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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자키신사의 아름다운 수국꽃

[맛있는 일본이야기 402]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 기상청은 6, 큐슈 북부와 남부가 장마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이는 평년보다 약 6일 늦은 것으로 일본의 장마는 우리나라 보다 대개 1달 이상 빨리 찾아온다. 츠유(梅雨)라고 부르는 일본의 장마 소식과 함께 실린 사진은 보랏빛 수국꽃이다. ‘아지사이라고 부르는 수국꽃은 장마=수국으로 인식될 만큼 장마철 일본의 정원을 수놓는 꽃 가운데 하나다.


 

서일본신문(西日本新聞) 66일치에는 수국꽃으로 아름다운 후쿠오카 하코자키신사(筥崎宮, 福岡県 福岡市 東区箱崎 소재)의 활짝 핀 수국꽃을 소개하고 있다. 1991년 신사 안에 정원(신의 정원이라는 뜻으로 신원(神苑)’이라 한다)을 조성할 당시에 심어둔 수국꽃은 이제 하코자키신사의 명물이 될 만큼 자라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하코자키신사는 서기 921년에 세운 신사로 천여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지난해 826일부터 94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한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이라는 특별전에 이 신사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코자키신사의 이름이 나오는 신안해저선은 1323년 원나라 저장성 경원(慶元, 현 닝보 '寧波')항에서 출항했다가 신안 앞 바다에 좌초된 배다. 이 배에서 나온 목패에는 도호쿠사(東福寺), 조자쿠암(釣寂庵), 하코자키궁(筥崎宮) 등이 주요 화물주로 등장하고 있다. 일본 학계에서는 해저선에 실린 물건들이 일본의 절과 신사에서 쓰기 위한 향도구와 꽃병, 촛대 등으로 불단의 공양구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저선에 실린 물품 중 상당수는 일본으로 수출되는 화물들로 도자기만 2만여 점에 달하는데 의례용, 음식용, 저장용, 문방용으로 특히 의례용과 음식용 도자기에는 불교용기와 차도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는 가마쿠라 막부의 권력자들이 중국제 물건 곧 가라모노(唐物)’를 선호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갖가지 빛깔의 수국꽃이 만발한 하코자키신사의 정원을 구경 나온 시민들은 이곳으로 운반될 수많은 보물을 실은 배가 신안 앞 바다에 좌초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꽃구경의 삼매에 빠져있다. 이미 시작된 일본의 장마는 하코자키신사의 수국꽃을 보는 동안 시나브로 물러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