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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근대" 수집가 1호 최웅규를 추억한다

<인천근대박물관> 고 최웅규 관장 1주기 추모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100년의 세월을 모은 사내이는 경향신문 19991225일 토요일판을 장식한 최웅규 인천근대박물관 관장에 대한 특집 기사 제목이다. 여기서 ‘100년의 세월이란 최웅규 관장이 평생 모은 근대적인 물건이 제 힘을 발휘하던 시절을 이야기한다.

 

최웅규 관장은 그간 우리가 버리고 잊었던 물건들을 40여 년 동안 모아 지난 2010년 인천근대박물관을 만들었다. 인천근대박물관에 들어서면 빼곡하게 들어찬 물건들로 몸을 도사려야 할 만큼 추억의 물건들로 가득하다.

 

 

이곳에는 1886년에 만든 망원경, 1884년 한국 최초의 우편행정관인 우정총국에서 처음으로 발행한 5종 세트 우표, 1920년도의 나팔스피커와 라디오, 100년 전 일본에서 만든 치약과 칫솔, 비누와 비누갑, 성냥, 이발 기구, 각종 연장, 세창양행 물감 상표, 19세기 말 인천 영국영사관에서 사용한 영국제 대형장식장 등 다양한 생활 자료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최웅규 관장이 모은 성냥만도 1,5000점에 달할 만큼 독보적인 근대물건을 수집한 그는 나라안팎에서 70여 차례나 전시회를 열어 근대의 소중한 시간을 알려온 자타가 공인하는 근대물건 수집가 1호다. 그러나 “100년의 세월을 모은 사내최웅규 관장은 지금 없다.

 

 

지난해 78, 안타깝게도 최웅규(67) 관장은 폐암으로 숨을 거뒀다. 올해로 최웅규 관장 서거 1주기를 앞두고 기자는 지난 622일 목요일 오후 3, 인천근대박물관을 찾았다. 최웅규 관장의 권유로 인천근대박물관 가까이에 4년 전 인천관동갤러리를 꾸며 아예 인천으로 주거지를 옮긴 도다 이쿠코 관장과 동행한 길이었다. 기자가 인천근대박물관을 알게 된 것은 바로 도다 이쿠코 관장을 통해서였다.

 

 



최웅규 관장의 인천근대박물관은 제물포 차이나타운에 초입에 자리 잡고 있다. 인천근대박물관을 찾아가던 날은 수은주가 섭씨 30도 가리키던 날로 몹시 더웠다. 도다 관장과 기자는 최웅규 관장과의 추억담을 나누며 그의 부인과 미리 약속 해둔 시각에 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의 작은 문을 빼꼼히 열면 최웅규 관장은 물건이 잔뜩 쌓인 오른쪽 구석진 의자에서 일어나 반갑게 인사를 건네곤 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그는 없고 대신 부인이 기자를 반갑게 맞이한다.


 

 

차 한 잔으로 목을 축인 기자는 최웅규 관장의 부인인 정유순 (59)씨와 최웅규 관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남편 대신 인천근대박물관의 새 관장이 된 정유순 관장을 통해 “100년의 세월을 모은 사내고 최웅규 관장의 근대를 사랑한 마음을 들어보았다.


<인천근대박물관을 만든 고 최웅규 관장은?>

201412월 인천광역시 시장상 올해의 박물관인 상수상


주요전시 목록

1993년 인천도시 100년 展

1994년 근대교육사 자료 展 (당진문화원)

1995년 향토민속자료 생활 용구류 특별 展 (인천 시립 박물관)

1996년 KBS-TV 6시 내고향 개화 문물 展 유물소개

1997년 태극 문양 전시회 / 근대교과서 전시회 (광주 신세계 미술관)

1998년 인천 개화기 엽서 展 2회

1998년 미국 L.A . 그때 그 시절 생활사 자료 展 (약 2만점 전시)

1999년 신세계미술관 ,<이발소 그림> 展 (서울, 인천, 광주 )

1999년 성곡미술관, 세기의 전환 - 시각 문화 展

2000년 <여성 100년> 展 (신세계미술관)

2000년 금호미술관, 국사 자료 展

(신문, 잡지, 문학, 창간호, 영화, 미술, 만화 등 기록물)

2000년 (사)해반문화사랑회 - <열린땅, 인천> 展 - 개화의 불꽃

2001년 태극기 변천사 展 (인천시립박물관)

2001년 추억의 교실, 학교문화 50년 展 / SBS (일산 꽃 박람회장)

2002년 추억의 교실 / SBS 부산방송 ( 부산 컨벤션 센타)

2002년 수진본(좁쌀책) 전시회, (부평도서관)

2003년 공공포스터화 신문호외로 본 시대상 (신세계미술관, 인천, 광주, 마산)

2003년 교육자료 변천사 展 (부평도서관)

2003년 추억으로 역사를 모으는 사람들(세종문화회관)

2004년 태극기 자료전 (거제, 김천, 삼척, 대구, 포천 순회전)

2005년 표지가 아름다운 책 , 딱지본 전 (부평도서관)

2008년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분당) 최웅규 자료실 개설

2010년 인천근대박물관 개관(8.13, 현 장소)

2015년 광복70년 자료로 보는 일체침략사전(인천관동갤러리)


*인천근대박물관: 인천시 중국 차이나타운로 55번길

                       전화: 032-764-1988



 

남편이 모은 수집품과 날마다 대화를 나눈다

[대담] 정유순 인천근대박물관장

 

- 최웅규 관장의 1주기를 맞이하는 마음은?

 

남편이 숨지고 나서 여섯 달 가까이 되어 겨우 박물관 문을 열었다.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아 남편은커녕 내 몸을 추스를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남편이 애지중지 평생을 바쳐 모은 귀중한 물건들을 언제까지나 그냥 놔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박물관에 나오기 시작했다. 박물관에 나와 있으면서 남편이 행복한 삶을 살았다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남편이 평생 모은 수많은 물건들과 날마다 대화를 나누는 나도 그러고 보면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조금씩 느껴가고 있다.”

 

- 박물관을 이어 받아 운영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남편이 살아있을 때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그때 좀 더 전시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처음부터 하나둘 배우는 심정으로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근 40여 년 동안 곁에서 알게 모르게 남편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지금 큰 자산이다. 스쳐 지나갔던 물건들에 대해 새삼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고 보니 나도 모르게 애착이 간다.”

 

- 박물관장으로 보람을 느끼는 점은?


박물관에 앉아 있어 보니 별별 사람들이 다 찾아온다. 적은 입장료(3천원)를 받고 있는데 그것이 비싸다며 도로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하지만, 옛 물건들에 대한 깊은 이해의 시각으로 이것저것 물어보는 관람객들을 만나면 뿌듯하다. 남편도 이런 마음으로 박물관을 이어 갔을 것이라는 것을 요즘에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 특별히 남편이 아끼던 물건은 어떤 것인가?

 

“19세기 영국 메이폴사에서 만든 가구다. (앞을 가리키면서) 이것이 그 가구인데 주한 영국대사관서 쓰던 장식장이다. 이 가구는 조영수호통상조약’ 132주년을 기념하여 개항기에 들여온 것으로 남편이 살아 있을 때인 201466일 한국 최초로 공개했다. 높이 270, 가로 150, 두께 63인 이 가구는 장식이 화려한 엔틱풍으로 가운데 팔각형의 큰 거울을 중심으로 사방에 화려한 장식이 특징이다.

 

가구에 딸린 서랍과 수납문에 달아두었던 열쇠와 잠금장치를 지금도 쓸 수 있을 만큼 상태가 양호하다. 이 가구는 당시 2개가 들어와 하나는 대원군이 썼고, 다른 하나는 영국영사관에서 쓰던 것으로 우리 박물관에 있는 것은 영국영사관에서 쓰던 것이다.

 

2011년 쯤 문화재청에서 나와 이 가구에 관심을 보였지만 남편은 팔지 않았다. 남편이 이 가구를 소장하는 까닭은 인천이 개항장인데다가 영국산 장식장은 개항기 보물이자 개항의 상징이기에 우리 박물관에 소장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 나라안팎에서 수많은 전시회를 연 것으로 안다. 특별히 기억나는 전시회가 있나?

 

남편은 나라안팎에서 70여 차례 넘게 전시를 열었다. 모두가 소중한 전시겠지만 1998년 미국 L.A에서 <그때 그 시절 생활사 자료 전> (2만점 전시)은 큰 호평을 받았다. 또한 1999년 신세계미술관에서 열린 <이발소 그림 전>도 폭발전인 인기를 얻었는데 이 전시는 서울, 인천, 광주 등에서 순회전을 열 정도였다. 이 전시회 때 도다 이쿠코 인천관동갤러리 관장과 인연이 되어 지금도 나를 많이 도와주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박물관 운영이라든지 남편이 소중히 모은 전시품에 대해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이다. 남편이 살아 있을 때 여러 잡지 등에 기고한 글을 추려서 단행본으로 내고 싶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시품 목록을 만드는 등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정유순 관장은 대담 시간 내내 남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 특히 박물관에 들어서면 더욱 절감한다고 했다. 왜 아니겠는가? 남편의 손때가 묻은 수많은 물건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으니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오죽 크겠는가 싶다. 황망한 가운데 781주기를 맞이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남편의 유지를 받들어 분야별 전시를 꾀하는 등 근대박물관의 선구자로 그 책임을 다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행한 도다 이쿠코 인천관동갤러관장과 정유순 새관장, 그리고 기자 이렇게 셋은 고 최웅규 관장이 생전에 근대화 과정에서 버려진 물건에 대한 사랑의 정신에 대해 오랫동안 추모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특히 도다 이쿠코 관장은 2016316일 일본 <민단신문(民団新聞)>에 최웅규 관장을 소개하는 등 고 최웅규 관장과 20여년의 인연을 일본에 널리 알려 인천근대박물관은 일본 손님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오는 78일 서거 1주기를 맞아 최웅규 관장이 사랑한, 개항장 인천의 인천근대박물관이 잃어버린 근대 100년의 시간을 되찾는 의미 있는 공간이길 간절히 빌며 다시 한 번 고 최웅규 관장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