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비들은 유배를 가거나 사행단으로 다른 나라에 가거나 관직을 수행하기 위해서 부부가 서로 떨어져 지낼 일이 많았기에 부부 사이가 그리 원만하지 못했을 것으로 짐작하지만 실은 부부 사이에 끈끈한 사랑의 흔적이 꽤 남아 있습니다. 그런 끈끈한 부부사랑으로 퇴계 부부 말고도 조선 전기의 문신으로 《미암일기(眉巖日記)》의 지은이 유희춘과 그 아내 송덕봉, 서유본과 《규합총서(閨閤叢書)》를 쓴 그의 아내 이빙허각, 윤광원과 조선시대 3대 여류시인인 강정일당 부부가 있지요.
그 가운데 유희춘은 숙직을 서느라 며칠 집에 오지 못했는데 갑자기 눈이 내리며 추워지자 남편이 추위에 떨까봐 아내 덕봉이 새 이불과 외투 단령을 보자기에 싸서 갖다 주도록 했습니다. 이에 감동한 유희춘은 임금이 하사한 술상과 함께 “눈이 내리니 바람이 더욱 차가워 / 그대가 추운 방에 앉아있음을 걱정하노라 / 이 술이 비록 보잘 것 없지만 / 차가운 속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으리”라는 답장을 보냅니다. 이에 역시 감동한 아내 덕봉은 “국화잎에 비록 눈발이 날리지만 / 은대(승문원)에는 따뜻한 방이 있으리니 / 차가운 방에서나마 따뜻한 술을 받으니 / 속을 데울 수 있어 매우 고맙소”라는 시로 답을 합니다. 조선시대 선비와 그의 아내들은 서로 알아주는 친구인 지우(知友)로 알았고, 예로 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