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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꽃 수련(睡蓮)

[정운복의 아침시평 11]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인 클로드 모네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바다를 잘 그리고 싶다면 매일, 매시간 같은 장소에 가서 바다를 관찰해야만 한다.

그래야 비로소 특정한 곳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어떻게 움직이고 변화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내가 특정한 소재를 계속 반복해서 그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빛은 곧 색이라는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켰으며

같은 주제를 가지고 시간과 날짜를 달리하여 반복하여 그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작품 가운데 유명한 것 하나가 수련입니다.

 

요즘 각종 연꽃이 한창입니다.

연은 크게 백련이나 홍련, 어리연, 개연, 가시연, 수련 등으로 분류합니다.

그런데 수련은 한자로 水蓮이 아니고 睡蓮으로 씁니다.

물에서 피는 연꽃의 의미가 아니라 잠잘 수자를 쓰니

밤에는 연꽃잎이 오므라드는 특성을 살려 지은 이름이 아닌가 합니다.

 

홍련이나 백련은 물 밖으로 잎이 1m이상 자라기도 하지만

수련의 잎은 꼭 물 높이 만큼만 자랍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중용의 모습을 지켜가는 아름다움이 있으며

주돈이가 지은 애련설에서 밝혔듯이

연은 연못 한가운데 피어있어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가까이 완상할 수는 없어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는 꽃이기도 하지요.


 

불가원 불가근(不可遠 不可近)”의 처세가 그 속에 들어 있는 것입니다.

곧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아주 적당함을 의미하니

가까운 사람일수록 예의를 잘 지켜야 하는 것이고

단지 느낌으로 멀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상대방을 함부로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연은 무욕(無慾)의 대명사입니다.

연잎은 빗물이 고여 어느 정도 되면 미련 없이 쏟아냅니다.

곧 감당할 수 있는 무게만 싣고 있다가 비워내는 것이지요.

그것이 연잎이 꺾이지 않고 튼실하게 자라는 이유입니다.

 

우리도 무욕의 삶을 지향할 필요가 있습니다.

듣기 좋은 음악은 악기가 속이 비어있기 때문에 발생되는 것이니

나를 비워야 고용함 속에서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