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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시인이 전하는 연변이야기

아들과 함께 보배찾기 / 김국화

석화시인이 전하는 연변이야기 7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엄마! 무지개가 비꼈어요! 빨리 와봐요! 빨리빨리!”

 

아들의 다급한 외침소리에 나는 신나게 해대던 칼질을 멈추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동녘하늘에 칠색무지개가 곱게 걸려있었다. 참 간만에 보는 무지개라 너무나도 반가웠다.

 

무지개의 끝에는 보물이 묻혀있단다.”

아들과 함께 무지개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문뜩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들, 저 무지개의 끝에 보물이 묻혀있대.”

! 정말요?”

그래, 엄마가 어릴 적에 너의 증조할머니께서 그렇게 알려주셨거든.”

 

무지개의 끝에 층집이 있는데그럼 층집 밑을 파봐야 하나?”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아들의 말에 나는 해일(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충동을 억제할 수 없었다.

아들, 엄마랑 보물 찾으러 갈래?”

나는 좋아서 펄쩍펄쩍 뛰는 아들을 차에 태우고 시동을 걸었다.

 

(그래, 어디든 쫓아가보는 거야.)

아들애와 함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서 덩달아 신났다.

비가 온 뒤라 거리는 유달리 깨끗해보였다. 하늘에 걸린 무지개 덕분인지 지나가는 행인들의 얼굴마다에 미소가 어려 있었다. 한참을 달려 드디어 아까 우리 집 창문으로 내다본 그 층집아래에 도착하였다.


 

층집 1층에 자리 잡은 상점주인이 분주히 맥주상자를 옮기고 있었다. 까맣게 타고 땀이 송골송골 맺힌 얼굴에는 피곤대신 흐뭇한 표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창문너머로 안주인인 듯한 녀성이 아기를 품에 안고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엄마, 무지개가 또 다른 곳에 옮겨갔잖아요.”

어머, 정말이네. 이번에는 저 멀리 단층집에 가 있구나.”

나는 다시 시동을 걸어 무작정 무지개를 향하여 달렸다.

십여 분을 달려 눈앞에 허름한 단층집이 나타났다. 거의 무너져가는 담장에 지저분한 마당이며 색이 다 바란 벽은 사람이 살고 있는지를 의심케 하였다.

 

, 여기 사람이 살아요? 이 사람들 되게 불쌍하다.”

아들의 말에 공감을 표하려고 할 때 갑자기 집안으로부터 한 한족 녀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밧줄에 빨래 좀 널어줘요.”

이어 40대쯤 돼 보이는 남자가 대야를 들고 밖에 나왔다. 차곡차곡 열심히 빨래를 펴서 널었다.

여보, 수고했어요. 저녁에 물고기국을 끓여줄게요.”

이 말을 들으니 나도 갑자기 배가 고프고 집이 그리워졌다.

 

집에 돌아가려고 차를 돌려보니 무지개는 어느 샌가 또 위치를 바꾸고 있었다.

엄마, 우리 집도 무지개의 끝이 될 수 있을까?”

그래, 우리 집도 누군가의 눈에는 무지개의 끝으로 보이겠지.”

그럼 우리 집 밑에도 보배가 있을까?”

 

그 말에 나는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나며 뜨거운 것이 북받쳐 오름을 금할 수 없었다. 내가 지금 찾고 있는 보배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가까이에 있었다. 집집의 평범한 이야기와 그 사소한 행복이 무지개를 띄울 수 있는 보배가 아닌가 싶었다.

 

그래, 물론이지. 우리 집 밑에도 보배가 아주아주 많을 거야. 매일매일 만들어가고 있으니까.”

알아듣지 못하고 어리둥절해하는 아들을 싣고 나는 집을 향하여 힘껏 엑셀을 밟았다. 우리 집의 보배 찾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