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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리고 우리말

안동 천전리는 왜 내앞마을로 부르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국립중앙도서관(관장 박주환)은 지난 30일, 경상도 30개 고을의 고지도와 지리지에 한자로 표기된 지명의 우리말 이름과 위치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고지도를 통해 본 경상지명연구(1)』 을 출간하였다.


 
 안동에서 가장 유명한 양반마을 중의 하나는 임진왜란 때 순국한 학봉 김성일(金誠一) 선생이 출생한 의성김씨 가문의 ‘내앞’ 마을이다. 임하천이라는 큰 내(川)의 앞쪽(前)에 있어 붙은 이름인데, 한자로는 뜻을 따서 천전리(川前里)라고 썼다. 행정구역 상 천전리로 표기되어 있지만, 지금도 안동에 사는 사람들은 ‘내앞’ 마을에 사는 의성김씨를 ‘내앞김씨’라고 부르지, ‘천전김씨’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1900년대까지 사람들은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동을 ‘새뛰’로 부르면서 한자로는 草梁(초량)으로, 대구광역시 중구 신천동을 ‘새내’로 부르면서 한자로는 新川(신천)으로, 경상북도 문경시 마성면 외어리를 ‘밭늘목’으로 부르면서 한자로는 外於項(외어항)으로 표기하였다. 하지만 100여 년이 흐른 지금 사람들은 표기된 한자의 소리에 따라 새뛰가 아니라 ‘초량동’으로, 새내가 아니라 ‘신천동’으로, 밭늘목이 아니라 ‘외어리’로 부르며 쓰고 있다.
 
 고대부터 우리나라는 우리말의 땅이름을 한자의 뜻과 소리를 빌려 기록하였는데, 일제강점기 이후 표기된 한자의 소리로만 읽고 한글로 쓰는 습관이 강화되면서 우리말의 땅이름이 점점 사라져 갔다. 이에 국립중앙도서관은 우리말 지명이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현상에 대한 대응으로 2010년에 서울지명연구를 처음으로 출간하였다. 그리고 2011년에는 경기지명연구를, 2012년과 2014년에는 충청지명연구(1)․(2)를, 2015년과 2016년에는 전라지명연구(1)․(2)를 완간한데 이어, 올해는 경상지명연구(1)를 출간하게 된 것이다.
 
 이 연구서에는 1720년대에 편찬 전국 그림식 고을지도책인『여지도』(6책)에 수록된 경상도 30개 고을의 고지도 이미지 30장, 1789년에 편찬된 『호구총수』에 수록된 한자 지명 7,000여 개가 정리되어 있다. 또한 30개 고을의 역사와 중심지의 이동 과정, 도시의 구조와 상징 풍경을 체계적으로 찾아내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논고인 ‘고지도와 지리지 속에 담긴 경상도 고을의 역사와 읍치 이해(1)’도 수록하였다. 내년에는 경상도 71개 고을 중 41개 고을에 대한 상지명연구(2)를 계획하고 있으며, 연차적으로 강원도와 북한 지역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편찬 관계자는 “이 연구서를 통해 경상도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들에게 경상도 옛 고을의 한자 표기지명에 대한 우리말 이름이 다시 조명 받아 지역의 정체성 찾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연구 성과가 국민들에게 전해져 이용될 수 있도록 전국 주요 공공도서관과 대학도서관, 경상도 지역의 관련 지방자치단체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