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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기원과 덕담 울려 퍼져 행복한 순간이 되다

한국문화의집서 “2017 유지숙의 기원과 덕담” 공연 열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어제는 광주518 광주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이 땅의 민주주의는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기에 버텨낼 수 있었다. 광주와 호남에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라며 기원과 덕담을 했다. 이 기원과 덕담은 어제 밤 8시 서울 삼성동 한국문화의집(KOUS)에서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향두계놀이보존회와 서도소리연희극보존회가 공동주최한 “2017 유지숙의 기원과 덕담공연이 그것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조교 유지숙 명창은 지난 20145"이 어려운 시절, 잠시나마 이 음반이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모두에게 만복이 깃들기를 기원한다."라면서 신나라레코드를 통해 <유지숙의 기원과 덕담소리> 음반을 냈다. 이후로 유지숙 명창은 해마다 우리 국민에게 기원과 덕담을 들려주는 특별한 공연을 펼쳐오고 있다.



 


그 공연의 하나로 열린 어제 공연에서 유지숙 명창은 또 한 번 청중들에게 기원과 덕담을 통해 감동을 안겨줬다. 공연은 세한대학교 전통연희학과 이상균 교수의 사회로 열렸는데 음악감독에 최경만 명인, 안무에 진유림 명무, 연출에 전기광 감독이 함께 했다.

 

무대가 열리면서 먼저 반메기비나리가 울려퍼진다. 부처님의 은덕으로 모든 액운을 몰아내고 가정의 안녕과 개인의 평안함을 빌고 축원하는 내용답게 소리는 잔잔한 듯 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리고 힘 있게 공연장을 휘감는다. 공연 시작부터 청중은 행복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이어서 산염불, 개성산염불, 자진산염불 차례다. 황해도에서는 부처님이 노여워하시니 산염불을 모르면 절간에 가지마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산염불은 황해도의 대표적인 민요다. 개성에서 봄가을 부녀자들이 살아서 북성길을 넘지 못하면 사후에 고해가 크다 하여 북쪽에 쌓은 성을 돌아 남성길로 돌아오는데 이 때 성을 넘으면서 불렀다는 노래이기도 하다. 역사 서도민요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소리로 유지숙 명창의 진가가 돋보인다.



 


공연 가운데는 <평안도 다리굿>의 고축, 긴염불, 술타령, 돈타령, 노래전별푸념을 부르는 특별한 순서도 있다. <평안도 다리굿>은 평안북도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된 것이지만 공연하는 이를 쉽게 볼 수 없다. 그런 귀한 공연을 우리는 유지숙 명창을 통해 듣는 행운을 누린다. 무대에 올리는 이에 따라 굿소리도 이렇게 훌륭한 무대소리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그리고 강화고사소리가 이어진다. 강화고사소리는 정월에서 섣달까지 열 두 달의 액운과 살을 풀어내는 달거리 또는 월령가의 하나로 황해도와 인접한 강화도의 소리에는 구성진 서도소리와 흥겨운 경기민요가 혼재한다. 강화도는 유지숙 명창의 고향이다. 고향의 소리를 찾아 공을 들여 무대로 끌어올린 것에 대해 청중들은 아낌없이 큰 손뼉을 쳐준다.

 

마지막은 황해도굿의 부정거리, 영부정, 쑹거타령이다. 황해도굿 소리 가운데서도 흥겨운 소리들만 모아서 악기들과 더불어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황해도굿이 끝나자 모든 출연자가 나와서 인사를 하는데 유지숙 명창은 특별히 9살 송유빈, 7살 최시연을 소개했다. 충남 당진과 온양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버스와 승용차를 타고 공부하러 온다는 이 아이들은 정말 깜찍하게 소리한다. 이런 아이들 덕에 우리문화, 우리 국악은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친구의 권유로 공연에 오게 됐다는 도봉동의 서은주(54) 씨는 처음 소도소리를 들었고 특히 무대에서 울려 퍼지는 굿소리와 고사소리를 들었는데 이렇게 이 소리들이 매력 있게 다가올 줄을 몰랐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해와 올해 걸쳐 우울한 일들만 많았는데 유지숙 명창의 공연 <기원과 덕담>을 듣고 훌훌 털어버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즐거워했다.

 

또 전통음악학회 서한범 회장(단국대 명예교수)오늘 공연된 노래들은 대부분 굿판에서 불리는 삶의 노래들이다. 그런 노래들을 찾아서 다듬고 무대에 올려 청중들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든 유지숙 명창의 노력이 참으로 돋보인다. 쉽게 무대에 서지 않고 끊임없이 공연 종목을 찾아내 각고의 노력 끝에 맛깔스러운 소리로 만들어내는 그 정성이야말로 칭찬받아 마땅하다.”며 반가워했다.

 

오월 어느 멋진 밤 우리는 유지숙 명창의 기원과 덕담소리로 온 시름을 일거에 날려버리는 쾌거를 이뤘다. 좀 더 큰 공연장에서 더 많은 이들이 이 행복한 잔치에 함께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맘들이 청중들의 가슴에서 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