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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지적장애인 아내 무덤가에서 넋을 위로한 퇴계 이황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558]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조선시대 큰 학자 퇴계(退溪) 이황(李滉)은 첫째부인 김해 허 씨를 잃은 뒤 31살에 지적장애를 가진 둘째부인 안동 권 씨와 재혼 했습니다. 그러나 퇴계는 17년 동안 권 씨와 함께 살면서 권 씨를 나무라거나 홀대한 적이 결코 없었지요. 그뿐만 아니라 그의 나이 46살 때 권 씨가 세상을 뜨자, 퇴계는 정성을 다해 장례를 치렀을 뿐 아니라 전처소생의 두 아들에게도 친어머니와 같이 시묘살이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권 씨의 묘소 가까이에 암자를 짓고 1년 넘게 머무르며 아내의 넋을 위로해주었습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유배를 가거나 사행단으로 다른 나라에 가거나 관직을 수행하기 위해서 부부가 서로 떨어져 지낼 일이 많았기에 부부 사이가 그리 원만하지 못했을 것으로 짐작하지만 실은 부부 사이에 끈끈한 사랑의 흔적이 꽤 남아 있습니다. 그런 끈끈한 부부사랑으로 퇴계 부부 말고도 조선 전기의 문신으로 미암일기(眉巖日記)의 지은이 유희춘과 그 아내 송덕봉, 서유본과 규합총서(閨閤叢書)를 쓴 그의 아내 이빙허각, 윤광원과 조선시대 3대 여류시인인 강정일당 부부가 있지요.


 

그 가운데 유희춘은 숙직을 서느라 며칠 집에 오지 못했는데 갑자기 눈이 내리며 추워지자 남편이 추위에 떨까봐 아내 덕봉이 새 이불과 외투 단령을 보자기에 싸서 갖다 주도록 했습니다. 이에 감동한 유희춘은 임금이 하사한 술상과 함께 눈이 내리니 바람이 더욱 차가워 / 그대가 추운 방에 앉아있음을 걱정하노라 / 이 술이 비록 보잘 것 없지만 / 차가운 속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으리라는 답장을 보냅니다. 이에 역시 감동한 아내 덕봉은 국화잎에 비록 눈발이 날리지만 / 은대(승문원)에는 따뜻한 방이 있으리니 / 차가운 방에서나마 따뜻한 술을 받으니 / 속을 데울 수 있어 매우 고맙소라는 시로 답을 합니다. 조선시대 선비와 그의 아내들은 서로 알아주는 친구인 지우(知友)로 알았고, 예로 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