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송정헌 애국지사(1919~2010)는 중국인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하여 1990년 대한민국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1990년)을 받은 분이다. 송정헌 지사는 중국 항주에서 태어나 1937년 강서성 노산구강 폐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 할 때 훗날 남편이 되는 유평파 지사의 형 유진동 선생을 만났다. 중국 절강성 항주(浙江省 杭州)는 아름다운 서호를 끼고 있는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으로 소주(苏州)와 더불어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중국인들은 ‘소주에서 태어나 한주에서 사는 것이 인간의 행복’이라고 말할 정도로 사람살기 좋은 곳이며 소동파와 같은 대시인이 이곳에서 시를 읊었던 곳이다.

송정헌 지사가 평생의 반려로 삼은 한국인 독립운동가 유평파 지사를 만난 것은 그의 형 유진동 선생을 만난 인연으로 이어진다. 유진동 선생은 임시정부 백범 김구 주석의 주치의로 1928년 중국 상해 동제(同濟)의과대학에 다닐 때부터 한인학우회를 결성, 서무위원으로 활동하며 김구 주석을 도와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송정헌 지사와의 인연은 송 지사가 근무하던 병원장으로 유진동 선생이 부임하면서 동생인 유평파 지사를 소개하여 송정헌, 유평파 독립운동가 부부가 탄생한 것이다.

송정헌 지사는 1938년 남편과 함께 유주(柳州)에서 결성된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韓國光復陣線靑年工作隊)에 입대하여, 적의 후방공작과 첩보수집 활동을 하였다. 결혼 무렵 남편 유평파 지사는 김구 주석의 경호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상해를 떠나 중경에서 광복을 맞이할 때까지 27년간 피난생활을 하면서 유주에 도착한 것은 1938년 11월 말이다. 유주에서 임시정부의 짐 보따리를 풀 때 임시정부는 매우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1939년 3월 1일 용성중학 강당에서 3ㆍ1운동 20주년기념대회를 열고 기념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독립에의 열정을 놓지 않았다. 임시정부는 기념선언에서 독립운동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광복 후의 건국강령을 선포하였다. 또한 한국의 청년들을 모아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를 결성하여 독립운동의 새로운 방향과 방법을 모색하였다.

송정헌 지사가 참여한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는 문화선전의 활발한 활동을 벌여 침체된 임시정부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였다. 청년공작대는 광복군으로 이어지는 무장 투쟁의 전초를 마련하는 중요한 조직으로 그 동안 여러 갈래의 독립운동이 통합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맺어진 결실로서, 독립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활동력을 가진 단체였다. 청년공작대는 유주의 항전단체와 연대하여 활발한 문화선전활동을 벌였다. 특히 곡원극장에서 연 유예대회는 청년공작대의 실천적 활동력을 보여주고 한국독립운동의 의지와 열정을 중국인들에게 각인시켰을 뿐 아니라 한중간의 연대를 성공적으로 이룩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송정헌 지사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중경시절, 김규식 부주석의 부인인 김순애, 천도교 청우당위원장 최덕신의 부인인 유미영 등과 더불어 한국혁명여성동맹(韓國革命女性同盟)에 가입하여 창립요원으로 활동하였으며 한국독립당원(韓國獨立黨員)이 되어 활약하였다. 중국인으로 중국땅에서 조선 독립을 위해 헌신하던 송정헌 지사는 1945년 8‧15 광복과 함께 남편과 일시 귀국하였으나 김구 주석의 밀사로고 다시 중국에 재입국하였으나 남편이 그만 성홍열로 상해에서 숨을 거두는 불행을 만난다. 남편 유평파 지사의 나이 37살이었으니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었다. 그 뒤 송정헌 지사는 어린 자녀들을 돌보기 위해 남경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으며 그곳에 정착하게 된다.

하지만 다행히도 장성한 아들 유수송이 1990년(당시 50살) KBS교향악단 단원으로 꿈에 그리던 고국에 정착하게 되자 한국과 딸이 살고 있는 남경을 오가다가 지난 2010년 난경의과대 제2부속병원에서 심장병으로 91살을 일기로 숨을 거두었다. 송정헌 지사는 슬하에 3남 1녀를 두었는데 큰아들 유수송(劉秀松, 예화원 대표)씨는 1938년 중국 광주에서 태어나 상해 음악학원을 졸업한 음악가다.

독립운동가 부모 밑에서 갖은 고생을 하며 음악가의 길을 걸어오다 아버지의 고향인 조국에서 1988년 6월 영주권을 얻었다. 큰손자 유승남 씨는 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 이사와 경교장복원범민족추진위원회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아 할머니 송정헌 지사가 못 이룬 꿈을 향하여 고국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 지난 4월 3일 유승남 선생을 만나러 시청 앞 사무실에 들렀을 때 그는 밝은 표정으로 필자를 맞이하여 정성스런 차를 대접하며 할머니와의 추억을 들려주었다.

한편 송정헌 지사의 동생 샤넨성(夏輦生, 69살) 씨는 중국의 유명소설가로 1999년 김구 주석이 가흥(嘉興)에서 피난할 때 뱃사공과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실화소설 《선월(船月)》을 펴냈다. 또한 김구 주석의 전기소설인《호보유망-김구재중국(虎步流亡-金九在中國)》과 2001년에는 윤봉길 의사의 일생을 다룬 전기소설 《회귀천당(回歸天堂)》을 펴낸바 있다.

*송정헌 지사 이야기는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 7권(7월 발간 예정)에 실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