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이제 참외가 제철인 때가 왔습니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그 참외 모양을 닮은 국보 제94호 “청자 참외모양 병”이 있습니다. 경기도 장단군에 있는 고려 인종의 능인 장릉(長陵)에서 “황통 육년(皇統 六年, 1146년)”이라는 제작 연대가 적힌 인종의 시책(諡冊, 임금과 왕비가 죽은 뒤 시호-諡號를 올릴 때 쓰는 책)과 함께 발견되어, 이 병이 고려청자 최성기인 1146년(인종 24)에 만들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라남도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 7ㆍ8호 가마터를 중심으로 동일한 청자조각이 발견되는 것은 물론 비슷한 모양의 병이 다른 고려 고분의 출토품에도 보이며 중국의 자주요(磁州窯)와 경덕진(景德鎭) 가마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병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 병의 크기는 높이 22.8㎝, 입지름 8.8㎝, 밑지름 8.8㎝로 목이 긴 참외 꽃 모양의 아가리, 치마 주름 모양의 높은 굽이 받치고 있는 꽃병으로, 단정하고 세련된 형태의 작품입니다.
담록색이 감도는 맑은 비색 유약이 얇고 고르게 발라져 있고 군데군데 금(유빌렬)이 가 있습니다. 우아하고 단정한 모습과 은은한 유색이 돋보이는 것은 물론 참외 모양의 몸체에 꽃을 주둥이로 삼아 표현한 매우 아름다운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무늬나 채색, 다른 꾸밈이 없어도 이처럼 아름다운 청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당시 청자를 빚었던 장인의 높은 예술적 감각을 알게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