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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양복장이 없어 전당포에 맡기고 계절마다 찾아입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58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가을이 조곰 깁흐면 착착 접어 두엇든 듯 십흔 겨울 양복을 주름도 펴지 안코 닙고 다니는 남자가 거리에 수두룩함니다. 양복장이 업는 것하고 典當局하고가 원인이겟지만은 그러케 접힌 옷을 입고 나스게 한 부인, 아니 닙고 나스는 남자나 끔쯕이 대담한 부부라 할 것임니다. 차곡차곡 접힌 양복을 그대로 닙고 나서서 그래도 지나가는 여자를 소유물 감상하듯 아래우를 흘터 보는 꼴이란 가련함니다.”

 

위는 일제강점기 잡지 별건곤34(발행일 19301101)에 나오는 가을거리의 남녀풍경가운데 김경선이란 사람이 쓴 전당국(典當局)이 원인이라는 글 일부입니다. 이 글은 각계 사람들에게서 받은 글을 실은 것인데 주로 거리에서 보이는 남녀들 꼴불견 옷차림 얘기입니다. 특히 위 내용은 가난한 처지면서 마치 영화배우인 듯 죽어라고 양복만 입는데 집에는 양복장이 없어서 전당포에 맡기는 신세로 봄이 오면 겨울옷을 전당포에 맡기는 대신 춘추복을 찾아 입고, 겨울이 되면 춘추복을 전당포에 맡기고 겨울옷을 입는 사람들을 비꼬는 글입니다.



 

또 그 글 가운데는 구역질 나는 남성이라는 제목의 최의순 씨 글도 있습니다. 내용을 보면 근년에 와서 서울에도-아니조선에도...라 할가-땀훔치노라 분주하면서도 복중(伏中)에 겨울 모자 쓰고 다니는 소위 모뽀라는 도련님을 흔히 볼 수 잇섯다. 그러나 제아무리 1930년식이라고 떠들어도 추동양복(秋冬洋服)을 닙고 하얀 맥고를 쓰고 다니는 비범(?)한 것은...”이라는 글도 있어 주제도 모르고 꼴불견 옷차림새를 하고 다니는 남성에 때해 쓴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옷차림새가 양복 차림으로 굳어진 것은 1930년대의 잘못된 풍조 탓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