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조선시대 서당에 처음 다니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천자문(千字文)》, 《명심보감(明心寶鑑)》, 《소학(小學)》 따위는 기본 교재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성리학자인 양반들이 펴낸 책들이지만 중인이 펴낸 어린이 참고서도 있었습니다. 바로 조선 후기의 중인학자 장혼(張混, 1759-1828)이 쓴 《아희원람(兒戱原覽)》이 그것입니다. 《아희원람(兒戱原覽)》은 옛 책의 글과 책 가운데 아이들이 찾아보아야 할 내용을 열 가지 주제로 가려 뽑은 책이지요.
《아희원람》은 기존에 즐겨 썼던 《소학》 따위에 견주어 아동들이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게 동화나 우화처럼 풀어쓴 것입니다. 또 제기ㆍ연ㆍ골패ㆍ쌍륙ㆍ투호ㆍ제기차기ㆍ널뛰기 같은 민간 놀이에 관한 내용도 다루었으며, 답교놀이ㆍ관등행사ㆍ유두(流頭)ㆍ씨름ㆍ 약밥ㆍ팥죽ㆍ기우제 따위 세시풍속에 대한 내용도 들어있지요. 이처럼 《아희원람》은 기존 성리학자들이 쓴 책들과 달리 가르치려 드는 틀을 허물어 버리고, 백성들의 세시풍속을 소개하면서 중인학자답게 쉽게 쓰려고 노력했다는 평을 받습니다
이 책을 쓴 장혼은 조선 후기 으뜸가는 출판편집인이라는 평가를 듣습니다. 그 까닭은 그가 정9품 잡직 사준(司準)이 되어 교정보고 책 만드는 일에 평생을 보냈기 때문인데 그가 교정을 본 책으로는 《사서삼경(四書三經)》, 《이충무공전서(李忠武公全書)》, 《규장전운(奎章全韻)》,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 따위가 있으며 정조의 문집인 《홍재전서(弘齋全書)》도 그가 교정을 본 책의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