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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박정욱 그는 배뱅이굿을 부르기 위해 태어났는가?

[국악속풀이 317]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해학(諧謔)이 넘쳐나는 휘모리잡가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사설이 재담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어서 매우 해학적이란 점, 볶는타령 장단으로 빠르게 몰아가기 때문에 모임의 파장 무렵에 부르게 마련이란 점, 생성연대를 1800년대 중반으로 보는 근거는 중반 이후에 <육칠월 흐린 날>과 같은 노래가 유행했고 박춘재(1881년생) 명인이 어렸을 때부터 휘모리잡가를 들으며 자랐다고 말한 점을 들었다.

 

1907년 최초의 휘모리잡가 음반이 출시되었다는 점, 1900년대 초, 잡가집 속에 <바위타령>이나 <맹꽁이타령>, <곰보타령> , 휘모리잡가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 등이라는 이야기, 또한 휘모리잡가 가운데는 옛 장형(長型)시조와 맥을 함께 하는 형식도 있으며 초기의 명창 박춘경은 농부 출신으로 시조, 수잡가, 긴잡가, 휘모리잡가를 잘 불렀고, 이현익은 <병정타령> <맹꽁이타령> <바위타령> <비단타령> <순검타령>등을 창작하였다는 점도 얘기했다.

 

이 가운데 <비단타령>은 마치 경을 읽는 듯한 독경(讀經)방식으로 노래하는데, 곡의 길이가 짧지 않고 사설 내용이 어려운 편이며 장단이 2분박과 3분박으로 부분, 부분 변화하는 등 어려운 특징이 있는 노래라는 점, 등등을 이야기 하였다.

 

이번 주에는 박정욱이 펼치는 <배뱅이굿 발표회> 이야기를 한다.

 

박정욱은 누구보다 배뱅이굿을 좋아하며 즐겨 부르고 또한 맛깔스럽게 부르는 젊은 명창이다. 국악계에서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는 명인 명창은 아주 드문 실정인데, 그 중에 한 사람이 또한 박정욱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그가 공연을 한다고 하면 만사 제치고 달려가는 애호가들이 많다. 그는 배뱅이굿 공연만 무려 500회를 넘게 하였다고 하니 배뱅이굿에 대한 그의 집념이랄까? 남다른 애정을 알 수 있다. 이번 공연은 2017530(), 오후 730, 강남구 삼성동 소재(선정릉역)의 무형문화재 전수회관 풍류극장에서 갖는다.

 

내가 박정욱을 만난 시기는 30여년이 넘고 있는 것으로 기억된다.

 

졸저 국악통론1981년도에 세상에 나왔는데, 내용 가운데 서도의 <시창(詩唱)>을 잡가로 분류한 점에 대해 김정연 명창이 못마땅해 하면서 그 제자들에게 나의 분류가 틀렸다고 지적을 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그 후, 김정연 명창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시창의 창법이 점잖다는 점에서는 정가와 유사하지만, 가곡은 아니란 점, 그리고 원래 잡가란 잡가집을 만들면서 여러 노래가 한 책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의미로 쓰인 용어임을 설명한 적이 있는데, 당시 그의 문하에서 서도소리를 공부하고 있던 박정욱이 동행한 적이 있어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 후 10여년이 지났을까? 제주도에서 전국민요경창대회가 열렸는데, 이때 박정욱이 서도민요를 불러 대상을 받았을 때, 심사를 맡았던 것이 또한 깊은 인연이 되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정연 명창이 떠난 이후, 그는 이은관에게서 배워 배뱅이굿에 빠져 있으면서도 경서도민요, , 민속놀이, 굿, 연기,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소리나 연기의 폭을 넓혀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찌 되었던 그의 주전공 분야는 서도소리 중에서도 <배뱅이굿>이라 할 것이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서도창>, 또는 <서도소리>라고 하는 말은 황해도의 산염불조나 또는 평안도의 수심가(愁心歌)조로 부르는 노래들의 통칭이다.

 

여기에는 명주실을 뽑아내듯 속청을 사용하는 시창(詩唱)이 있고, 초한가나 공명가와 같은 긴소리, 좌창(坐唱)이 있으며, 여러 명이 서서 씩씩하고 활달하게 부르는 선소리 입창(立唱)도 있고, 지역의 독특한 창법으로 부르는 통속민요나 토속민요와 송서(誦書), 그리고 배뱅이굿과 같은 창극조(唱劇調)등이 대표적이다.


 

이번에 박정욱이 만든 무대는 서도소리의 1인 창극조인 <배뱅이굿>이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부잣집 무남독녀인 <배뱅이>라는 처녀가 상사병에 걸려 죽게 되자, 그녀의 혼을 달래주기 위해 8도의 무당들을 불러 굿을 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묘사한 내용이다.

 

이야기의 전개는 노래, 아니리(대사), 발림(몸짓, 연기)을 섞어가며 청중을 울리고 웃기는 과정이 얼핏 판소리와 비교될 수 있다. 그러나 재담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이라든가, 그 재미 위주의 결과가 허망하다는 인상이 짙은 점은 다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배뱅이굿의 역사는 100년이 훨씬 넘는 소리계보를 지니고 있다. 김관준의 소리를 김종조, 김주호, 최순경, 이인수, 김칠성 등이 이어받았는데, 이중 김칠성의 소리는 김정연에게 이어지고, 이은관은 이인수에게 수년간 서도창과 배뱅이굿을 배운 뒤, 서울의 극장가를 돌며 일약 대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월남한 세대의 서도 소리꾼들의 대가 끊기었고, 그들에게 배운 젊은 소리꾼들이 본 고장의 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평안도나 황해도의 소리가 본 고장의 언어나 감정으로 재탄생되는 과정이 그리 녹록치 않음은 문화의 지역적 색채가 얼마나 강한가를 여실히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관련 기관에서는 본 고장의 원류를 온전히 보존하겠다는 전승의지와 이에 대한 활성화 대책을 서둘러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김정연에게 배뱅이굿도 배운 바 있는 박정욱은 이번 무대에서 스승 김정연의 유음도 부분 부분, 들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정욱의 소리로 "왔구나, 왔소. 배뱅이 혼신이 평양사는 박수무당의 몸을 빌고, 입을 빌어, 오늘에야 왔소이다. 오마니, 오마니.”하며 흐느껴 우는 대목을 감상해 보면 프로와 아마츄어가 얼마나 다른가를 확인하게 되리라 믿는다.

 

그의 소리를 대할 때마다 느끼게 되는 사실은 박정욱은 진정 배뱅이굿을 부르기 위해 태어난 사람일까?“ 하는 상상이다. 그 동안 500여회의 배뱅이굿 발표회를 국내외의 크고 작은 무대에서 펼쳐온 점이나, 그의 공연에 참여하는 고정 애호가 집단이 많다는 점, 누구보다 관객을 흡인(吸引)하는 힘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점 등은 그의 능력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사실이 되고 있다.

 

아마도 그의 폭발적인 힘에서 나오는 소리와 연기에 기초한 것으로 자신감이 충만하고, 타고난 끼와 과신하지 않는 겸손한 능력을 두고 하는,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한다.

 

서도소리의 진수를 맛보게 될 이번 무대는 전례없는 또 다른 감동의 무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문화신문독자들을 전원 초청해 배뱅이굿의 진수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