궤에서 쌀과 돈이 나오자 본격적으로 빠르게 흥보가 좋아라고의 대목이 이어지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사설을 처리하는 대목이 매우 흥미롭다는 점 등을 이야기 하였다.

 

이번 주에는 잠시 이야기를 바꾸어 2017년 들어서 처음으로 개최된 충남 논산의 전국 국악경연대회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논산에서 열린 대회의 명칭은 <황산벌 전국국악경연대회>325-26, 양일간 논산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이번이 열두 번째로 충남의 작은 도시 논산에서 이러한 전국대회를 개최해 온 목적은 너무도 시의에 적절한 명분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선, 개최의 목적 첫째는 백제의 명장 계백(階伯)장군의 얼을 선양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작되고 있으며 그 정신을 이어 남북의 평화통일 정신을 드높인다는 취지이다. 이와 함께 낙후된 국악 문화의 부흥과 국악인구의 저변 확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국악 활성화를 통한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한다는 점에서 매우 필요하고 적절한 명분을 담고 있다 하겠다.


 

이 대회의 주최, 주관은 논산시와 ()계백장군선양전통예술보존회(이사장 김남수)이며 경연부문은 판소리, 기악의 관악과 현악, 고법, 풍물 등 모두 4개 분야였다. 그리고 각 부문은 학생부와 일반부로 구분해 놓고 있다. 일반부 안에 포함되어 있는 신인부는 대학생이나 전공자는 참가 할 수 없다는 제한사항이 있어서인가 초보자 및 아마츄어들이 몰리고 있어 대성황을 이루었다.

 

또한 다른 대회와는 달리, 노인부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데, 역시 만 65세 이상이 되어야 참가가 가능하다는 단서를 붙이고 있다. 그럼에도 7~80대 노인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어서 그 열기가 제법 뜨거웠다.

 

판소리 고법(鼓法)분야는 이름난 명창들을 초청하여 명창이 부르는 대목, 대목에 따라 변화하는 장단을 올바르게 반주하는 고수들의 북가락을 평가하는데, 고법보다도 명창의 소리를 듣기 위해 객석은 관객들로 꽉 들어찼다. 마지막 풍물은 판굿과 사물놀이로 구분해 놓고 출전자들의 호흡과 기교의 수준을 평가하고 있어서 한바탕 축제의 마당을 열고 있는 것이다.

 

시상자의 선정은 본 대회의 4개 장르, 즉 판소리와 고법, 기악의 현악, 관악부문에서 1등을 차지한 수상자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회의장 수상자를 정하는데, 대상 수상자에게는 논산의 전통적인 축제인 딸기축제와 강경의 젓갈축제에 초청되어 수상자 공연을 하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또한 다음해에는 시상식에 앞서 갖는 특별무대에 초대되는 특전도 갖게 되며 일정년도가 경과된 뒤에는 본 대회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는 영예를 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생각이외로 많은 출전자들이 몰려 논산시와 주최 쪽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다소 아쉬운 것은 판소리와 기악에 한정되어 있는 분야로는 전국대회로 뻗어나갈 수 있는 자생력이 약하다. 다시 말해 충남은 경기지방이나 서도지방의 긴잡가나 민요도 널리 분포되어 있는 지방이고, 이와 함께 대전이나 충남은 지방의 문화재로 가곡이나 시조창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이들 분야이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가야금 병창분야나 전통무용 분야도 국악계에서 품고 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들 장르의 신설은 조속히 검토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참고로 시상 내역에는 종합대상에 국회의장상이 주어지는데, 금일봉과 함께 지역의 특산품이 부상으로 수여되며 일반부 대상인 최우수상은 문체부장관상으로 금일봉과 함께 지역의 특산품, 일반부 고법대상과 일반부 판굿 대상에는 통일부장관상으로 금일봉과 함께 역시 지역의 특산품, 그리고 고등부 종합대상에는 교육부장관상으로 상금과 함께 국악기 1점이 상품으로 수여되었다.

 

그리고 각 분야의 모든 수상장들에겐 상금과 함께 보리쌀과 대추 등 지역의 특산물을 상품으로 수상하는 아이디어가 매우 신선하고 이채로웠다. 앞으로도 이러한 행사를 통해 지역의 특산물 알리기는 매우 긍정적 반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를 총평한다면 우선 기획이 탄탄했다는 점이다. 심사위원회의를 통해 각 분야의 위원들에게 심사요령을 확실하게 주지시켰을 뿐만 아니라, 채점 후에는 결과를 즉각 공개해서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조치한 점이라든가, 경연 전에 심사주안점이나 심사 후에 종목별 평가를 통해 단순한 경연장이 아니라 교육의 연장으로 만든 점도 좋았다. 그리고 홍보를 통해서 많은 학생들과 국악인들, 일반 관객들이 모여 한바탕 축제의 장으로 인식시킨 점도 높게 평가한다. 초등학생들의 판소리 실력이나 중, 고등부의 기악의 수준은 전국수준이라 할 만큼 치열하였다.

 

특히 인상에 남는 분야는 판소리 노인부에 참여한 전원의 소리 실력이다. 왕년에 소리 한가락이라도 배운 노인들이 대거 참여하여 매우 뜨거운 경연장이 되었던 것이다. 노인들이 나이가 들면서 걷거나 다양한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고, 취미생활도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다 아는 말이다. 그러나 정작 실천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노인의 건강을 위해 노래 부르기, 판소리 한 대목 부르기를 적극적으로 권하고자 한다.



 

특히 판소리 부르기처럼 사설을 암기해야 하고, 음정이나 박자 등 예민한 부분을 잘 맞추는 활동은 정신 건강에 좋을 것이고, 거기에 긴 호흡을 유지해 나가며 힘차게 부르는 소리는 육체적 건강에 최적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 복지부가 노인이 되면 무조건 얼마의 돈을 도와주는 것보다 이러한 대회에 참가하는 노인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후원하는 일이 바로 노인복지가 아닐까 한다. 이런 의미에서 논산시 공무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논산시는 이틀 동안 모든 출연자들과 관객 모두에게 점심식사로 국수를 제공했다는 점도 훈훈한 논산의 인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어서 인상적이었다. 당일 날씨가 쌀쌀한 편이어서 따뜻한 국물은 모두를 만족시킨 배려이었고, 이를 주민들 10여명이 무료 봉사했다는 점은 다른 대회에서는 보기 어려운 논산대회만의 고마운 일이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황산벌 대회는 주최 측이나 경연참가자, 심사위원, 관객, 시민 모두가 최선을 다해 함께 꾸미고 즐긴 한바탕 축제의 장이었다고 평가한다. 더 확대되고 활력에 찬 내년 대회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