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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김홍도 <우물가>, 한 사내와 세 여인 이야기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59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조선의 으뜸 풍속화가 김홍도의 풍속화첩 가운데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우물가(종이에 담채, 22.7*27 cm)>라는 그림도 있습니다. 그림을 보면 우물가에 한 사내가 여인네들에게서 물을 얻어 마시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내는 갓을 벗고, 저고리를 풀어헤쳐 가슴에 난 털이 훤히 보입니다. 그러면서 여인들을 음흉하게 쳐다보고 있지요.


 

이런 사내의 행동거지가 어찌나 민망한지, 두레박으로 물을 떠 준 여인은 눈길을 돌리고 외면하고 맙니다. 그 옆의 다른 여인네마저도 얼굴이 빨개진 채 우물 속의 두레박만 쳐다보고 있지요. 그러나 이미 물을 길어 머리에 물동이를 이고 두레박을 챙겨든 뚱뚱한 다른 여인은 그런 찜찜한 눈길 사이에서 이미 멀어졌습니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이 분위기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우물가를 떠나고 있습니다. 이런 대비되는 장면 하나를 끼워 넣음으로써 그림은 더욱 흥미진진해집니다.

 

마을에 꼭 있던 우물은 여인들이 사람을 만나고 정보를 교환하는 마당이었고, 자연스럽게 수다와 푸념이 오고 갈 수밖에 없었지요. 지나가던 나그네는 이 우물에서 물을 얻어 마셔야 했으니 자연스레 이곳은 한 역사가 탄생되는 공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우물에 얽힌 신라 박혁거세와 알영왕비의 설화는 물론 고려 왕건과 장화왕후 오씨 그리고 조선 태조 이성계가 신덕 왕후 강 씨를 만난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지요. 이제 그런 우물도 사라져버려 여인네들의 수다마당도, 역사가 탄생되는 공간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