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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도 배도 아닌 것이, 연변사과배

석화시 감상과 해설 10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과도 배도 아닌 것이, 연변사과배



              사과도 아닌 것이

              배도 아닌 것이

              한 알의 과일로 무르익어 가고 있다

              백두산 산줄기 줄기져 내리다가

              모아산이란 이름으로 우뚝 멈춰 서버린 곳

              그 기슭을 따라서 둘레둘레에

              만무라 과원이 펼쳐지었거니

              사과도 아닌 것이

              배도 아닌 것이

              한 알의 과일로 무르익어 가고 있다

              이 땅의 기름기 한껏 빨아올려서

              이 하늘의 해살을 가닥가닥 부여잡고서

              봄에는 화사하게 하얀 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무성하게 푸름 넘쳐 내더니

            9,

              해란강 물결처럼 황금이삭 설렐 때

              사과도 아닌 것이

              배도 아닌 것이

              한 알의 과일로 무르익어 가고 있다

              우리만의 식물도감

              우리만의 이름으로 또박또박 적혀있는

            ― 연변사과배

              사과만이 아닌

              배만이 아닌

              달콤하고 시원한 새 이름으로

              한 알의 과일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해설

 

연변 지역의 향토색이 물씬 풍겨 나오는 고유한 과일 사과배는 연변의 자연을 대표한다. “사과의 결합에서 암시하고 있듯이 서로의 다름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조화의 세계를 지향하는 동양정신의 상징을 사과배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전혀 화합할 수 없는 관계인 것처럼 별개의 대상으로 동떨어져 있던 사과한 알의 몸을 이루게 되듯이, 자연 속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들이 각자 고유한 영역을 지키면서도 서로 간의 경계를 넘나들어 조화를 엮어낼 수 있음을 시인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시인의 이러한 자연철학은 연변이라는 특정한 지역에 제한되지 않고 우주 전체로 확대되어 사람과 자연이 함께 추구해야 할 상생(相生)의 당위성을 낳고 있다.

 

석화 시인이 지향하는 사람과 자연의 생태적 하모니(harmony)는 사회적 현실을 떠난 것이 아니다. 석화 시인은 자연을 인간의 사회로부터 분리시키지 않는다. 그의 시에서 자연은 사람의 거울이자 사회의 거울이 되고 있다. 그가 노래하는 자연은 민족적 한()을 대변해주는 동반자이자 공동체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위로하는 자가 되고 있다. 그가 초청하는 자연은 기술문명의 파괴적 행위에 대해 경고하고 생명을 향한 사랑을 촉구하는 선지자의 역할까지도 감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석화의 문학 속에서 자연은 시인의 대리자이며 또 다른 시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조선족 시인들 가운데 석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문학의 진정한 가치를 이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자연과 사람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여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통합적 사회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그 “꿈”은 낭만주의자의 현실 도피적 몽상이 아니라 “생태사회” 또는 “생명공동체”를 지상에 구현하려는 리얼리스트의 이상(理想)이 아니겠는가? 석화의 시는 이러한 감동적인 이상(理想)을 향하여 머나먼 여행길에 오른 모든 사람들에게 충실한 길동무가 되어 줄 것이다. (송용구 ∙ 한국 고려대학, “기술문명의 중심부에서 생명의 길을 여는 시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