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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야겠지.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은

소설 "이순신의 꿈꾸는 나라2" 애정의 장9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일패공주는 오표에게 경미한 떨림이 있는 목소리를 꺼냈다.


죽여야겠지.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은 본래 죽여 없애는 것이 상수잖아.”

“......!”

그래도 그건 아니겠지. 어차피 장예지의 존재만 이 땅에 없다면 기회는 있을 테니까.”


일순간 오표는 머리끝이 쭈뼛했다. 장예지는 아직도 분명 살아 숨 쉬고 있지 않은가. 그녀를 암살하려고 했을 때 공교롭게도 광해군이 등장하여 훼방을 놓았었다. 그런데 오표가 사실을 발설하려는 순간에 다시 일패공주가 중얼거렸다.


장예지를 영원히 찾을 수 없다면 김충선도 사람인데 내게 기회를 주겠지.”

공주님은 자신이 얼마나 완벽한 여자인 줄 모르고 계십니다. 어디에 숨어 있어도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는 분입니다. 향기도 최고이며 미소도 우아합니다. 당신이 지니고 있는 고고함과 싸늘한 매력은 독보적입니다. 오표는 그래서 노예로 살아갈 겁니다.’



안 그런가? 오표?”

......럴 것입니다.”

칸은 확실히 나보다도 위대하셔. 우린 다시 조선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 근자에 조선은 다시 재미있게 변하고 있잖아.”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일패공주는 제법 생기가 도는 모습이었다.

동행자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선조의 밀사입니다.”

하성군의 끄나풀이라고? 뭐 하러 여길 온 거야?”


오표는 주저하지 않았다.

김충선을 만나게 되면 처치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는 내가 김충선을 제대로 살해 하는지를 감시하기 위해 따라온 것입니다.”

밥벌레보다도 더러운 위인이군.”

그렇습니다.”

끝내.”


일패공주는 길게 명령 내리지 않았다. 오표는 때로 그녀의 그런 간결함이 너무 좋았다. 본래 사랑에는 눈이 먼다고 하지 않았던가. 일패공주의 처소를 나온 오표는 여진의 장터 부근에 마련되어 있는 2층 객사로 향하였다. 오래 된 낡은 건물은 발을 내디딜 때마다 신음처럼 삐거덕 거렸다.


으흥.”

객실내로부터 이번에는 복도의 삐거덕 거리는 소리가 아니라 한참 열정이 고조 되었을 때나 들을 수 있는 교성(嬌聲)이 새어 나왔다. 오표는 인상을 일그러뜨리면서 객실의 문을 슬며시 밀었다. 조영은 객사의 침상에서 여진족의 창기(娼妓)를 끌어안고 헐떡거렸다.


재미 좋소?”

조영은 흠칫 놀라면서 돌아보았다. 오표가 들어오는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였다. 기분 나쁜 놈이다. 이 오표란 칼잡이는 언제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도무지 나가고 틀어오는 것을 한 번도 제대로 확인해 본 적이 없을 정도다. 조영은 젖가슴이 말라 보이는 창기 쪽으로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