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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리고 우리말

정원수로 심는 '수호초'는 우에키 호미키(植木秀幹)에서 비롯한 이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산 호수공원을 산책하다가 월파정 정자 주변에 심어놓은 '수호초'라는 꽃과 마주쳤다. 아직 꽃은 피지 않고 잎새만 무성한 수호초는 관상용으로 즐겨 심어 어딜 가나 흔히 눈에 띄는 풀꽃이다.

 

친절한 표지판에는 나무 그늘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높이 30센티 내외로 자란다. 관상용으로 심으며 4~5월에 줄기 끝에 흰색 꽃 이삭이 달린다.”라고 적혀있다. 그런데 요즘 오랫동안 가문 탓인지 며칠전 만난 이 꽃은 꽃은 커녕 잎만 무성했다그런데 왜 하필 이름이 수호초일까?

 

회양목과의 상록 여러해살이풀. 줄기가 옆으로 뻗다가 곧게 서며, 잎은 어긋나고 층으로 모여 나며, 사각형의 도란형이다. 4~5월에 꽃잎이 없는 흰 꽃이 줄기 끝에 수상(穗狀)화서로 피고 열매는 달걀꼴의 핵과(核果)이다. 일본이 원산지로 나무 그늘에서 자란다. (Pachysandra terminalis)”

 


 


꽃 풀이만 보고는 그 모양이 상상이 안 간다. 우리나라  국어사전의 꽃 풀이는 설명만으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풀이를 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특히 도란형, 수상화서, 핵과...와 같은 어려운 풀이는 식물용어상당수를 일본 사전에서 베껴쓰기 때문에 그렇다.

 

수호초란 이름의 유래를 찾아보기 위해 여기저기 사이트를 뒤지다가 한 블로그를 만났다. 이 블로그에서는 꽃 사진과 함께 일본에서 온 귀화식물 수호초(秀好草)는 빼어나게 좋은 풀이라는데 무엇이 그리 빼어나게 좋은지는 모르겠습니다.” 라고만 소개하고 있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꽃 이름의 유래를 알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에 대한 답을 주는 곳이 거의 없다. 다행히 수호초에 관한 유래가 소개된 책을 만났다. 식물분류학자인 이창복(李昌福, 1919 ~ 2013) 교수가 그의 책 대한식물도감(1980년 초판, 향문사) 514쪽에 이 이름의 유래를 밝혀 놓은 것이다. 내용이 길지만 그대로 옮겨본다.(원문 그대로 실음)

 

日本産常綠多年草로 나무 그늘에서 자라고 원줄기는 옆으로 기어가다가 끝이 곧추서며 녹색이고 처음에는 잔털이 있으나 점차 없어진다. 잎은 互生하지만 으로 모여 달리며 짙은 녹색이고 潤彩가 있으며 四角狀 倒卵形이고 길이 1~3葉柄과 더불어 길이 5~6, 나비 2~4이며 표면 위에 잔털이 있고 윗부분에 톱니가 약간 있으며 밑부분이 좁아져서 엽병으로 된다. 穗狀花序頂生하고 길이 2~4이며, 꽃은 一家花4~5월에 피고, 밑 부분에 花梗이 있는 암꽃이 달리며 와 꽃받침은 넓은 卵形이고, 길이 2.5~3.5로서 緣毛가 있다. 꽃받침은 4개로 갈라지며 꽃잎은 없고 수술은 3~5개로서 길이 8정도이며 암술대는 2개로서 젖혀지고 끝까지 남아있으며 안쪽에 잔돌기가 있다. 核果는 길이 1.5정도로서 난형이고 겉에 털이 없다. 秀好草란 본 식물을 가져온 植木秀幹에서 유래되었다.”

 

내용이 긴데다가 한글 토도 달지 않고 한자로 되어 있어서 독자들이 읽기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그럼에도 원문을 그대로 소개한 것은, 우리나라 풀꽃 풀이에 대한 생각을 이제 다시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책 풀이를 그대로를 옮겨보았다.




이창복 교수가 수호초(秀好草)의 유래를 秀好草란 본 식물을 가져온 植木秀幹에서 유래되었다.”고 했는데 여기서 식목수간(植木秀幹)” 이란 일본인 이름이다. 그는 일제강점기 조선에 건너와 식물을 연구한 우에키 호미키(植木秀幹, 1882~1976)를 말한다.

 

우에키의 이름은 <순종실록부록 2> 순종 41218(1911)년 기사에도 보이는데 순종황제가 우에키를 비롯한 일본인들에게 포상을 했다는 기록이다.

 

총독부 비서관(總督府祕書官) 구와바라 하치시桑原八司, 인사국장(人事局長) 고쿠분 쇼타로國分象太郞, 회계국장(會計局長) 고다마 히데오兒玉秀雄, 수원(水原) 권업 모범장장(勸業模範場長) 혼다 코스케本田幸介, 통신 기사(通信技師) 오카모토 게이지로岡本桂次郞, 수원 농림학교(農林學校) 교유(敎諭) 우에키 슈칸植木秀幹 등에게 차등 있게 상금을 주고 세찬(歲饌)을 하사하였다.”

 

밑줄 그은 부분의 우에키 슈칸이 곧 우에키 호미키(호미키, 슈칸, 히데미키 따위로 불림)이다. 그가 무슨 일을 했기에 조정으로부터 상을 받은 것일까? 우에키 호미키 교수 밑에서 공부한 현신규 박사의 말을 빌려 보자.

 

우에키 교수는 패전 후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은 것을 축하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소나무(적송)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학자다. 구한말 농림학교가 창설될 때 1907년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수원농림학교의 교수로 부임했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공부한 뒤 돌아와 한국에 리기다소나무를 최초로 가져와 심었다. 또한 한국의 수목을 채집하여 3만 여점의 식물표본을 만들었다. 그는 한국인 학생들을 항상 동정하고 모든 일에 한국 학생을 특별히 배려해주고 아무런 편견 없이 대해 한국 학생들 사이에 가장 존경받는 교수였다.” -산에 미래를 심다, 현신규 박사이야기(서울대학교 출판부, 이경준 지음, 2006. 32~33-

 

이창복 교수의 말처럼 수호초가 우에키 호미키(植木秀幹)교수와 관련이 있다면 누가 이 이름을 붙인 것인지 궁금하다. 그렇다고 우에키 호미키(植木秀幹) 교수 자신이 이 풀꽃을 한국에 가져와서 이 이름을 수호초(秀好草)라 불러라고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수호초(秀好草)()’는 분명 우에키 호미키(植木秀幹) 교수의 이름에 들어 있는 ()’ 자 임에 틀림없다. 다만 뒤에 오는 호()자의 해석은 모호하다. 우에키 교수가 좋아한 꽃이라는 뜻인지, 아니면 우에키 교수를 좋아해서 한국인이 그렇게 부른 것인지는 확인된바 없다. 이제 와서 확인할 길도 없다. 더나아가 일본에서 들여온 날짜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최초의 한국식물지인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1937. 정태현 외, 京城 朝鮮博物硏究會) 에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 이후에 들여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수호초(秀好草)라 부르는 이 풀꽃은 일본에서는 부귀초(富貴草, 훗키소)라고 부른다. 그 까닭은 늘 푸르고 무성하기 때문에 부자를 상징하는 풀꽃으로 여긴 것이다.

 

 


수호초(秀好草)에 대해 정리하자면 이 이름은 일제강점기 조선에 건너온 일본인 식물학자 우에키 호미키와 관련이 있다. 우에키 호미키는 25살 때인 1907년 조선에 건너와 농공상부 소속 농림학교 교사가 된 이래로 1919년에는 수원농림전문학교 교수를 거쳐 1925년 총독부 직속 임업시험장의 4등 기사로 근무했던 인물이다.

 

요즈음 한국의 정원이나 공원 따위에 널리 심고 있는 수호초는 이러한 유래를 가진 풀꽃(식물)이라는 사실만이라도 알고 감상하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