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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새 우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침묵의 봄 올 것

환경이야기 5. 오늘은 “세계환경의 날”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인 카아슨 여사는 1962년에 침묵의 봄이라는 작은 책을 썼다. 이 책은 환경운동가에게는 성경 같은 책으로서 이후에 등장하는 환경 운동의 효시가 되었다.

 

이 책의 내용은 인간이 식량증산을 위해 DDT같은 농약을 만들어서 해충을 죽이는 데에는 성공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해충뿐만 아니라 이로운 곤충도 죽이고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따라 죄 없는 새들까지도 죽일 것이라는 예언서 같은 내용이었다. 이 책은 미래 어느 날, 산골 마을에 봄이 왔지만 새 우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침묵의 봄이 나타날 것이라고 암울한 예측을 하였다.


 

침묵의 봄영향으로 세계의 지성들이 로마 클럽을 만들었는데, 로마클럽에서는 1972년에 인류의 위기 (The Limits to Growth)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펴냈다.

 

이 책의 저자인 메도스 등은 인구와 공업생산, 식량생산, 자원소비, 환경오염 등의 상호작용과 그 장기적 영향에 대하여 연구하였다. 이들은 이러한 요소들의 상호작용 결과가 다음 세기에 어떻게 나타날지 추정하기 위해 컴퓨터 모의실험(simulation)을 하였다. 세계인구의 증가율이 억제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결과가 초래될 것인가? 경제성장율이 현재와 같이 계속된다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러한 의문들이 연구의 초점이었다.

 

이 책의 결론은 만약에 세계인구의 증가, 공업화, 그리고 자원소비 등이 1970년 수준으로 계속된다면 지구상에서의 경제성장은 100년 이내에 물리적 한계에 도달할 것이며 그 때에는 전 세계가 걷잡을 수 없는 파멸의 길로 치닫게 되리라는 매우 불길한 내용이었다.

 

인류의 위기가 나온 뒤 후, 197265일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오직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라는 구호 아래 제1UN인간환경회의가 열려 지구환경문제를 역사상 처음으로 논의하였다. 그 후 제1UN환경회의가 열렸던 65일을 특별히 세계환경의 날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1UN환경회의가 스웨덴에서 열린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1960년대부터 스웨덴의 호수에서 물고기가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그 원인은 호수가 산성화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면 호수는 왜 산성화되었을까? 그 원인을 추적해보니 유럽의 공업지대에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이 북유럽 쪽으로 날아와 산성비가 내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기오염물질은 국경을 초월하여 다른 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UN이 나설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제1UN환경회의를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개최하게 되었다.

 

인류의 위기는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부정하는 내용으로서 매우 주목할 만한 책이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경문제는 자신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일로 생각하였으며 정치가들은 성장위주의 경제발전을 추구하였다. 그렇지만 미국은 일찍이 1970년에 환경청을 설립하여 환경문제에 대처를 시작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미국보다 10년 늦게 1980년에 환경청을 만들었다.

 

인류의 위기의 저자들인 메도스 팀은 스톡홀름 회의 20년이 지난 1992년에 다시 지구의 위기 (Beyond the Limits)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의 부제는 파멸이냐, 지속가능한 미래냐?”라고 되어 있다. 이들은 지난 20년 동안 변화된 자료들을 다시 컴퓨터에 입력하여 조사해 본 결과 크게 실망하였다. 이들이 발견한 것은 그동안에 기술이 발달하고 여러나라에서 환경 정책을 추진했지만 인구 증가와 자원의 고갈 그리고 공해물질의 증가는 여러 면에서 지속가능한 한계를 넘어선 것이었다.

 

그렇지만 저자들은 과학기술의 획기적 발전과 인류의 정치적 사회적 역량을 집결해서 전 지구적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면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환경문제는 지구 차원의 문제이며 환경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인류 전체는 위기에 빠진다고 전문가들은 외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환경문제는 나와 관련이 없으며 단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양심 나쁜 사람들의 문제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 또한 지구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개발도상국 정치가들은 환경문제는 잘 사는 선진국의 문제라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스톡홀름 회의 후 20년이 지난 19926월에 브라질의 리우에서 열린 20차 환경과 개발에 관한 UN회의에는 160여 국가의 정상들이 모여 표면적으로는 성공한 회의였다. 그러나 내용상으로 보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에 환경문제의 원인과 책임에 관한 견해 차이 때문에 기대하던 성과를 얻지는 못하였다.

 

그렇지만 리우회의에서 채택된 지구 헌장, 유한한 지구 위에서 무한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한정된 지구자원의 해택을 전 인류가 공평히 나누어 갖기 위한 제도를 마련할 것을 처음으로 약속했다는 점에서, 문명사적 이정표가 되는 국제회의였다고 평가되었다. 특히 리우 회의에서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용어가 소개되었는데, 이후 지속가능한 경영, 지속가능한 사회, 지속가능한 지구 등등의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리우 회의 이후 10년이 지난 20028월에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는 193개 나라 정부 대표와 시민단체 등 6만여 명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리우+10 회의라고도 알려진 이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환경문제가 빈곤문제, 정치문제, 경제문제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데에 합의를 보았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지만 정부가 돈이 없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방치하고 있다는 현실을 선진국 대표들도 인정하였다.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가난한 개발 도상 국가들을 돕기 위한 원조 제공, 빈곤 퇴치를 위한 기금 조성 등과 같은 중요한 의제에 대해서는 합의를 도출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선진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양보하면서 환경 문제로 인하여 고통 받는 후진국 국민들을 돕는 것은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경 단체에서는 요한네스버그 회의는 말만 요란했지 실제적으로는 리우 회의보다 20년이 퇴보했다며 리우-20 회의가 되고 말았다고 비난하였다. 그렇지만 요한네스버그 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하여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이산회탄소를 줄이기로 합의한 것은 성과라고 볼 수 있다.

 

1992년 리우 회의 이후 20년이 지난 20126월에 제40UN 환경회의가 리우에서 다시 열렸다. 이 회의에서 주제는 녹색경제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4대강 사업을 추진하여 4대강의 16개 보를 완공한 직후였다. 정부에서는 리우 회의에서 녹색경제의 성공사례로서 4대강 사업을 홍보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을 반대하던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21명으로 구성된 리우+20 한국민간위원회를 조직하고 대표단을 파견하였다. 이들 민간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녹색경제의 실례로 홍보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은 녹색 분칠에 불과하며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의 확대 역시 녹색경제에 부합하는 에너지정책이라고 간주할 수 없음을 국제사회에 알려서 정부와 엇박자를 놓았다.

 

65일 환경의 날을 맞아 각 나라에서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행사를 개최하고 UN에서는 매년 환경을 주제로 국제회의를 개최하지만 지구의 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현재 지구가 처한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는 지구온난화라고 볼 수 있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곳곳에서 속도는 느리지만 매우 분명한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하여 국제 사회는 2016114일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과시켜서 인류에게 희망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전인 201761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은 파리협약에서 탈퇴하겠다는 발표를 하여 전세계인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지금 우리가 지구온난화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내가 아니고 내 자손에게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다.

 

환경의 날을 맞아 내가 사랑하는 자식과 손자에게 어떠한 지구를 물려줄 것인지 한번 쯤 생각해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