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새소식

미국에서 활동한 모녀 독립운동가 황마리아와 강혜원 지사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5월 31일, 대전국립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제5-138에 잠들어 계신 강혜원 지사를 찾아뵙고 왔다. 가뭄 속에 잠시 소나기 한줄기가 내린 뒤끝이라 현충원은 어느 때보다도 정갈한 느낌이었다. 이곳에는 하와이로 이민을 떠난 이래 대한부인구제회 등을 조직하여 적극적인 독립운동을 한 황마리아 (1865~ 1937, 2017년 애족장)지사의 따님인 강혜원(1886~1982, 1995년 애국장)과 사위 김성권 (1875~1960, 2002년  애족장 ) 지사의 무덤이 있다.



강혜원, 김성권 부부 독립지사의 무덤은 지난 2016년 11월 16일, 미국 땅에 묻힌 지 56년만(아내 강혜원은 34년만)에 고국땅으로 돌아와 안장된 것이다. 강혜원 지사는 평양에서 아버지 강익보와 어머니 황마리아 사이에 2남 1녀 중 맏딸로 태어났다.  강 지사는 어머니와 남동생 강영승 등과 함께 1905년 5월 도릭 선편으로 하와이로 노동이민을 떠났다.


낯설고 물설은 이역땅 하와이에 도착한 강 지사의 나이는 19살이었다. 그는 가파올라 사탕농장과 에와 사탕농장에서 일하다가 1912년 미국 본토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 뒤 이듬해인 1913년 12월 9일 이대위 목사의 주례로 김성권 지사와 결혼하여 부부독립운동가의 길을 걷게 된다.


미본토로 건너간 강혜원 지사는 대한여자애국단을 창설하여 초대 총 단장으로 뽑힌 이래 동지들과 매월 3달러의 단비(團費)를 모아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보내 외교·선전·군사활동을 지원하였다. 뿐만 아니라 조국에도 각종 구호금 명목으로 돈을 송금하는 등 민족운동 단체를 꾸준히 후원하였다.

 


1930년 이후에는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여 대한여자애국단의 사업과 흥사단·대한인국민회의 민족운동을 적극 후원하였으며, 1940년 대한여자애국단 제8대 총단장으로 다시 뽑혀 임시정부와 국민회의 재정을 적극 원조하는 한편, 미주 내 한인 동포 자녀들을 대상으로 민족교육을 실시하는 등 조국의 독립운동에 일평생을 바쳤다.


이에 앞서 어머니 황마리아 지사는 낯선 환경의 사탕수수 밭 농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1913년 4월 19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조직된 대한인부인회 회장, 1914년 동회 재무로 활동하고, 1919년 3월 29일 동 대표로 독립운동 지원을 목적으로 대한부인구제회를 조직하였다. 또한 1928년 호놀룰루 감리교회 부인보조회 부회장, 1930년 ‘임시정부로 집중, 독립당 통일’ 등을 목적으로 한 하와이 한인협회 조직에 참여하였으며 1934년 하와이 미감리교회 부인보조회 회장, 1936년에는 상해 임시정부에 군인양성자금 100불을 보내는 등 적극적인 독립운동에 가담하였다.



한편 강혜원 지사의 남편 김성권(金聲權, 1875~ 1960) 지사는 경북 경주 출신으로 1904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로 건너가 오하우섬 에와(Ewa) 농장에서 일하였다. 이때 그는 1905년 5월 정원명·강영소·윤병구·김규섭·이만춘 등과 항일운동·일화배척(日貨排斥)·동족상애(同族相愛)를 목적으로 에와친목회를 결성하고 1906년 5월부터 1년간 기관지 '친목회보(親睦會報)' 주필로 활약하며 한인들의 결속과 애국정신 고취에 힘을 기울였다.


1908년 2월 병 치료차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 김성권 지사는 안창호 등이 이끄는 공립협회(共立協會) 회원이 되었고, 1909년 2월에는 미주한인의 최고통일기관인 국민회(國民會)를 탄생시켰다. 1913년 12월 황마리아 지사의 따님인 강혜원 지사와 결혼한 뒤 중가주(中加州) 롬폭·다뉴바 등지에서 포도농장과 점포 서기 등으로 일하면서 독립운동자금을 모집하는 등 적극적인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하와이 여성독립운동의 대모인 황마리아 지사는 2017년 3월에서야 독립유공자로 서훈(애족장)을 받았는데 이 보다 앞서 따님인 강혜원(애국장, 1995)과 사위 김성권(애족장, 2002), 며느리 강원신(애족장, 1995)이 먼저 서훈을 받았다. 이처럼 황마리아 지사가 딸이나 사위, 며느리 보다 늦게 서훈을 받게 된 것은 하와이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조명이 미주 본토 보다 더디게 이뤄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본다.



현재 황마리아 지사의 유해는 돌아오지 않은 상태로 국립대전현충원에는 따님인 강혜원과 사위 김성권 지사의 무덤만 이장된 상태(2016년 11월 16일)다. 강혜원 지사가 고국 품으로 돌아와 안장된 애국지사 제 5 -138 묘역은 근래에 새로 조성된 듯 작은 규모였는데 안내도를 들고 찾아 가기에 다소 어려움이 따랐다. 하지만, 먼 이국땅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숨진 애국지사가 늦게나마 돌아와 편히 쉴 곳이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뫼절(참배)을 하고 내려오는 길에 제5묘역 옆 소나무 숲 속에서 들려오는 소쩍새 울음소리에 코끝이 찡해왔다.



<강혜원, 김성권 지사 무덤>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 제5 묘역 138

문의: 042-820-7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