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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은 간다

조선족문학창 / 석화시 감상과 해설 9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


 

         

연변은  간다



          연변이 연길에 있다는 사람도 있고

          구로공단이나 수원 쪽에 있다는 사람도 있다

          그건 모르는 사람들 말이고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연변은 원래 쪽바가지에 담겨 황소등짝에 실려 왔는데

          문화혁명 때 주아바이*랑 한번 덜컥 했다

          후에 서시장바닥에서 달래랑 풋 배추처럼 파릇파릇 다시 살아났다가

          장춘역전 앞골목에서 무우짠지랑 같이 약간 소문났다

          다음에는 북경이고 상해고 랭면발처럼 쫙쫙 뻗어나갔는데

          전국적으로 대도시에 없는 곳이 없는 게 연변이였다

          요즘은 배타고 비행기타고 한국 가서

          식당이나 공사판에서 기별이 조금 들리지만

          그야 소규모이고 동쪽으로 동경, 북쪽으로 하바롭쓰끼

          그리고 사이판, 샌프란시스코에 파리 런던까지

          이 지구상 어느 구석인들 연변이 없을쏘냐.

          그런데 근래 아폴로인지 신주(神舟)*인지 뜬다는 소문에

          가짜 려권*이든 위장결혼이든 가릴 것 없이

          보따리 싸 안고 떠날 준비만 단단히 하고 있으니

          이젠 달나라나 별나라에 가서 찾을 수밖에

 

          연변이 연길인지 연길이 연변인지 헷갈리지만

          연길공항 가는 택시료금이

        10원에서 15원으로 올랐다는 말만은 확실하다.





            * 주아바이 : 연변조선족자치주 초대주장 주덕해로 중국조선족의 수령

            * 신주(神舟)* : 중국 최초의 유인 우주선

            * 려권 : 여권




해설


중국조선족이 백년 이상 중국에서 자기의 민족정체성을 지키면서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연변이란 이 가장 큰 조선족집거구가 있었고 연변을 중심으로 하여 민족문화를 지키고 보존했기 때문이었고 연변을 중심으로 하여 민족문화를 지키고 보존했기 때문이다.

 

석화는 연변조선족문화의 뿌리는 깊으며 미래 또한 어둡지마는 않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줌으로써 연변은 아직 건재하고 있음을 소리높이 외칠 필요성을 느끼고 련작시 연변을 창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석화도 연변조선족공동체가 안고 있는 위기상황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련작시의 연변은 간다같은 시들에서 석화는 바로 이런 위기상황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 시에서 석화는 유머러스한 필치로 연변은 간다고 표현했는데 그럼 연변은 어디로 가는가? 연변은 전통적인 농경사회와 결별하고 낯설고 생소한 도시화, 산업화, 세계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앞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천방지축 달려가고 있는 연변을 보면서 석화는 이 시에서 직설은 하지 않았지만 깊은 우환의식을 밑바닥에 깔아두었다.


31편에 달하는 석화의 련작시 “연변”은 이런 식으로 연변조선족의 끈질긴 생존의지와 독특한 개성을 표현함과 동시에 깊은 우환의식을 드러냄으로써 가장 조선족적인 시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석화의 련작시 “연변”은 디아스포라로서의 연변조선족 나아가서 전반 중국조선족시문학의 품위를 높여주는 시작행위로 평해야 할 것이다. (《중국조선족문학통사》, 연변인민출판사, 350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